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꼼수가 느껴지는 KBS의 수신료 공론화 작업
[박한명 칼럼]꼼수가 느껴지는 KBS의 수신료 공론화 작업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3.0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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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사장이 수신료 인상을 낙관하는 이유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국민 4명 중 3명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 이건 친문 미디어매체 미디어오늘과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뷰가 1월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 동안 정기조사를 실시한 후 확인된 명백한 결과다.

‘지난 1월27일 KBS가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3840원으로 인상하는 조정안을 이사회에 상정한 것과 관련해 다음 중 어떤 견해에 더 공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반대한다’는 응답이 76%였고, ‘공영방송으로서 공적책무 강화를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모른다는 응답은 11%였다. 수신료 인상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압도한다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양승동 KBS 사장이 며칠 전 한국방송공사 창립 48주년 기념사에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상에서 반응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부정적인 의견들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나는 낙관적” “국민참여형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여론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 사장의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의 근원은 무엇일까. 만성 고질의 방만 경영의 문제나 친문 권력을 따라가는 어용본색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KBS는 작년 한 해에만 ‘KBS를 보지 않으니 수신료를 돌려달라’, ‘IPTV로 보는데 왜 수신료를 중복으로 내야 하냐’는 수신료 거부 성격의 항의 민원을 10만 건 이상 받았다. 수신료 거부의 주요 원인인 친문권력에 아부하는 편파 보도 문제도 거의 시정되지 않고 있다. KBS노동조합이 작년 4월부터 8개월 동안 청와대와 민주당에 유리하고 야당에 불리하게 제 마음대로 편파방송 해온 김모 아나운서를 내부 고발하고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조치까지 했는데 설 연휴 특별 방송에도, 그 후 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기용됐다. KBS 간부들은 공정방송위원회에 나와 이 사안을 별 것 아닌 것처럼 넘어가려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김 모 아나운서를 감사 하는지 조차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이게 국민 앞에선 고개 숙이고 뒤에서 딴 짓하는 KBS 경영진의 민낯이다. 

국민참여형 숙의민주주의에 담긴 꼼수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KBS의 양 사장이 수신료 인상을 낙관한다고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건 그가 말한 ‘국민참여형 숙의민주주의’에 있다는 의심이 든다.

요컨대 이게 그의 뒷배가 아니냐는 것이다. 수신료에 관심 갖는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

연봉 1억 원이 넘는 무보직자, 쉽게 말해 놀먹(놀고먹는) 직원들이 널려 있다는 자료가 공개되고 여론이 들끓던 시기 KBS와 친여 단체와 언론, 인사들이 언급하던 것이 바로 이 ‘국민참여형 숙의민주주의’였다. 누가 보더라도 부인할 수 없는 친정부 언론 한겨레신문이 지난달 쓴 ‘KBS 수신료 인상, 여야 대치 넘어 국민 공감 끌어낼까’라는 기사에 답이 있다. KBS 이사회 안에 소위원회를 꾸려 공론조사를 비롯해 시민참여 공론화 방식을 검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 함정이 있다. 

소위가 검토한다는 공론조사란 뭔가.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시민대표단 200~300여명이 학습과 토론을 거쳐 의견을 모으는 방식이다. 숙의 민주주의의 한 종류에 속한다.

시민대표단의 공정한 구성 그리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진지한 토론을 거친 공론화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시민대표단 구성부터가 문제다. 누구를 어떻게 선정하고 어떤 표본을 만들어 시민대표단으로 세울 건가. 알다시피 현재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거의 대부분의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치적으로 친여 성향이거나 이념적으로 왼쪽에 가깝다. 이런 단체 인사들은 일절 배제하고 구성할 수 있나. 그건 보수 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러나저러나 시민대표단의 공정성부터 시비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3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 소위도 위원장 포함 야권 추천 이사 2명이라는 것을 그럴싸하게 내세우지만 현재 KBS 이사회 야당 추천 이사 4명 중 1명은 여당 추천 이사나 거의 다름없는 인물이고 2명도 KBS 출신으로 ‘친정’이라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남은 이사 한 명 역시 현재 공개적으로 수신료 인상 찬성 입장을 보이는 사람이다. 

여당 추천은 그렇다 치고 이런 야당 추천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 절대 반대인 다수 국민의 의사를 과연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이렇게 2월 18일 구성된 이사회 소위는 3월 초까지 2주 동안 공론조사를 포함해 수신료를 올리기 위한 여러 공론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꼼수가 개입될 가능성이 농후한 시민대표단 구성, 구성인원 자체부터 한계를 노출하는 수신료 인상 공론화를 위한 이사회 소위, 시작부터 이런 판에 수신료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누가 믿을 수 있겠나.

이런 마당에 방통위에 의해 곧 중간광고까지 허용될 판이니 KBS의 수신료 공론화 작업이란 국민을 속이려는 화려하고 요란한 퍼포먼스로 봐야 하는 것 아닐까. 이쯤 되면 양승동 사장이 왜 “나는 낙관적”이니, “국민참여형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여론도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인지 이해가 될 듯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KBS의 모습으로는 수신료 인상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방만 경영과 편파 보도와 같이 본질적인 걸림돌을 제거하는 혁신안부터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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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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