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패배의 교훈을 잘못 짚은 민주당
[박한명 칼럼]패배의 교훈을 잘못 짚은 민주당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4.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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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탓은 실패의 지름길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 ‘언론탓’은 보통 선거에서 패한 쪽이 손쉽게 찾는 핑계거리다. 자신들은 정말 열심히 했는데 언론이 왜곡,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억울해한다.

‘기울어진 언론운동장’으로 골머리를 앓던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KBS MBC 등 전직 언론인 출신들을 영입하고 언론대응을 강화하겠다면서 어느 때보다도 신경을 곤두 세웠다. 대신 검증 안 된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즐기던 소위 보수 유튜버들을 끼고 돌다 몇 달 뒤 21대 총선에서 역대급으로 대패했다.

4·7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도 이미 총선 이후 여러 전조 증상들을 보였다. 대표적인 게 조국 사태, 윤미향·정의연 사태 때 이뤄진 친문들의 '언론탓'이다.

허위보도로 정의로운 한 가정을 파괴한 것이 언론이고 이념적, 정략적 스펙트럼으로 위안부 운동의 정당성을 파괴한 것이 언론이라는 원망이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를 잡겠다며 미디어언론TF를 출범시켰다.

사전투표일 첫날인 2일 박 후보는 서로 생각이 비슷한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버 6명과 함께 출연한 유튜브 방송에서 “투표용지 얼핏 보니 민주당이 이겼다더라”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끼리끼리 확증편향을 강화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김어준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출연하며 막판까지 김어준에 매달렸다.

선거 이틀 전인 5일에도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유튜브 방송에 모인 김어준과 민주당의 윤건영·고민정·장경태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은 “언론과 포털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대신 선거운동을 해준다”며 근거없는 언론탓을 늘어놨다. 이 모습이 보기 딱했는지 한 언론사(머니투데이)가 오세훈 후보 비판 기사가 포털에 덜 노출된다고 불만을 늘어놓던 이들에게 “사실과 달랐다”며 반론 성격의 기사까지 썼을 정도다.

언론통제가 아니라 민심의 경고를 읽어야

머니투데이 보도에 의하면 김어준 등이 문제를 제기한 5일 다음 첫 화면에 노출된 1663개 기사 가운데 제목에 오세훈이 직접 언급된 기사는 21건으로, 오세훈에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제목의 기사는 14건, 중립기사는 5건, 긍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기사는 2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김어준이 포털 중립성 의문을 제기한 6일 기사도 다음 정치섹션 메인에 걸려 오후 3시까지 8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는데, 포털 뉴스가 야권 편향이라는 근거는 찾기 어려웠다고 썼다. 김어준이 제기한 포털 신뢰성 문제를 트집잡아 여당은 AI 알고리즘 뉴스 편집 신뢰성을 검증하겠다고 알고리즘을 정부에 의무 공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선거 기간 내내 거의 친민주당 성향의 인사들만 출연시켜 밑도 끝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오세훈 박형준 후보를 줄기차게 공격했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야당의 반발은 언론탄압이라며 무시하던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조금만 불리해도 혹은 유리한 보도가 더 많지 않았다고 이렇게 언론탓을 해댄 것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글을 써오고 있다.

필자의 시각이 완전무결하게 객관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아무리 느슨한 잣대를 대도 언론환경은 국민의힘보다 더불어민주당에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러한 판단에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 전후로 민주당이 언론법을 개정하겠다고 벼른다는 뉴스가 계속 나온다.

보궐선거 여야 후보 승부가 박빙인데도 패배한 것은 불공정한 언론탓이니 통제해야한다는 뜻일 게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 이낙연 전 대표는 선거 전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내곡동 얘기는 중요하다. 계속 거짓말 시비가 있지 않았나”라며 “이것을 (언론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 선거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도 한번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말대로 민주당이 향후 언론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간다면 내년 대선에서도 큰 패배를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독재권력은 언론통제로 강화되고 필연적으로 비참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론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패배의 원인을 전혀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깨달아야 할 점은 언론통제 필요성이 아니라 민심의 무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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