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통령 후보들의 재정에 대한 오류와 착각
[칼럼]대통령 후보들의 재정에 대한 오류와 착각
  • 정성남 기자
    정성남 기자
  • 승인 2022.03.0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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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편집 정성남 기자]공약 수행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는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이다. 국가 재정이 대선의 쟁점이 되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 만큼 실질적인 것은 없다.

그런데 국가 재정에 대한 대통령 후보들의 인식의 수준과 방향에 대해서는 엄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진단이 제대로 된 해법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선관위 주관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같은 토론에서 IMF가 한국의 적정 국가부채 비율이 GDP 대비 85%라고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포항 유세에서 성인지 예산 30조원 중 일부만 떼어내도 핵위협을 막아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안철수 후보는 코로나 19 위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원을 코로나 특별회계를 만들어서 조달하면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국가부채를 줄여야 한다거나, 늘여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핵위협 대응 예산이 좀더 필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은 정치 노선과 관련된 것이고 정책의 우선 순위와 관련된 것이다.

하지만 거짓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IMF가 적정 국가부채비율을 말한 적이 없고, 성인지 예산이 일부를 떼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특별회계는 국가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대통령 후보들이 거짓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TV토론에서 IMF가 국가채무비율을 85%이내에서 너무 낮게 유지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주장했다. 국채 규모가 얼마나 적정한 것인지는 매우 뜨겁고 오래된 논쟁거리이다. 적정 국채 규모를 정하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국채 규모 및 비율의 상승률, 향후 세입 전망, 이자 부담 전망 등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의 적정 국가채무 비율이 얼마다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일 수 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IMF는 한국정부와 협의한 후 2018년에 발표한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위험수준이라고 판단되는 선진국 채무 비율이 85%라고 언급했다. 임계치에 가까운 맥락으로 쓰인 수치를 적정 개념으로 주장한 셈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 주장을 지난 1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펼친 바 있다. 수정이 필요한 주장을 반복적으로 한 셈이다.

윤석열 후보는 성인지 예산을 줄여 핵위협 방지에 사용하겠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인식에 근거한 잘못된 주장이다. 성인지예산은 줄이고 늘려서 어디에 쓸 수 있는 예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인지예산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하여 이를 예산 편성에 반영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예산의 혜택을 받고 예산이 성차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집행되었는지를 평가하여 다음연도 예산편성에 반영하는 제도이다. 성인지예산은 여성을 위한 별도의 예산이 아니다. 이미 편성된 예산을 분석해 여성과 남성, 그리고 각 성별의 다양한 집단에 대한 예산의 차별적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2021년 성인지예산 규모는 27조원 정도이다. 분석대상이 27조원 규모라는 것이지 27조원의 사업이 별도로 편성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성인지 예산을 줄인다는 것은 예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대상 사업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성인지예산 분류 문제점을 지적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보고서가 예산 낭비 사례 지적인 것처럼 호도되는 기사가 나올 때만 하더라도 재정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기자들의 오보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성인지 예산을 이해하지 않고 있다는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안철수 후보는 부가세 중 10%, 개별소비세 중 10%, 사업 재조정 등을 통해 3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특별회계를 만들면 국채 발행 없이 필요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별회계는 특정 사업을 추진하거나 특정한 자금을 운용하고자 할 때 일반 회계와 구분하여 따로 설치하는 회계를 말한다. 별도의 주머니로 관리한다는 의미이다. 안철수 후보는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30조원 정도를 별도로 관리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들어오는 돈의 규모가 같고, 써야할 돈의 규모가 같다면 주머니 하나에서 쓰던, 따로 관리하던 부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 주머니에서 쓰던 30조원을 주머니를 따로 만들어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회계의 규모도 정확하게 계산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2020년 부가가치세 65조원, 개별소비세 9조원으로 두 세수의 10%는 7조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23조원은 일반회계에서 다른 사업을 줄이고 가져올 수밖에 없다.

안철수 후보가 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며 제시한 코로나 19 특별회계는 작동할 수 없는 설계이다. 그냥 이쪽 주머니의 돈을 다른 주머니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궁금한 것은 이런 거짓 설계를 왜 대통령 후보가 공개적으로 제안하도록 내버려 두었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관훈클럽 토론과 TV 토론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었다. 누구도 안철수 후보에게 특별회계의 개념과 숫자의 적실성을 조언하지 않은 것이다.

한 개인은 모르거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후보는 개인이 아니기 때문에 모르거나 실수해서는 안된다. 백번 양보해서 후보도 한번 모르거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주장을 반복해서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제도와 사실에 대한 이해에 기초해 재정과 관련한 정책이 제안되고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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