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文관위’가 된 선관위
[박한명 칼럼] ‘文관위’가 된 선관위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3.22 10: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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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눈치엔 눈 깔고 시민의 요구엔 눈 치켜뜨나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논설주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야권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한 시민의 지면 광고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조사하겠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 시민들을 개돼지 취급하는 게 아니라면 이 따위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쟁점 이슈인 가덕도신공항 문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에 내려가 힘을 보탰을 때 선관위는 야당이 선거개입 여부를 묻자 8일째 되는 날에서야 겨우 법위반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나무늘보가 아닌가 싶던 그런 선관위가 나라를 걱정하는 일개 시민이 낸 개인광고에는 총알같이 반응했다. 광고가 나간 당일 당사자에 전화를 걸어 조사를 받으라 했다고 한다. 이 시민에 의하면 선관위는 광고에 후보자 이름이 들어간 것을 트집 잡고 광고 경위, 광고 문구의 목적, 광고비 출처 등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단다. “인터넷 등에서 정당·정치인을 지지·반대하는 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집권당에 대한 실망과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개인 의견을 표출한 게 잘못인가” 라는 것이 이 시민의 항변이다.

시민의 항변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법에 일단은 저촉된다고 판단이 돼서…"라는 선관위 답변이 또 걸작이다. 선관위가 총알같이 반응한 법위반이라는 내용도 따지고 보면 별게 아니다.

'김종인·오세훈·안철수님에게 고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된 광고 문구의 핵심은 "문재인 정권이 말로만 공정을 외치면서 자식들을 편법으로 호강시키고, 자신들은 특권으로 재산을 불리고, 하면 될 수 있다는 국민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야권 단일화야말로 공정한 시대를 살지 못하며 억눌리며 살아온 대다수 국민들의 희망"이라는 내용이다.

이게 뭐가 문제인가. 당장 인터넷에만 접속해도 사방팔방 온갖 SNS와 커뮤니티 게시판에 도배가 된 내용이 바로 이런 내용들이다. 또 다른 곳에선 반대로 안철수 오세훈 등 야당 후보자들를 향해 뱉은 욕설과 비방, 허위사실유포 글들이 널려 있다. 선관위는 혹시 신문에 낸 광고라 다른 경우라고 할지 모르겠다. 

선관위가 복종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다

그럼 한번 묻자. 공영방송을 포함한 언론사들이 매일 같이 오 후보, 안 후보만 공격하고 여당의 박 후보를 홍보하는 편파보도는 선거법 위반 아닌가. 지상파 종편 방송의 영향력이 신문보다 덜한가. 개인이 신문에 낸 의견광고는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공영방송이 매일같이 야당 후보들 의혹을 키우며 공격하고 여당 후보 의혹에 대해선 침묵, 홍보하는 것은 별 영향이 없다는 얘긴가.

필자가 이번에 참여한 미디어연대 모니터 결과 얘기를 좀 해보자.

필자가 담당한 MBC의 경우 지난주 보궐선거와 관련해 뉴스데스크는 매일같이 야권 단일화 훼방이라도 놓는 듯 양 쪽 갈등만 부추기는 보도를 쏟아냈다. 아름다운 단일화 효과에 찬물이라도 끼얹으려는 듯 갈등 부추기기가 집요했다. 심지어 양측이 단일화에 합의한 날조차 화면구성이라든지 멘트라든지 양 측의 입장이 다르다고 교묘하게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이었다. 

특히나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하여 MBC는 거의 박영선 후보 캠프 수준이었다. 오 후보에 제기된 의혹은 거의 매일같이 전달하면서 박 후보의 경우는 단일화 갈등을 보도한 후 바로 깨알같이 정책홍보를 해줬다. 뉴스데스크가 지금까지 박 후보에 제기된 도쿄 아파트 등 여러 의혹을 제대로 파헤친 적이 있던가. 박 후보가 MBC 출신이라 그런가. 이 정도의 편파성이라면 국민은 MBC를 박 후보 선거캠프로 여겨도 무리가 아니지 않나. 기가 막힌 일이다.

다시 선관위 문제로 돌아가 보자.

‘문관위’가 된 선관위가 선량한 시민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그 돈 어디서 났냐며 일개 개인의 자금출처까지 조사하겠다고 위협하며 대놓고 편파적인 잣대를 휘두르지만 오래 못 갈 것이다. 국민을 탄압하는 선까지 가는 도를 넘은 선관위의 충성심은 야권만 더 이롭게 해줄 것이다.

왜일까. 선관위 행태가 심판을 두려워하는 여권의 모습을 그대로 반사하고 있다는 사실, 이는 국민의 분노에 기름만 끼얹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권력보다 국민의 눈을 더 무서워해야 한다. 선관위가 복종할 곳은 권력이 아닌 국민이다. 

박한명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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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영 2021-03-22 14:21:56 (121.174.***.***)
저짝동네 사람들도 정신차려야 할텐데... 쩝쩝
전혜영 2021-03-22 14:19:54 (121.174.***.***)
속이 시원하게 글을 잘 써주셔서 정말 ^.^ 내용이 팍 팍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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