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친문천국 반문지옥’ 기모란 인사가 주는 기괴함
[박한명 칼럼]‘친문천국 반문지옥’ 기모란 인사가 주는 기괴함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4.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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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인사 철회돼야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때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피켓을 들고 출퇴근 시간 지하철 역 근처를 돌며 전도하는 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빨간색과 파란색 노란색 등이 뒤섞인 큼지막한 글씨체의 문구와 피켓 한 가운데를 아래위로 관통하는 십자가 그림이 박힌 종이옷을 입은 이들의 진지한 표정은 대개 비슷한 느낌을 줬다. 종말이 가까이 왔으니 하나님을 믿고 구원받아 천국으로 가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에 걸맞게 엄숙하고 때로는 차가웠다.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임명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의 얼굴을 보자마자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문구가 퍼뜩 떠올랐다. 둘 사이엔 아무 연관성도 없는데 신기한 일이다. 왜 떠올랐을까.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곤 하지만 복잡한 뉴런의 네트워킹 연상작용을 난들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나. 혹시 차분해 보이지만 완고한, 좀 더 나간다면 엄숙한 이미지 때문은 아닐까. 종교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분위기 말이다.

기모란 교수가 김어준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방송에 최근까지 1년 사이 50회 이상 출연해 했다는 코로나19 관련 발언들을 보면 확실히 뭔가 종교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기 교수가 작년 11월 20일 방송에 출연해 했다는 발언을 보자.

진행자가 백신 수급에 관해 “우리(정부가) 이렇게 여유있게 구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기 교수 “한국은 지금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그렇게 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 기 교수 의견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여러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이날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는 300명대였지만 하루 사이 3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해 누적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500명을 넘어섰던 날이었다. 정세균 총리가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하고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연말 모임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러 줄 것을 요청했다. 

해외에서 들려온 사정은 더 위중했다. 독일 확진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미국도 하루 사이 확진자 최다 증가치인 187,594명을 기록했다. 사망자가 1809명이 발생해 240,151명으로 집계됐다. 포르투갈 의회는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23일 종료되는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하기로 했다. 어느 면으로 보나 백신 수급에 여유를 부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기 교수는 그 이전 5월 20일 방송에 출연해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을 직접 전한 것을 두고 근거 없이 평가절하했다. 김어준이 “연말까지 백신이 나올 수 있나”라고 묻자 “그건 어렵다”고 단언했다. 진행자가 “정치인의 블러핑으로 보이나”라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백신 개발에 대해서도 “연말까지 만들어 내놓으면 안 쓸 것 같다. 좀 걱정스럽다”며 “확률이 좀 적다”고 했다. 하지만 기 교수의 이러한 예측과 단언은 완전히 빗나갔다. 미 FDA(식품의약국)는 작년 12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승인했다. 

방역은 종교가 아닌 과학이다

주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해왔다는 이스라엘은 최근 일일 확진자수가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국민은 ‘노 마스크’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12월 10일 방송에서 기 교수가 했다는 발언을 또 하나 살펴보자.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경우는 mRNA 방식을 처음 써본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불안감이 크다” “아스트라제네카처럼 기존에 써오던 플랫폼을 쓴 거는 우리가 해보던 방식이다. 만약에 3개가 동시에 우리 앞에 놓여있다 그러면 화이자나 모더나를 쓸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11월 10일 화이자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 교수가 다시 김어준 방송에 출연해 했다는 발언이다. “뉴스가 앞서가는 면이 있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기 교수는 “그렇다. 일부러 회사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단다. 완전한 음모론이다. 김어준이 “일종의 주가를 띄우는 뉴스”라 평가하자 “그런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코로나19에 관해 늘어놓은 이러한 기모란 발언들은 몇 가지 사례만 찾아봐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아무 근거없는 단정과 음모론의 덩어리들이다. 생경한 이름만큼이나 기괴한 발언들 아닌가. 김어준 방송에 출연해 뱉어놓은 주옥과 같은 헛말의 흔적들은 지금도 계속 언론에 의해 폭로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눈으로 봐도 하나같이 엉터리 예측과 전망에 허위정보로 가득하다.

도대체 기모란은 어떤 사람인가.

예방의학전문가라는 타이틀이 가당키나 한 사람인가. 전문가 타이틀을 지닌 사람이 직업적 양심을 버리고 전문가답지 않게 굴 땐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실력이 없거나 권력에 빌붙었거나 이다. 기 교수가 자기분야에 실력 없는 사람이라고 보진 않는다. 그렇게 몰아붙이기에 근거가 없다. 후자의 경우로 보인다. 그것도 중증이다. 권력에 아부하는 것이 도를 지나쳐 믿음이나 확신에 가깝다면 이건 또 새로운 차원의 문제다. 종교의 영역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포털이나 SNS에 기모란 교수에 관한 집안 내력 등 여러 지라시가 돈다. 남편이 지난 총선에 여당 후보로 출마한 사실이라든가 집안 내력 등에 관한 것들이다. 개 중엔 사실도 있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도 있는 것 같다.

필자에겐 이런 것들보다 기 교수의 진영에 대한 자기기만적 충성심이 더 크게 와 닿는다. 그건 기 교수 스스로 증명하듯 전문가 영역을 뛰어넘는 초월적 영역이다.

김어준으로 상징되는 친문은 정치적 부족을 떠나 이제 신앙의 영역으로 가버린 집단처럼 보인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해석되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불안에 떠는 대중에게 쏟아놓은 친문 기모란이 보여주고 있지 않나. 친문의 백신을 띄우고 믿지 않는 자는 지옥으로 가고 말리라는 일종의 주술적 효과 말이다. ‘친문천국 반문지옥’ 기 교수를 보면서 이런 조어를 떠올리게 돼 유감이다.

필자의 이글이 누군가에게는 값싼 인상비평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에 갇힌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부족적, 주술적 관점이 아니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이 정부의 인사행태나 한 전문가의 비상식적 아부행태는 국민 생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절박한 현실의 문제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인선은 철회돼야 한다. 방역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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