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호텔 자리에 49층 정체불명 건물 신축…제2엘시티 논란
해운대 호텔 자리에 49층 정체불명 건물 신축…제2엘시티 논란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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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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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변 노른자위에 들어섰던 그랜드호텔.

24년간 관광특구 해운대를 대표하며, 해운대를 찾는 피서객의 추억이 담긴 이 특급호텔이 돌연 2019년 12월 31일 폐업했다.

폐업 직후 호텔은 서울 한 부동산개발회사에 매각됐고, 당시 호텔노조와 시민단체는 부동산 개발을 위해 호텔이 적자를 부풀려 '위장폐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시민들은 이때부터 관광객·시민 누구나 누릴 수 있었던 호텔 자리에 초고층 주거시설이 들어서 누구나 누려야 할 공공재인 바다 경관을 일부가 독식하는 제2의 엘시티가 탄생할까 우려했다.

그로부터 1년 9개월이 지나 이러한 우려는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 호텔 부지 매입 부동산개발회사 "49층 건물 짓겠다" 신청
그랜드호텔 부지를 매입했던 부동산개발회사 MDM 플러스는 올해 5월 해운대구청에 건축위원회 심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하 6층, 지상 49층짜리 2동, 최대 높이 157.9m 건물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숙박시설과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을 함께 짓겠다는 내용만 있을 뿐 숙박시설은 관광 용도인지 레지던스와 같은 생활형 숙박시설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심의신청서에는 구체적인 용도가 없을뿐더러 건축물 도서조차 첨부돼 있지 않았다.

당시 건축물의 용적률 완화 중첩 적용이 불가하다는 법제처 법령해석이 있었는데 이를 우려해 완성되지 않은 신청서를 급하게 구청으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행사의 건축 계획은 MDM플러스가 설계를 맡긴 건축사사무소가 지난해 7월 누리집에 올렸다가 삭제한 조감도와 유사하다.

당시 조감도에 설계된 건물은 모든 객실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하고 1만2천여㎡ 터에 지하 7층, 지상 49층, 연면적 21만4천262㎡'라고 소개됐다.

당시 시민단체는 이 조감도를 토대로 특급호텔 부지에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서면 관광특구 지위 상실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비판했었다.

옛 그랜드호텔 부지는 해운대구 우동1지구 단위계획구역에 포함된 지역으로 건축물 높이는 최대 90m로 제한되는데 시행사는 150m가 넘는 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건축계획을 세운 것이다.

여기서 부산시민들은 용적률과 건폐률 모두를 무시한 채 지어진 101층짜리 엘시티를 떠올린다.

엘시티는 애초에 관광리조트 형태로 추진됐지만, 주거시설(아파트) 허용, 높이 60m인 건물 고도 제한 해제, 투자한 외국인에게 거주 자격(F-2)을 주는 투자이민제 지정 등 많은 특혜 의혹이 불거졌고 이후 사실상 주거단지로 전락했다.

해운대구는 심의신청서 오는 9월 30일까지 보완을 요구했다.

◇ 해운대구 "법적 테두리 안에서"…시민단체 "지자체가 막아야"
그랜드호텔 바로 옆에는 수십 년 넘게 도시계획 시설상 주차장으로 묶여있던 곳이 있었다.

이 땅은 장기간 미집행돼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제 시행으로 지난해 6월 30일부터 더는 주차장 용도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땅 중 일부는 그랜드호텔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MDM이 호텔을 사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이 주차장 부지도 MDM 소유가 됐다.

일몰제 해제 직후부터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MDM은 올해 5월 2명에게 주차장 부지를 팔았다.

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두고도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호텔과 주차장 부지 모두 고밀도 개발로 주거시설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데 구청이 땅을 매입하거나 토지은행 제도를 이용해 일몰제가 해제되지 않도록 해서 난개발을 막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해운대구는 이런 우려에 그랜드호텔 일대 난개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주차장 부지는 당시 공시지가 기준으로만 290억원이었고 감정가는 이보다 훨씬 높았다"며 "재정적인 여건도 안됐고 일몰제 해제 시점 해운대구에 장기 미집행된 곳은 166곳이 있는데 여기보다 더 앞서 재정을 들여서 해결해야 할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호텔 부지였기 때문에 호텔이 들어오면 좋겠다는 게 구의 생각이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분양이 가능한 주거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것"이라며 "시민들 우려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시행사가 허가를 신청하는 것에 투명하게 모든 사안을 공개해 사회적 검증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일규 사무처장은 "높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들어올 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존에 호텔이 있었던 자리를 무시하고 생활형 숙박시설로 간다면 지자체가 법적 기준을 떠나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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