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키 잡은 이창용…물가·가계부채·성장 '난제' 수두룩
통화정책 키 잡은 이창용…물가·가계부채·성장 '난제' 수두룩
  • 김현주
    김현주
  • 승인 2022.04.21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21일 공식 취임하지만, 축하를 받기에는 당장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통화신용정책의 수장으로서 우선 10여 년 만에 4% 이상 뛴 물가를 잡아야 하고,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의 증가세도 확실하게 꺾어야 한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성장 둔화도 방치할 수 없다.

한은 내부 개혁을 통해 추락한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조직 활력을 되찾는 임무 역시 이 총재의 몫이다.'

◇ 역대급 인플레 압력…"인기 없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그널"

최근 갈수록 커지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대응은 물가안정을 제1 목표로 삼는 한은과 이 총재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숙제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4.1% 뛰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같은 달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에 이르렀다. 한 달 새 0.2%포인트 또 올랐는데,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이 총재도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물가 상승 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그널(신호)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당분간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려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0.25%포인트(p)가 넘는 기준금리 인상, 이른바 '빅 스텝'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관련 질문에 "아직 (빅 스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빨리 올라갈지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의 물가 억제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물가 상승이 금리로 조절할 수 있는 수요 측 요인이 아니라 전쟁, 공급 차질, 임금 등 비용과 생산 측 요인의 인플레이션인 만큼 성급한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는 잡지 못하고 자칫 경기 하강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도 청문회에서 "지금 물가 상승의 많은 부분은 유가, 서플라이체인(공급망), 곡물가 등 공급 측면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를 올렸는데 왜 물가가 안 잡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지만, 이렇게 금리로 반응하지 않으면 물가가 더 빠르게 올라갈 위험이 있어 조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가계빚 1천862조원 '역대최대'…"고통스러워도 지금 안 막으면 더 큰 피해"

가계부채 측면에서도 이 총재는 앞으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862조1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 1천755조8천억원에 이른다.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의원들의 서면질의에 "부채 증가 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은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금융·경제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경기·물가 상황에 맞춰 완화적 정책들을 정상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은은 금리 조정 시그널(신호)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가계 부채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도 "만약 지금 막지 못하고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면,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작년 8월 이후) 네 차례 올렸는데, 지난해 12월 이후 가계대출이 약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다가 정체 상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금리가 올라가면, 고통스럽지만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상승률은 꺾일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 등과의 소통과 조율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도 관련돼 있어 금리로 시그널을 주는 건 중요하지만 한은의 금리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구조·재정·취약계층 문제 등을 고려해 종합적 솔루션(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경기 하방 위험도 커져…"경기 크게 둔화하면 금리 인상 조율"

그렇다고 금통위가 물가와 가계부채에만 초점을 맞춰 지나치게 빨리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안한 경기와 성장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총재도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 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 중국에서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국내 물가의 상방 위험 뿐 아니라 경기의 하방 위험도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청문회 답변 과정에서 물가·가계부채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성장 추세가 이어진다면", "경기 속도가 크게 둔화하면 그때그때 조율하겠지만" 등의 조건과 전제를 달았다.

따라서 향후 이 총재와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상(통화정책 완화 정도 축소) 기조를 유지하되, 성장률 추이 등을 봐가며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중장기적 저성장 가능성도 여러 차례 제기한 만큼, 통화정책 결정과 한은의 연구 과정에서도 관련 우려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청년 실업과 노인 빈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켜 장기 저성장을 초래할 우려가 커졌다"며 "관련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한은 노조 "56%가 신임 총재에 긍정적…패배주의 물든 조직문화 쇄신해달라"

한은 조직·인사 혁신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한은은 조직문화 개혁을 위해 지난해 맥킨지에 의뢰해 진단을 받았는데,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에서 받은 이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조직 건강도는 100점 만점에 38점에 그쳤다.

전임 이주열 총재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 '수술'에 나서지 못한 채 떠난 만큼, 보수와 복지를 비롯해 전반적 조직문화에 대한 한은 직원들의 고조된 불만은 결국 신임 총재가 달래야 한다.

이 총재도 청문회에서 "한은을 우리 경제를 가장 잘 아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직원들이 맡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준비된 안을 토대로 조기에 실행하면서 변화를 가져오도록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은 노조도 '이창용 신임 총재에 큰 기대를 건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설문조사에서 조합원의 56%가 총재 취임에 긍정적이었다"며 "패배주의에 물든 조직 문화를 쇄신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국가·지방자치단체·민간부문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활용도 높은 개방형 조직이 되도록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