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단상] 청렴결백의 덕목, 조선시대 사불삼거(四不三拒)
[LH 단상] 청렴결백의 덕목, 조선시대 사불삼거(四不三拒)
  • 권병창 기자
    권병창 기자
  • 승인 2021.03.1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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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권병창]‘든든한 국민생활 파트너’, 국영 LH의 ‘광명시흥 투기의혹’이 연일 전국민의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더욱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간부가 12일 성남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에 이어 13일 파주의 한 컨테이너에서 50대가 목을 매 숨진채 발견, 충격을 주고 있다.  

급기야, 자사 홈페이지 팝업창에는 유례없는 ‘대국민 사과문’이 게시된 가운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표명으로 자칫 파행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그 옛날 조선시대 관료사회에는 네 가지 해서는 안 되는 것과 세가지 거절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이는 관리들의 청렴도를 가름하는 바로미터로 이를 사불삼거(四不三拒)라 일컬었다.

사불의 첫 번째는 재임도중 부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불이다.

영조 때 청렴강직한 호조 아전 김수팽은 어느 날 선혜청 서리로 있는 동생의 집에 들렀을 때의 일화이다.

마당에 즐비한 항아리마다 염색액이 넘쳐나고 있어 김수팽이 무엇에 쓰는 것이냐고 물었다. 

동생은 아내가 염색일로 생계를 돕고 있다고 하자 김수팽은 대노해 동생을 호통치며 발로 항아리를 차 뒤엎어 버렸다.

형제끼리 함께 나라에서 녹봉을 먹고 있는데 이런 부업까지 하면 가난한 백성들은 무엇으로 생업을 삼겠느냐는 훈육이렸다.

한번은 호조판서가 바둑을 두느라고 공문서 결재를 미루자, 김수팽이 대청에 올라가 판서의 바둑판을 엎어버렸다.

그러고는 마당에 내려와 무릎을 꿇고, “죽을 죄를 졌으나 결재부터 해달라”하니 판서는 죄를 묻지 못했다.

김수팽의 일화에는 조선시대 관리의 청빈한 정신이 담겨 있다는 기록이다.

이와같이 조선의 관료들은 이름하여 ‘사불삼거(四不三拒)’를 불문율로 삼았다는 삶의 가치를 시사한다.

즉, 재임 중에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네가지(四不)는 부업을 하지 않고, 땅을 사지 않고, 집을 늘리지 않고, 재임지의 명산물을 먹지 않는 것이다.

풍기 군수 윤석보는 아내가 시집올 때 가져온 비단옷을 팔아 채소밭 한 뙈기를 산 것을 알고는 사표를 냈다.

연산군 때 풍기 군수로 임명된 윤석보가 처자를 고향에 두고 혼자 부임하게 되자, 고향의 식구들은 궁색한 살림살이를 견디다 못해 집안의 물건을 팔아 밭을 샀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윤 군수가 식구들에게 말했다. 옛말에 공직에 있으면서 자신을 위해 한 척의 땅이라도 넓혀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국녹 이외에 것을 탐내지 말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내가 관직에 올라 국녹을 받으면서 전에 없던 땅을 장만했다면, 세상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리고는 즉시 밭을 되물리게 했다.

기건이란 분이 연안 부사로 있을 때이다. 연안에는 붕어가 유명해서 원하는 사람이 많은지라, 기건은 재임 6년 동안 붕어를 입에 대지도 않았고, 제주 목사로 3년 동안 있을 때에는 전복을 아예 먹지도 않았다고 한다.

딱할 정도로 융통성이 없는데다 벽창호같이 고지식한 분의 이야기 같지만, LH 투기의혹에 따른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일순간, 오우버랩되는 대목이다.

반면, 꼭 거절해야 할 세 가지(三拒)는 윗사람의 부당한 요구, 청을 들어준 것에 대한 답례, 경조사의 과한 부조란다.

청송 부사 정붕은 영의정이 꿀과 잣을 보내달라고 부탁하자, ‘잣나무는 높은 산 위에 있고, 꿀은 민가의 벌통 속에 있다’고 답을 보냈다는 고서다.

현대로 접어들어 인사청문회를 되짚어보면, 공직사회에서 청렴결백의 사불삼거는 사라지고, ‘사필(四必)’이란 족쇄가 고개를 들고 있다.

'위장전입', '세금탈루', '병역면제', '논문표절' 등 잦은 등장 키워드이다.

이 네 가지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현대판 관료로 칭하는 고위공직자의 문턱을 넘을수 없음은 자명하다.

휘하의 근무자세와 평소 신독(愼獨)어린 마음가짐 또한 요구되는 자율덕목으로 모자람이 없어야할 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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