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국민을 개돼지로 본 KBS의 공론조사
[박한명 칼럼]국민을 개돼지로 본 KBS의 공론조사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5.3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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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공론화 논의 처음부터 다시 해야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얼마 전 KBS가 공론조사에서 국민참여단 79.9%가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올해 1월 친문매체 미디어오늘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의 정기조사에서 국민 4명 중 3명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와 정확히 반대의 결과다.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는 ‘지난 1월27일 KBS가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3840원으로 인상하는 조정안을 이사회에 상정한 것과 관련해 다음 중 어떤 견해에 더 공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반대한다’는 응답이 76%였고, ‘공영방송으로서 공적책무 강화를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모른다는 응답은 11%였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2018년 녹색소비자연대와 공동으로 실시해 공개한 TV 수신료 인식 설문조사에서는 84.3%가 'TV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다'고 했다. 

이번 KBS 공론조사 결과는 이미 두 달 전 예상했던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3월 (“꼼수가 느껴지는 KBS의 수신료 공론화 작업” “KBS의 ‘답정너’ 수신료 인상 꼼수”) 두 차례 글에서 KBS가 주도한 설문에 참여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숙의토론을 거쳐 나오는 조사결과는 KBS 입맛에 맞는 결과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왜냐하면 수신료를 올리겠다는 목표와 의도가 있는 집단이 주도해 만든 설문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은 대체로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들도 결국 KBS가 의뢰한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선정된 시민들로, 어떤 기준과 선발 과정을 거쳐 선정됐는지 일반 국민은 알 수 없다. 게다가 양승동 사장은 이미 3월에 조사결과를 예언이라도 하듯 낙관하지 않았나.

양 사장은 한국방송공사 창립 48주년 기념사에서 수신료 인상 문제에 관하여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상에서 반응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부정적인 의견들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나는 낙관적” “국민참여형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여론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꼼수로 수신료 인상 강행하는 KBS

어떤가? 일련의 시나리오대로 짜맞춘 듯한 결과가 나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KBS가 실시한 숙의토론이란 것도 그렇다. 미리 학습하고 토론한다는 의미의 숙의토론을 위한 내용들이 하나같이 수신료 인상 당위성을 강조한 것들이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KBS가 국민참여단을 학습을 통해 세뇌한 후 설문조사를 실시해 국민참여단 79.9%가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숙의토론 방식의 공론조사가 공정하려면 숙의토론 평가 내용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언론 보도에 의하면 KBS가 구성한 문항들은 KBS가 그동안 대외적으로 강조한 내용들이다. ▲수신료 비인상 기간 ▲수신료 인상 추진 횟수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해 수신료를 인상하는 국가 ▲KBS가 공적책무 사업을 확대하고 재무구조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산출한 수신료 등이 '숙의정도 평가' 문항이라고 한다. 

이런 문항들은 우리나라 수신료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얼마나 저렴하며 물가 상승에 따라가지 못하고 수십 년 간 2500원에 묶인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인식하도록 하는 내용들이다. 이런 학습을 통해 수신료 인상 찬반 여부를 물으니 당연히 찬성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만약 설문 문항에 KBS가 역대 정권에서 어떤 편파, 오보 논란을 일으켰으며 하는 일 없이 연봉 1억 이상을 받는 직원이 얼마나 많은지 등 방만경영 적자해소를 위한 노력을 얼마만큼 했는지 등을 골고루 넣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아마 국민 대부분이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는 다른 여론조사기관 결과와 비슷하게 나왔을 것이다. 반드시 올리겠다는 꼼수에서 나온 KBS의 수신료 공론화 작업은 처음부터 틀렸다.

수신료 문제가 정 급하다면 KBS는 이 문제에서 완전히 손 떼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제3자 주도로 다시 해야 한다.

특히 KBS 양승동 사장은 “자기들 입맛대로 했으니 저런 결과가 나왔다” “수신료 인상 반대 내지는 폐지가 답”이라고 분노하고 조롱하는 보통 국민 여론부터 살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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