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金維政) 개인전《붉은 공기와 모서리 잔상 (Red air and afterimage of edge)》
김유정(金維政) 개인전《붉은 공기와 모서리 잔상 (Red air and afterimage of edge)》
  • 이준규
    이준규
  • 승인 2021.10.2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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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4.thu. - 10.24.sun. 금호미술관 B1화~일 10:00 ~ 18:00, 후원  서울문화재단

2021.10.14.thu. - 10.24.sun.

금호미술관 B1

화~일 10:00 ~ 18:00

후원  서울문화재단

 

《붉은 공기와 모서리 잔상 (Red air and afterimage of edge)》

                                                                                                                                          김유정 작가

 

나는 프레스코화, 식물을 이용한 공간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각적 촉각적 실험과 다채로운 공간 연출을 선보여왔다. 

그렇게 함으로써 식물과 인간의 지배 관계, 사회화된 식물성을 작품 속 주제로 드러내며, 인간이 창조한 인공적인 자연에 투영된 사유와 그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사회 속 개인의 모습에 천착해 왔다. 틸란드시아(Tillandsia)에 덮인 장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오브제들은 인간의 내밀한 영역에 침투한 식물의 폭력성과 잠식성을 표현하며 마치 원시로 돌아가 버린 문명의 종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관람객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동시대 식물의 존재론적 위치, 즉 인간에 의해 돌봄을 받아야 하는 기생 관계 형성의 아이러니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랫동안 물성과 기법의 연구로 천착해 온 프레스코 회화만 한정 짓지 않고 새롭게 시도한 아크릴화, 사진 작업, 자개장 서랍 라이트박스를 오브제로 가져온 입체 설치물, 틸란드시아 식물설치 등으로 확장하면서 다양한 매체를 시도하였다. 

 

그간에 회화를 통해 은유적으로 작가의 사유와 단상을 표현한 것에 더하여 현재는 살아가면서 개인 시대의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드러내며 작가의 내적 언어를 표출하는 데 집중하게 되고, 표현에 적합한 도구로서 매체를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도구로서의 식물, 도구가 된 매체로 구현된다.

《붉은 공기와 모서리 잔상 Red air and afterimage of edge》는 신작<숨어든 무리>(2021)에서 작업의 소재가 된 핑크 뮬리(Pink Muhly Grass)의 낯설고 오묘한 분위기의 붉은 기운에 매료되면서 시선을 자극하는 동시에 그 생경함으로 인해 관광지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시선을 잡아끈다. 나는 붉은 갈대의 강렬함에 이끌려 그곳의 기운을 체감하며 정주하기보다는 흩어지거나 마치 기체처럼 부유하고 유동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고자 하였다. 

핑크뮬리는 유입된 시물로 한국에서는 토종을 교란시키는 유해식물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과 실제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는 것에 주목한다. 이 존재는 시선을 끄는 장치이자 도구로서 자연으로 지금의 환경과 생태계가 만들어낸 바이러스를 상기시킨다. 회벽에 각인한 독특한 표면의 선각적 텍스쳐로 드러나는 프레스코화는 지난한 노동과 사유의 과정을 통한 행위로서의 회화이다. 

미세한 요철들의 스크래치 기법은 치유를 갈망하는 상처받은 현대인들의 삶을 표현하는 기법적 은유이자 삶 그 자체이다. 또한 작품 프레임 안에 재단된 ‘인공화된 자연’ 혹은 ‘도시화 된 자연’의 풍경은 인간의 욕망, 문명의 이기심, 도시주의에 갇혀버린 자연관, 화분과 같이 소모품이 되어버린 생명 등을 상징한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뜻밖의 장소에서 살아가는 주목 받지 못하는 식물들 <정글의 가장자리>(2021)에 눈길이 가면서 그 모습을 지속적으로 관찰하였으며 <높은 의자>(2021)은 기이한 시선으로 바라본 대상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사진기록이다. 

리싸이클 작업으로 존재의 수명을 다해 버려진 자개장 안의 서랍은 <재생_숨>(2021)으로 재순환 과정을 통해 새롭게 가구로 탈바꿈된다. 인공적으로 재현된 자연은 음영과 농담의 깊이를 더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각자가 기억하는 심리적 풍경이기도 하다. 또한 바닥과 천장이 맞닿는 공간에 이어지면서 위태롭게 늘어진 공기 중 수분을 먹고 자라는 뿌리 없는 틸란드시아는 식물 조형 <흐르는 탑>(2021)에서 보호와 장식을 위해 시공간을 기억하는 존재이자 매개체가 된다. 

그 사이로 살아있는 식물로 위장한 인조 화분이 프레임 안에 갇혀 회화처럼 보인다. 이번 전시는 인간을 유인하고 모이게 하는 도구이자 플랜테리아 인테리어로 전락한 특정한 장소와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의 식물의 모습을 통해 인간과 식물의 관계를 다시금 상기시키면서 공간의 반경이나 서식지의 조건에 맞게 살아내는 식물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다. 

또한 <사이 섬> (2021)에서 도시적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보호와 힐링의 대상으로 쓰이다가 때로는 버려지는 장치이며 끊임없이 생존에 필요한 요소들을 유지하려는 인위적인 조건들이다. 환유적 자연과 생명은 소모품이자 연구의 대상이고 전시 가치로 채워진 소비사회의 또 다른 단면이다. 

 

이렇듯 인간 세상에 맞도록 그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면서 만들어진 전이된 식물은 인간 중심의 관점으로 생성된 도시 안에서 인간의 욕망을 채우거나 위안을 주는 존재이자 환경을 변화시키는 존재로서 위태롭거나 모호하고 규정할 수 없는 잔상을 남기며 어떤 힘 있는 중간자로서 그 숨은 세력을 뻗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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