[박대석 칼럼] 고양시 12년 독주 깨질까?
[박대석 칼럼] 고양시 12년 독주 깨질까?
  • 박대석
    박대석
  • 승인 2022.04.2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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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평균 세출액이 꼴찌라는 것은 고양시민의 예산 혜택이 꼴찌라는 것
[ 고양시는 쾌적한 환경을 살리면서 고부가가치 디지털 청정산업, 금융 등의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 / 이미지 출처 unsplash ]

고양시는 쾌적한 환경을 살리면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고부가가치 청정 디지털 산업과 금융으로 리노베이션(renovation) 해야 한다. 기존 패러다임을 벗어나 시대 흐름을 선도하고 인접한 서울시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의 협력을 끌어내며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리더가 필요할 때다.

1989년 일산신도시 보상금 유치를 위하여 은행원으로 고양시에 발을 디딘 필자에게 고양시는 제2의 고향이다. 고양시는 2010년부터 더불어민주당이 12년간 독주했다. 고양시는 아파트 3만 8천 호를 짓는 창릉 신도시가 완성되는 2029년에는 인구 1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큰 덩치 덕분에 수원·용인·창원시와 함께 특례시 대열에 들어섰지만, 체력은 형편없는 약골이다. 12년 동안 고양시는 지정학, 지경학적인 좋은 여건에도 시대 흐름을 선도하기는커녕 좇아가지도 못했다. 꽃 박람회 같은 겉치레 행사만 많았고 쾌적한 환경의 겉보기와 달리 고양시는 속이 텅 빈 강정이다. 고양시 주요 문제점을 살펴본다.

▲ 왜 일산과 분당 아파트 가격을 2배 이상 차이 날까?

1990년대 분당과 일산 신도시 개발 당시 분양가는 32평형 기준으로 5,600만 원 정도로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2022년 현재 분당의 시범 우성 아파트의 경우 15억 5,000만 원에 거래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일산 강촌마을 우방아파트는 7억 7,000만 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벌어졌다.

분당과 일산은 교육, 공원, 쇼핑 등 각종 편의시설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분당과 일산의 집값이 차이 나는 이유 중 하나는 서울 접근성이 분당에 비해 매우 열악한 점이다. 자유로는 항상 정체를 보이고 있는 데다 지하철의 접근성도 분당에 비해 많이 불편하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일자리에 있다.  분당은 판교를 개발하면서 2006년 20만 평 규모의 판교 테크노밸리를 조성하였다. 저렴한 분양가로 강남 테헤란로에 있던 벤처기업 유치에 나섰고 그 결과 1,000여 개 기업이 입주하며 한국의 대표 벤처 밸리로 성장하였다. 현재도 안랩, 한글과 컴퓨터, 포스코 ICT, 다음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등이 입주해 있다. 분당 정자동 일대에도 네이버와 두산그룹, 현대중공업 R&D센터가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고양시 공업지역은 놀랍게도 고작 0.025%에 그친다. 그러니 일자리가 없고 당연히 각종 주요 지표는 엉망이나 고양시민들이 이런 상황을 잘 알기 어렵다.

▲ 1인당 평균 세출예산액 꼴찌 등 각종 주요 지표도 마찬가지

1) 주민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고양시 1인당 GRDP(지역 내 총생산)는 31개 경기도 시·군 가운데 27위로 바닥권이다.

2) 또 고양시의 주민 1인당 평균 세출예산액은 199만 1000원으로 경기도 내에서 31위로 꼴찌다. 고양 민은 예산 혜택이 가장 적다는 말이다.

3) 따라서 재정자립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2021년 34.7%로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12위에 머물러 있다. 부족한 재정 65.3%는 국가나 경기도에 손을 벌려야 한다. 참고로 성남시는 58.5%이고 서울은 77%로 재정자립도가 고양시보다 훨씬 높다.

재정자립도가 전체 세입에서 자체 세입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라면, 재정 자주도는 세입에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세출이 얼마인가를 나타낸다. 고양시의 재정 자주도는 56.5%로 경기도에서 23위로 역시 바닥이다.

4) 더구나 급격한 고령화로 도시 활력, 경쟁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0.3%로 경기도 평균치(10.1%)는 물론, 특례시로 함께 승격하는 수원시(8.0%)나 용인시( 10.2%)보다 높다.

5) 도시의 기본인 안전조차 불안한 상황이다. 논밭이나 늪지를 메워 건설된 일산신도시의 낡고 연약한 기반시설로 땅 꺼짐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16년 이후 지하철 3호선 인근에서 지반 침하와 도로 균열 현상이 8차례 일어났다. 지난달 31일에는 마두역 인근 상가건물 지하 3층 주차장 기둥이 부서지면서 상가 입주민 등이 긴급 대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6) 일자리 부족은 재정 궁핍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연속되어 고양시는 전반적으로 자족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고양시 전역이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학교나 공공청사, 연구시설 등의 신·증설이 제한되고 공업지역 지정이 어려운 이유도 있다. 또 전체 면적의 43%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이고 개발제한법과 농지법 등 다른 규제까지 겹친 것도 큰 장애가 됐다.

그 결과 공업지역은 고작 0.025%에 불과하다. 3.4~8.5%인 부천, 시흥, 군포, 안양, 수원 등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서울시 쓰레기처리장이나 폐수 처리장, 화장장, 발전소 등 각종 기피 시설이 들어선 점도 고양시 발전에 악재다.

수도권 과밀 권역으로 묶인 데다 휴전선과 인접한 특수성 등으로 과도한 군사·환경 규제를 받아 산업시설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많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주민이 시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느라 도시는 슈퍼 베드타운 형태를 띠게 됐다.

▲ 킨텍스 업무지원시설 용지 헐값 매각 의혹도 문제지만, 주거용 오피스텔 더 문제.

그런데 양질의 일자리가 들어설 고양시의 노른자 땅은 또 아파트나 다름없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바로 헐값 매각 의혹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킨덱스 업무지원시설이다.

1만 2,800여 평에 이르는 국제전시단지(킨덱스) 내 업무시설은 2012년 10월 토지 감정가는 평당 1,100만 원인데 이는 2009년 평당 감정가 1,600만 원보다 평당 500만 원이나 낮은 금액이다. 특이하게 3년 후에 감정가가 떨어졌고, 결국 싼 가격으로 업무시설이 매각됐다.

2018년 7월 고양시는 3년간 자체 감사를 벌여 지난해 감사결과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하고 관련 공무원 3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헐값 매각 의혹은 수사로 밝혀지겠으나 더 큰 문제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지원할 업무지원시설에 사실상 아파트나 다름없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들어선 것이다. 이 부지는 2003년부터 킨텍스 활성화를 위한 공항터미널·무역센터·업무시설 등 마이스(MICE) 산업 육성에 필요한 지원시설만 들어설 수 있도록 용도가 특화된 지역이다.

최성 전 시장이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변경하여 일산의 고부가가치 산업, 일자리 창출 기반을 없애 버린 것이다.

▲ 고양시는 경기북부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빅 픽처(Big Picture) 그려야.

고양시를 비롯한 경기 북부지역 10개 시·군은 금융, GRDP(지역 내 총생산) 모두 열악하다. 경기 북부 지역의  2021년 12월 말 기준 은행 수신액은 51조 원(고양시 21조 원)으로 경기전체 31개 시군의 17.9%(고양시 7%) 수준으로 아주 낮다. 또 같은 시기에 여신액은 87조 원(고양시 35조 원)으로 19.4%(고양시 8%)로 비중이 아주 작다.

한편 경기도 전체 GDRP는 373조 원으로 전국 1위(전국의 23%)인데 고양시(16조 원) 등 경기 북부 10개 시군은 59조 원으로 경기도의 18%로 매우 낙후되어있다. 고양시가 경기북부의 경제 중심으로 역할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고양시는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분석하여 올바른 해결 방법을 찾으려 노력해야 하는데 그동안 고양시가 보여주기식 행정에만 치중하지 않았는지 통렬하게 자성해야 한다. 다행히 고양시는 산업시설 등 개발이 부족하여 역설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누리고 있다. 1인당 공원면적은 20.8㎡로 높은 편이다.

그리고 방송 밸리, K-컬처밸리 등이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추고 있어 디지털 혁명 시대에 필요한 일부 기초를 확보한 상태다. 고양시는 지리적으로 경기도는 물론이고 인접한 서울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열악한 재정을 보충하고 역동적인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과 행정지원이 절실하다.

▲ 리노베이션(Renovation)이 필요한 고양시

필자가 고양시의 문제를 파악하면서 발견한 것은 서울과 붙어있으면서 휴전선 인접, 경기북부 중심, 인천공항 근접 등 지정학적 여건과 디지털 시대, 플랫폼 시대 등 지경학적 관점, 중앙의 돈과 힘이 분산하는 분권 시대에 맞추어 리노베이션(Renovation) 해야 한다.

고양시의 장점인 쾌적한 환경을 살리면서 적합한 고부가가치 디지털 산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어야 한다. 고양시는 기존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도시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가오는 6월 1일 새로운 고양 특례시 시장이 선출된다. 민주당은 29일 후보가 결정 나고 국민의힘은 이동환 후보로 확정되었다. 과연 12년 독주는 깨질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나타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고양시 리노베이션(Renovation) 전략'을 추가로 실을 예정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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