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젠더갈등 덫에 걸린 민주당, 에티튜드가 문제다
[박한명 칼럼]젠더갈등 덫에 걸린 민주당, 에티튜드가 문제다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5.0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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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갈등 부추긴 집권세력의 자승자박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견고하게 보이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최후의 방어선처럼 보이던 30% 선을 뚫고 무너졌다. (한국갤럽 4월 5주차 여론조사 긍정평가 29%) 많은 언론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20대의 이탈 현상을 꼽았다.

이 조사에서 18세부터 29세(통칭 ‘20대)의 긍정지지율은 고작 21%였다. 이 원인을 놓고 해석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소위 진보언론의 해석은 영 헛다리를 짚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컨대 한겨레신문처럼 부동산 정책과 암호화폐 논란으로 20대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식의 분석 말이다. 물론 그것들도 지지 하락의 한 요인들이긴 하다. 그러나 본질에선 비껴가 있다.

문 대통령이 20대 젠더갈등이란 현상을 애써 무시한 결과 나타나는 반작용의 무시무시한 결과란 핵심을 빼놓을 수 없다는 얘기다. 청년 실업률 10% 시대에 문 대통령의 극단적인 여성 편향적 시각은 성평등 기조 아래 유무형의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20대 남성의 분노와 소외감을 전혀 달래주지 못하고 있다.

반페미니즘 정서로만 오세훈을 찍은 게 아니라며 슬쩍 우회한 다른 진보 언론의 기사도 마찬가지다. 본질을 피하고 곁가지를 모아선 또 다른 현실 왜곡이 일어날 뿐이다. 20대 젠더갈등에 대한 문 대통령의 무지와 무관심은 집권 3년차인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언론사 질문에 대한 답변에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때 한 통신사 기자가 대통령에게 20대 남성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대 남성들한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하시죠, 제가 기회를 드리겠습니다.”라고 물었다.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된 배경이 있었다. 2018년 말부터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 지지도가 폭락했다는 여론조사 보도가 쏟아졌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대 남성은 29.4%(리얼미터)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다는 것, 심지어 60대 남성 지지율 34.9%보다 낮다는 결과였다. 20대 여성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63.5%를 기록했다. 20대가 ‘가장 심각한 한국 사회 갈등’으로 젠더갈등(57%)를 꼽던 시기였다. 

그때 기자 질문에 한 문 대통령의 답변을 옮겨본다. “우선 국정 지지도에 있어서 남녀 간 젠더 갈등이 심각하고, 그 바람에 국정 지지도가 차이가 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답한다. 그런 갈등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가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이고 난민문제와 성소수자문제 등 늘 이런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 갈등을 겪으면서 사회가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 갈등 때문에 지지도가 격차가 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지지도가 낮다면 정부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20대 남녀 간 지지율의 차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보다 희망적인 사회로 가고 있느냐‘,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느냐’에 대한 관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에게 희망 주는 사회가 되도록, 보다 잘 소통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요컨대 젠더갈등은 사회 변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라는 것이다.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 앞에 놓인 숙제

문 대통령 다음 발언에 나오는 정부가 희망을 주느냐 못 주느냐의 문제는 그야말로 형식적인 군말에 불과하다.

20대 젠더갈등을 외면한 문 대통령의 이런 시각은 정권 기조와 성격으로 굳어졌고 그 결과가 4·7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에 몰빵하다시피 72.5%(방송사 공동 출구조사)의 지지를 모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젠더갈등이 난민문제, 성소수자 문제의 그것과 별 다르지 않다고 봤던 문 대통령의 2년 후 20대 지지율은 이제 21%까지 내려앉았다.

그나마 핵심 지지층이었던 20대 여성의 경우도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듯 이탈 조짐이 뚜렷하다.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페미진영은 통계상으로도 뚜렷해지는 젠더갈등 이슈화가 몹시 불편한 것 같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왜 20대 남성의 이탈을 페미니즘 탓으로 보느냐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보통 대중은 구체적인 통계 수치로 따지기보다 대통령과 정권의 태도에서 우선 보고 느낀다. 그게 바로 김어준 등이 말하는 에티튜드(태도)다. 정권이 끝나갈 때까지도 지독하게 고집하는 그 꼰대스러운 태도 말이다.

20대 청년들은 젠더갈등으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젠더갈등은 없다며 들은 체도 않는 고집불통의 태도. 청년들은 선거로 심판했지만 여권과 진보세력은 결과에 담긴 민의를 혹시 거부하는 건 아닌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자신들이 온갖 젠더정책을 내고 여성을 외치고 할당제를 얘기할수록 20대 남녀 청년들로부터 거부당하는 현상이 심화되는 역설의 순간에 와 있다. 자기들이 걸어놓은 덫에 걸린 꼴이다.

이것이 대통령 지지율 방어선이 무너진 현실에서 건져내야 할 불편한 진실이다.

여권이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이 20대로부터 거부당하는 현실에서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수십년 정당 역사에서 보여준 ‘에티튜드’라서 그렇다. 민주당은 현실로 닥친 고난위 숙제를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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