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디딤돌 '남북한 어문 규범의 변천과 과제' 출간
통일의 디딤돌 '남북한 어문 규범의 변천과 과제' 출간
  • 박규진 기자
    박규진 기자
  • 승인 2021.05.0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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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규 교수 "남북한의 어문 규범은 일제 강점기 조선어학회에서 만든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규진 기자]남북한 어문 규범 통일이 어떻게 남북통일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해 약속된 도구다. 언어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뜻을 확인한다. 남과 북은 70년 넘는 분단으로 이질화가 심해졌지만 여전히 공통점은 많이 남아 있다. 

그 중 하나이자 가장 본질적인 첫 단추가 언어다. 특히 남북한의 말과 글을 규정한 어문 규범은, 1933년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 마춤법 통일안>을 기초로 하여 각자의 현실과 언어관에 맞춰 발전해 왔다. 

고려대출판원은 '남북한 어문 규범의 변천과 과제(이관규 지음, 448쪽)를 출간했다. 

이 책은 조선어학회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을 중심으로 남북한의 맞춤법, 띄어쓰기법, 발음법, 문장 부호법, 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 등 모든 어문 규범의 역사적 변천 과정과 실제 사용례를 꼼꼼히 살펴본 다음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어문 규범 통일안을 제안한다.

남북한은 각자 사용하는 말을 한국어 혹은 조선어라 부르지만, 당연히 같은 뿌리의 같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 70년의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그 시간만큼 부분부분 사소한 차이도 많이 생겨났다. 더 늦기 전에 이를 수시로 바로잡고 소통시킬 준거가 필요하다. 그 점에 특별히 주목한 이 책은 통일을 위한 여러 준비 중 하나로 남북 어문 규범 통일안을 제시한다.

이 책을 저술한 고려대학교 이관규 교수는 머리말에서 "다행히도 남한과 북한이 갖고 있는 각각의 어문 규범은 공통점이 무척 많다. 이질적인 점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구체적으로 "맞춤법, 띄어쓰기법, 문장 부호법 같은 것을 보면 대체로 공통되는 점이 무척 많다. 차이가 나는 점이 있긴 하지만 그리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예컨대 북한에서는 두음법칙이 적용이 되지 않은 ‘리발관’을 사용한다. 즉 북한에서는 단어의 첫소리에서 ‘ㄹ’ 발음을 하니까 그대로 표기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띄어쓰기가 남한은 띄어 쓰고 북한은 대체로 붙여 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문제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글을 쓸 때 얼마큼 띄느냐의 문제는 얼마나 잘 읽히느냐의 문제로 파악하면 된다."라며, "사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원칙이 있고 또 필요에 따라 허용이라고 하는 열쇠도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 편찬위원장인 고려대학교 홍종선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오늘날 우리는 남과 북의 우리말이 더 이상 급격하게 벌어지는 것에 많은 우려를 하는데, 이 시점에 우리나라의 남과 북에서 사용하는 국어의 남북 어문 규범을 비교 고찰한 연구서가 나왔다."라며, "이와 성격이 비슷한 논저가 이전에도 없지는 않았지만 남과 북의 어문 규범을 전면적으로 매우 면밀하게 비교하며 연구한 저술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양쪽의 어문 규범에 대해 그 실태는 물론 사상적 배경과 변천 과정을 살피고 한글 맞춤법의 원리도 규명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해결 과제를 논의하였다."고 환영했다.

또한, "어떠한 문법 체계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선 그것의 바탕을 이루는 원리 그리고 역사적 배경과 변천 등을 선제적으로 폭넓고 깊이 있게 고찰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북 언어에 대한 비교 연구는 오늘날의 현상적인 차이만을 위주로 들고 향후 대책을 직관적으로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제안은 정작 양쪽의 언어에서 현실적으로 통합이나 통일을 모색하고자 할 때에는 여러 면에서 한계점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남과 북의 언어 실태나 교과서 등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를 많이 해 왔고, 이 책도 그 축적의 성과물로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며 저자의 오랜 노력과 탄탄한 논거를 크게 칭찬하고, 그 실용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남북한의 어문 규범은 일제 강점기 조선어학회에서 만든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45년 광복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우리나라는 남북한 분단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남한은 자본주의 진영과, 북한은 공산주의 진영과 주로 교류하면서 서로 지향하는 방향이 달라졌다. 말과 글 문제에서도 접하는 언어들이 많이 다르다 보니 외래어 표기법 등에서 이질화의 길을 걷게 됐다.

통일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남북 언어의 통일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첫걸음으로 남북한의 어문 규범을 면밀히 살펴야만 한다. 두 어문 규범이 어떤 변천 과정을 겪었고, 그 결과 현재 남북한 어문 규범이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나아가 통일 시대를 준비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어문 규범을 합일시켜 나갈지 등을 이 책은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구체적으로는 남북한 어문 규범의 이질화 극복 방안으로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부터 현행 어문 규범인 《한국 어문 규정집》과 《조선말규범집》까지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고 나아가 남북한 어문 규정 통일안을 제안한다. 이 책이 제안하는 어문 규정 통일안은 남북한이 이미 1992년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요구로 학자들 차원에서 '로마자 표기법 통일안'을 도출한 바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기도 하다. 이미 한 번 통일안에 합의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다른 어문 규정에서도 통일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분단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통일로 가는 길은 멀게만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통일은 반드시 이뤄야 하는 지상과제다. 당장 이룰 수 없다 하더라도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준비는 꼭 필요하다. 

남한과 북한은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언어를 사용한다. 원래 하나의 나라, 하나의 민족이었으므로 당연한 일이다. 같은 언어, 같은 민족인 통일 독일이 이미 그 선례를 보였으므로, 우리의 통일도 너무나도 당연한 미래로 그려진다. 남북은 마땅히 하나로 합쳐져야 하고, 주변국을 비롯한 전 세계인에게도 외세에 의해 분루를 삼키며 둘로 찢어진 남한과 북한의 통일을 당연시 여기게 하는 긍정적 설명 노력이 활발히 펼쳐질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도 이 책은 좋은 모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언어가 의사소통의 수단이라고 한다면 어문 규범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이 상호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어문 규범을 이해하고, 나아가서는 통일된 어문 규범을 가질 때 통일로 가는 길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아니 그때는 이미 남북이 통일된 상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은 남북이 서로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아직은 작아보이지만 단단하고 큰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이관규는 충청남도 부여에서 출생하고 서울에서 청소년기를 지냈다.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공부를 했다. 부산여자대학교(현 신라대학교)와 홍익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국어교육학회와 한국문법교육학회에서 회장을 역임했고, 국립국어원 자문위원과 문화관광부 국어심의회 위원을 맡는 등 여러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학교 문법론》, 《학교 문법 교육론》, 《문법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교사를 위한 문법 이야기》 등 주로 문법 교육 분야의 저술을 집필하였으며, 최근에는 《북한의 학교 문법론》을 집필하고 《체계기능언어학 개관》을 발간하는 등 연구 영역을 새로이 확장하고 있다.

한편 '남북한 어문 규범의 변천과 과제' 머리말에서는 언어는 인간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언어를 통해서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 듣는 사람에게 전달되며 그것을 통해 서로 간의 뜻을 확인하기도 한다. 말이 통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할 정도로 언어는 우리들 인생살이에 중요한 요소이다. 말뿐이 아니라 특히 요새 같은 시대에는 간절히 쓴 편지글 하나가 상호간의 마음을 녹여 주고 하나로 이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말과 글로 대표되는 언어는 정말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소중한 것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남한과 북한은 역시 근본적으로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남한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고 통일이라고 하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슴이 뛰는 경험들을 하고 있다. 흔히들 국어사랑 나라사랑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한국어 혹은 조선어라고 불리는 같은 언어를 함께 사용하는 남한과 북한은 하나의 한민족이라는 데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북한 따로 존재하는 현실이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고 타의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 언젠가는 진짜 하나의 나라, 통일된 나라가 이루어지리라 기대하면서 남북한 모두 살아가고 있다. 

통일의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안다. 남북한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것,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국어사용에 대한 것이다. 남북한이 각각 한국어와 조선어라고 하지만, 학교 교육에서는 ‘국어’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교수 학습되고 있다. 이 국어가 바로 남북한의 기초적인 공통분모이다. 우리말 우리글이라고 흔히 말하듯이, 남북한에서도 우리말 우리글이라는 표현을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을 기대한다. 이 국어를 사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말할 때, 글을 쓸 때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 그 규범이 남북한 통일된다면 정말 금상첨화일 것이다. 

다행히도 남한과 북한이 갖고 있는 각각의 어문 규범은 공통점이 무척 많다. 이질적인 점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다. 맞춤법, 띄어쓰기법, 문장부호법 같은 것을 보면 대체로 공통되는 점이 무척 많다. 차이가 나는 점이 있긴 하지만 그리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예컨대 북한에서는 두음법칙이 적용이 되지 않은 ‘리발관’을 사용한다. 즉 북한에서는 단어의 첫소리에서 ‘ㄹ’ 발음을 하니까 그대로 표기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일 뿐이다. 또한 띄어쓰기가 남한은 띄어 쓰고 북한은 대체로 붙여 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문제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글을 쓸 때 얼마큼 띄느냐의 문제는 얼마나 잘 읽히느냐의 문제로 파악하면 된다. 사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원칙이 있고 또 필요에 따라 허용이라고 하는 열쇠도 존재한다. 

남북한의 어문 규범에 이질성보다는 공통점이 훨씬 많은 것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의 조선어학회에서 만든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 덕분이다. 개화기 때 국어학자이면서 한글운동가였던 주시경 선생이 한글 강습소를 통해서 제자들을 양성하게 된다. 주시경 선생의 수제자라고 불리는 김두봉과 조선어학회의 대표를 지낸 리극로가 북한의 초기 어문 규범 정책에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그러니 주시경 선생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조선어학회에서 발표한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의 내용이 남북한의 공통적인 것 아니었겠는가? 실제로 남북 분단 직후에는 한글 맞춤법을 공동으로 사용하여 이미 통일되어 있던 셈이었다. 

남한에서는 조선어학회의 맞춤법이 그대로 이어져 왔고 이 내용을 국가 차원에서 1988년에 ‘한글 맞춤법’으로 공포하게 된다. 이 속에는 띄어쓰기법과 문장부호법도 들어가 있다. ‘외래어 표기법’(1986)과 표준 발음법을 포함한 ‘표준어 규정’(1988)이 조선어학회 안이 골격을 지니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북한에서도 분단직후에는 조선어학회의 것을 그대로 쓰다가 몇 차례 규범이 변화를 했지만 기본 골격은 큰 흔들림은 없었다. ‘조선말규범집’(1966) 이후에는 커다란 변화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금도 ‘조선말규범집’(2010)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 속에 ‘맞춤법’, ‘띄여쓰기규범’, ‘문화어발음법’, ‘문장부호법’이 들어가 있다. 어문 규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맞춤법 차원에서 볼 때 남북한은 형태주의라고 하는 큰 원칙 하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본래 조선어학회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 덕분인 것은 물론이다. 

북한에서도 ‘외국말적기법’(2001)이라는 이름으로 외래어 표기법이 존재하며, ‘조선어의 라틴문자표기법’(1992, 2012)이라고 하여 로마자 표기법이 존재한다. 외래어 표기법은 남북한이 초창기에 각각 소련과 미국의 영향 하에 있어서 차이점들이 발견되곤 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꽤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북한에서는 ‘외국말적기법’이라 하여 외래어가 아니라 ‘외국말’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래어 표기법’과는 용어 차이가 있지만, 결국 남북한의 실제적인 차이를 발견하긴 쉽지 않다. 이 책에서 필자는 ‘외래어 표기법’의 불필요성을 주장하게 될 것이다. 

로마자 표기법도 남북한은 각자 변화를 겪게 된다. 1990년대 초에 유엔에서 남북한에 통일된 로마자 표기법을 요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1992년에 남북한은 학자들 차원에서 합의된 로마자 표기법을 도출하기도 하였다. 북한에서는 발음대로 로마자를 적는 전사법과 표기대로 적는 전자법을 구분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여러 변화 과정을 겪으면서 현재는 대개 전사법과 전자법을 혼합한 방법을 지니고 있다. 현재 남북한의 차이는 있지만 이미 한 번 단일안에 합의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통일 로마자 표기법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남북한의 맞춤법, 띄어쓰기법, 발음법, 문장부호법, 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 같은 모든 어문 규범들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꼼꼼하게 살피도록 한다. 각각의 원칙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실제적인 용례들은 어떠한지 등을 자료를 기반으로 해서 살피도록 한다. 그래서 통일 어문 규범의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해 보도록 한다. 그동안 어문 규범을 다룬 책들은 실용적인 성격에 머무른 감이 없지 않다. 필자는 남북한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어문 규범뿐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어문 규범들이 변천해 온 역사를 자세히 살피면서, 이론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차원에서 논의를 전개해 나가도록 했다. 요컨대 이 책은 남북한의 어문 규범 논의를 학문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남북한 어문 규범의 통일을 모색하는 데에 이바지하리라 기대한다.   

언어가 의사소통의 수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문 규범은 그 의사소통을 잘 이루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이 상호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어문 규범을 이해하고, 나아가서는 통일된 어문 규범을 함께 가질 때 우리의 통일은 더욱 가까이 다가설 것이다. 아니 그때는 이미 남북이 통일된 상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이 남북이 서로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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