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정 칼럼] 모든 전쟁은 언론의 거짓말에서 비롯됐다
[목수정 칼럼] 모든 전쟁은 언론의 거짓말에서 비롯됐다
  • 목수정
    목수정
  • 승인 2022.02.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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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누굴 위한 선택인가?

며칠 전, 세상 사람들은 기록적으로 긴 탁자의 양쪽 끝에 마주앉은 푸틴과 마크롱의 사진을 접할 수 있었다. 사진 속 탁자는 코믹할 정도로 길어서 대부분의 포털 창엔 양쪽 끝에 앉은 두 사람이 잘린 채 흰 탁자만 보이는 사진이 걸려있을 정도였다. 이는 코로나 혹은 동계올림픽에 쏠린 시선이 잠시나마 모스크바로 향하게 만든, 정치적 연출이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속에서 해법을 제시하며 정치적 체급을 높여 보려한 마크롱을 제물로 러시아는 긴 탁자를 통해 나토와 그들의 시각차, 해결사를 자임한 마크롱을 향한 시선을 드러냈다.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마크롱 앞에 그를 맞이하는 어떤 공식적 의전도 없었다는 사실이 더해지며 썰렁한 긴 탁자가 방역을 위한 선택이란 해석은 설득력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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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모스크바에서 회담 중인 블라지미르 푸틴(좌)와 엠마누엘 마크롱(우)

공교롭게도(!)같은 날, 워싱턴에서는 바이든이 독일 총리 올라푸 숄츠와 이글거리는 벽난로를 사이에 두고, 가깝게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도발적 발언을 꺼내놓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을 끊어버리겠다”. 이 얘기를 들은 숄츠 총리는 난색을 표했다. 러시아로부터 유럽이 가스를 공급받는 파이프 라인이 끊기면 손해를 보는 쪽은 누굴까? 분명한 사실은, 미국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러시아와 유럽 모두 그 파이프 라인을 통해 서로의 이해를 주고 받는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그들 역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공존해 온 것이다.

마크롱과의 회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분쟁에서 타협을 찾고 군사적 고조를 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 러시아-나토 전쟁엔 승자가 있을 수 없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이뤄진, 이 두 개의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다. 전쟁을 향한 엑셀을 밟고 있는 나라가 어느 쪽인지.

이날의 논의에 대해 국내 언론들이 뽑은 기사 제목들을 보자.

바이든 “러시아, 2월에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뚜렷” - 한겨레

바이든 "러시아, 우크라 침공시 러~독 잇는 가스관 끝내버릴 것" - 중앙

우크라이나 침공설, 푸틴은 무엇을 노리나? - KBS

전쟁의 정당성을 말하기 위해 처단해야 할 악의 무리가 있음을 지목하는 언론들은 사건을 하나의 관점에서 제시한다. 그것은 러시아도, 유럽도, 우크라이나도 아닌 오직 미국의 관점이다. 침략을 하는 쪽은 러시아이며,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구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우리가 익숙히 들어온, 지구촌의 수호자(!) 미국이 주인공인 시나리오다. 세상엔 물론 이 사안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도 존재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있느냐”는, 한 프랑스 기자(CNEWS)의 질문에, 푸틴은 "러시아가 나토의 국경을 침범한다고 말하는 것은 비논리적인 말이다. 상황은 정반대다 [...] 프랑스가 러시아와 전쟁하기를 원하는지 프랑스 국민들에게 물어보시라” 응수하며,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그에 상응한 반응을 할 것”이라고 답한다.

러시아는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유럽의 그 어느 나라도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것임을 그는 환기시킨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는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입장에선 미국의 군사 블록이 턱밑에 무기를 들이대며 들어앉는 걸 의미한다. 미국의 군사적 패권이 한층 강화되는 것은 러시아에게만 불편한 일일까? 미국이 더 큰 힘을 가질수록, 인류는 더 많은 환란과 전쟁을 겪어왔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60여년간, 세계 150개 이상의 지역에서 약 250개의 전쟁이 발발했으며, 이 중 200개 이상의 전쟁이 미국에 의해,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일어났다. 강화된 군사력은 오로지 힘을 발산하고 도약할 기회를 찾을 뿐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양쪽으로부터 적당 거리를 유지하며 중립 지대로 남는 것은,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과 세계 대부분의 평화를 위한 선택이겠으나, 그런 선택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현재 입장이다.

2월7일 백악관에서 회담을 나누고 있는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와 미 대통령 바이든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존재 이유

나토는 소련의 군사적 팽창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1949년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 사이에 맺어진 “군사 동맹”으로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이에 맞선 소련과 동구권의 군사 동맹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더불어 나토의 해체도 거론되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토는 이후, 덩치를 더욱 키워 1949년 12개이던 가입국이 현재 30개국으로 늘어났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진영이 체제 경쟁을 벌이던 시기가 종료되었음에도, 팽창을 멈추지 않는 미-유럽군사동맹의 목적은 어디 있을까? 러시아와 넓게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같은 언어, 종교, 문화를 가진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를 주적으로 삼는 군사동맹으로 묶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과연 평화일까? “캐나다 혹은 멕시코에 러시아가 로켓을 가져다 놓는다면 미국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반문하는 푸틴의 말을 역지사지해 볼 필요가 있다.

스위스 언론인협회 전회장이자 <러시아와 서방, 천년의 전쟁>의 저자인 기 메탄(Guy Mettan)이 13일, SNS에 올린 글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다수 유럽인들의 시선을 잘 대변한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NATO와 러시아 사이의 긴장에는 역사적 현실을 왜곡하는 정보 전쟁이 뒤따른다. 1991년 러시아가 소비에트 연방을 해체하고, 바르샤바조약기구도 해체되었을 때, 미국은 고르바쵸프에게 NATO는 한 뼘도 더 동쪽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이 때 독일 통일과 러시아 군대의 동유럽으로 철수에 대한 동의가 그 대가로 요구되었다.

그러나, 네오콘 보수주의자들의 상승과 함께, 빌 클린턴 대통령은 그 약속을 무시하기로 결정하고 1997년, 새 회원국들을 받아들여 NATO를 동쪽으로 확장한다. 브레진스키는 “우리가 시간을 끌수록 러시아의 반발은 더 커질테니 빨리 결단하라”며 클린턴을 압박했다.

그는 ”위대한 체스판“이라는 책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장악해야하는 절대적 이유를 역설하기도 했다. 조루,주 케넌(미외교관, 정치역사학자)은 1997년 뉴욕 타임즈에서 폴란드, 헝가리, 체코의 나토 가입에 대해 "이는 냉전 이후 미국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며 러시아에서 반서방, 민족주의적 경향을 불붙일 것"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이후 미국은 거짓말과 조작을 동원, 여러나라를 공격했다.

1992년 유고슬라비아 분할, 1999년 세르비아 폭격, 코소보 분리,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3년 이라크 전쟁, 2011년 리비아 공격 (…) 미국과 NATO는 전쟁을 무릅쓰고, 약속을 어기며 공격적인 길을 갈 수 있겠으나, 적어도 대중은 유럽에 야기될 혼란의 진정한 원인에 대해, 왜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거기에 도달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

“모든 전쟁은 언론의 거짓말의 결과다”

위키리크스의 창시자 줄리안 어산지는 전쟁과 관련해서 이런 말을 했다.

“지난 50년 동안 일어난 모든 전쟁은 언론의 거짓말의 결과였다. 미디어는 정부의 선동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리서치를 통해 막후의 진실을 대중에게 전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중은 근본적으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이 전쟁을 받아들에게 하기 위해선 그들의 생각을 조작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건강한 언론환경을 가졌다면,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평화의 첫번째 적은 무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거다. 그것을 알 때만 우린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무지를 선동하는 자는 누구인가? 정부다. 그들은 비밀을 유지하려 하고, 동시에 선동을 위한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 바로 그떄 언론들이 동원된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의 기밀을 폭로한(2010) 그는 미국 정부에 의해 1급 수배 대상으로 지명됐고, 현재 영국 감옥에 수감중이다.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가 숨겨져 있다는 거짓 선동으로 벌인 전쟁에서 미군이 자행한 이라크 어린이, 여성, 언론인 등에 대한 학살과 범죄들을 그는 폭로했지만, 전범들은 처벌받은 바 없고 진실을 말한 사람만 죄인이 됐다.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나오고 있고 승자들은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단 차원에서 현재의 팬데믹은 계급간에 벌어진 3차 세계대전이라 불릴 만하다. 이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서도 언론은 진실을 조작하고, 그들의 조작을 폭로하는 사람들 입에 재갈을 물리며 대활약했다. 그들의 반복되는 선동에 눈뜨지 않는 한, 우린 영원히 그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전쟁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다.

해방된 한반도를 가른 분단 또한, 동아일보가 저지른 끔찍한 왜곡 보도를 발단으로 빚어진 혼란의 결과였던 것처럼. 1945년 12월 27일 동아일보 1면에 실린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 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점령”이란 보도는 12월1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3상회의의 결론을 완벽하게 뒤집어 보도한 왜곡보도였다. 신탁통치를 원한 것은 미국이었다. 거짓 언론은 심판받지 않았고, 한반도의 운명은 거짓언론과 그들을 사주한 권력이 벌인 조작으로 많은 피를 흘렸다. 평화의 가장 큰 적이 무지라면, 가장 큰 원군은 진실이다. 진실은 그것을 찾고자 사람들에겐 반드시 모습을 드러낸다. 난 진실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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