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 칼럼] (2)작은 도둑 그리고 대장 도둑 잡는 법
[박대석 칼럼] (2)작은 도둑 그리고 대장 도둑 잡는 법
  • 박대석
    박대석
  • 승인 2021.10.0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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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며 궤짝을 여는 작은 도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끈으로 꼭 묶고 고리에 자물쇠를 단단히 채워야 한다. 이것이 이른바 일반 세상의 지혜다. 그러나 대장 도둑이 들면 곧 궤짝을 짊어지고 상자째 둘러메고 달아난다. 그런데 도망가면서 오직 둘러 멘 상자의 끈과 자물쇠와 고리가 견고하지 않은 것만을 걱정한다. 그러니 세상에서 말하는 지혜로운 사람이란 바로 대장 도둑을 위하여 재물을 쌓아 놓은 꼴이 되지 않겠는가?"

장자(莊子), 거협(胠篋) 편 첫머리에 있는 말을 몇 자만 요새 말로 바꿨다. 큰 도둑질 한 후 튀면서 돈 가방 터질까 봐 걱정한다 하니 역시 장자다운 표현이다.

대장동에 483명 땅 주인들은 반값에 땅을 내주어야 했고, 그 땅에 지은 아파트를 6,000명은 비싼 값에 사야만 했다. 그렇게 털린 돈이 6천억 원이 넘어 앞으로 얼마가 될는지 모른다고 하니, 터 이름답게 대장 도둑에게 털린 셈이다. 땅을 지킨 사람, 나중에 땅을 산 사람, 아파트를 산 사람 모두 지혜롭게 경제활동을 하여 모은 재산을 대장 도둑을 위해 모아 놓은 꼴이 되었다. 챙긴 도둑들은 누구 금 궤짝이 작냐 크냐로 뺨까지 치고받으며 다투었다고 한다.

이 정도만 해도 통탄할 일인데, 장자가 바로 한마디 더 거든다.

"세상에는 나쁜 일을 하는 데도 큰 지혜를 가진 자들이 있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은 그를 대비하지만, 결과는 그를 위하여 도와주는 꼴이 되는 일이 많다."

땅을 헐값에 사들일 때는 공영이고, 땅을 팔 때는 민간으로 보이는 큰 지혜를 내어 설계를 잘 하였으니 작은 지혜를 가진 이들은 용뺄 재주가 없고 안 당할 수 없다. 여기서 용이란 새로 돋은 사슴의 연한 뿔을 말한다. 여기서 끝낼 장자가 아니시다. 또 한마디 툭 던지신다.

"제후는 성인의 법도를 따라 나라까지 훔쳐 영화를 누린다. 이처럼 큰 도적을 이롭게 만든 것은 성인의 잘못이다. 도적들도 결국 성인들이 말하는 '도'를 따라 도둑질을 하므로 성인이란 도적들의 보호자이다. 성인이 없어져야 도적도 없어져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중국의 제후는 한국의 큰 지역 도지사 정도는 될 것이다. 그 제후가 나라를 훔쳐서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것은 성인들이 가르쳐 준 대로한다는 뜻이다. 이왕 벌어진 일 덮으려면 세상을 잡아야 한다. 왜냐하면, 허리띠 고리를 훔친 자는 처형을 당하지만, 나라를 도적질 한 자는 큰 제후가 되어 죄를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한 나라 도둑질은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2,500년 전 장자는 알고 계셨다.

공자님, 예수님, 노자님, 소크라테스 님, 부처님의 말씀 등 좋은 말을 모두 달달 외워 출세한 분들이 장자가 말한 오늘날 현실에서 말하는 성인일 것이다. 대법관과 선거관리원장을 하신 분, 페라리 빌려 타시고 특검으로 큰 칼 휘두르신 분 등 성인 반열에 오른 분들이 대장 도둑을 음으로 도우셨다. 이제 합세하여 나라를 차지하는 일만 남았다.

장자는 정치 지도자 되기를 자청하는 자들이 낸 잔머리 지혜가 하늘, 물속 숲 속과 사람 사는 땅을 얼마나 어지럽게 만드는지도 소상하게 말해준다.

" 활 · 쇠뇌 · 그물 · 주살 · 덫 · 올가미 등의 지혜가 많게 되자, 곧 새들은 하늘 위를 어지럽게 날게 되었다. 낚시 · 미끼 · 그물 · 전지 그물 · 투망 · 통발 등의 지혜가 많아지자, 곧 물고기들은 물속을 어지러이 헤엄치게 되었다. 덫 · 함정 · 그물 등의 지혜가 많아지자, 곧 짐승들은 늪 속을 어지러이 뛰어다니게 되었다. 지혜·거짓 · 속임수 · 원한·위선 · 교활 · 궤변 · 논쟁 · 의견의 차이 등이 많아지자, 곧 세상의 습속은 이론에 미혹되게 되었다. 그러므로 세상은 언제나 크게 어지러운데, 그 죄는 지혜를 좋아하는 점에 있다."

"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가 알지 못 하는 일은 추구할 줄 알면서도, 그가 이미 알고 있는 일은 추구할 줄 모른다. 모두 그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은 비난할 줄 알면서도, 그가 이미 좋다고 생각한 일에 대해서는 비난할 줄 모른다."

" 그래서 크게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위로는 해와 달의 밝음을 어기고, 아래로는 산과 내의 정화(精華)를 녹여 버리고, 가운데로는 사철의 변화를 무너뜨렸다. 숨 쉬며 움직이는 벌레나 날아다니는 새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의 본성을 잃게 되었다. 심하도다, 지혜를 좋아하는 것이 이토록 천하를 어지럽히게 되다니!"

여기서 말하는 지혜란 큰 도를 알지 못하고 눈앞에 영달을 위한 정치적 잔꾀를 말한다고 필자는 본다. 대장 도둑에 간언하다가 몸이 형륙(刑戮) 당한 유명한 현인 네 사람이 있다.

관용봉(關龍逢)은 걸왕(桀王)에게 간하다가 참살(斬殺)되었고, 비간(比干)은 주왕(紂王)에게 간하다가 가슴을 찢겨 죽임을 당했으며, 장홍(萇弘)은 영왕(靈王)에게 간하다가 창자가 끊겨 죽임을 당했으며, 오자서(伍子胥)는 부차(夫差)에게 간하다가 시신이 물속에서 썩게 되었다.

장자는 자기가 모신 주군에게 바른말을 하다 잔혹하게 죽은 네 사람의 현명한 사람조차도 대장 도둑을 도와준 꼴이라고 하였는데, 대장동 현인들은 간언은커녕 대장 도둑 뒷배를 봐주며 몰래 뒷거래를 한 자들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장자가 겨우 필자 같은 작은 생각으로 하는 해석 정도로 이런 깊은 말을 놓으셨을 리는 없다. 아마도 사람이 우주라는 거대한 조화 속에 살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사회악이 된다. 못된 정치인이 교묘히 사람을 현혹해서 악을 제도적으로 자리 잡게 하면 지식, 도덕, 종교로 고치려 해도 되지 않는다. 그 정치라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통째로 먹어 치우는 큰 도둑질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말이리라.

지금 항간에 큰 파문을 일으키는 게이트를 보노라면 2500년 전 장자 손바닥에서 놀고 있다. 잔머리 내서 설계 잘하여(?) 많은 사람 돈 누구에게 챙기게 해주고, 그 돈 모아 권세 있는 자 불러 모아 뒷배를 보게 하였다. 해보니 별것 아닌 듯 큰 욕심 생기고, 또 6천억 원 이상의 작은 도둑 덮으려면 나라를 차지해야 한다.

그러나 거창한 세상 만들 것처럼 ‘대동의뜰’이라는 허상의 그림을 보여주며 사탕발림과 갈라치기 선동으로 잠시 사람을 현혹할 수는 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도 하는 양을 보노라면 이미 가진 그릇, 자기 분수를 넘어선 지 이미 꽤 되어 보인다. 주변에 따르는 이들도 진짜 속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순간 십리 밖으로 모두 도망간다. 그런 일 실제 많이 목격하고 경험했다.

아무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는 어제보다 나아지려고 힘을 모야 옳은 방향으로 진보해야 한다. 그리고 도둑 그것도 대장 도둑을 뻔히 보면서 잡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대장 도둑 잡는 오직 하나의 방법은 모두 목소리를 같이 내어 “도둑이야!”하고 소리치는 일이다. "대장 도둑 잡아라!"

'바보새 함석헌' 선생께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1년 10월 씨알의 소리 5월호에서 하신 말이다. 아무리 도둑이라도 양심은 있다. 제 양심을 먼저 도둑 해내고 남을 도둑 하던 것인데, 이제 전체의 부르짖음으로 그 쫓겨났던 양심이 그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는 못 견딘다.

그런데 현실에서 약 사분의 일은 도둑이 아니라 하니, 두고 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중앙대 경영학 석사, 은행, 주택금융공사, 국제무역사 출신의 금융전문가

바른역사회복국민운동본부 사무처장 및 5개은행 연합회 사무총장 및 회장 역임. 

현, 한국디지털자산금융협회 설립추진위원장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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