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6천,입사 보너스 5천"…개발자 모시기 경쟁 불붙었다
"초봉 6천,입사 보너스 5천"…개발자 모시기 경쟁 불붙었다
  • 김태호
    김태호
  • 승인 2021.02.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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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게임업계의 개발자 영입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모양새다.

네이버·카카오의 채용 경쟁에 당근마켓·토스 등 신흥 스타트업이 가세하더니, 최근에는 넥슨·크래프톤 등 게임사까지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대학이 인재 양성에 실패한 탓에 기업끼리 '출혈 경쟁'을 벌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 '네카라쿠배 당토'가 경쟁 촉발…사내 헤드헌터 두는 곳도 늘어나
26일 IT업계에 따르면, 개발자 인력난은 국내 IT 분야에서 낯선 일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네이버와 다음(Daum)·카카오가 커지면서 삼성·LG 등 기존 대기업 인력을 영입하기 시작한 후로 "국내 IT 인재 풀이 너무 작다"는 얘기는 꾸준히 나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네카라쿠배 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라는 취업 관련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주요 IT 기업의 채용이 활발해졌다.

특히 채용 담당자들은 "최근의 인재 영입 대란은 토스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고 말한다.

토스는 임직원 수가 2016년 67명이었는데 2017년 118명, 2019년 380명, 2020년 780명, 올해 초 850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토스는 올해 상반기에 직원 1천명을 채우겠다고 발표하고 지금도 신규 채용을 계속하고 있다. 4년여 만에 직원 규모가 약 15배 늘어나는 것이다.

토스는 경력을 채용하면 기존 직장 연봉에서 최대 50%를 인상해주고 토스 스톡옵션을 1억원 상당 안겨준다.

IT·스타트업 쪽에서 "토스가 경력 공채 기준을 너무 상향 평준화시켰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에는 당근마켓도 '개발자 최저 연봉 5천만원'을 내걸고 "최고의 보상을 하겠다"며 개발자를 뽑고 있다. 당근마켓 역시 스톡옵션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근마켓은 직원 수가 지난해 7월 70명 수준이었는데 현재 약 12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약 300명 수준까지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내에 직속 헤드헌터를 두는 게 최근 스타트업 트렌드"라며 "다단계나 보험업계처럼, 타사 인재를 경력직으로 추천해 영입이 성사되면 추천한 사람에게 보너스를 주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 쿠팡·빅히트가 판 키워…현금 쌓은 게임사들 줄줄이 연봉 인상
개발자 확보 경쟁에 불씨를 지핀 곳이 토스 같은 규모 있는 스타트업이었다면, 불씨에 기름을 부은 곳은 원래라면 비(非) IT로 분류됐을 기업들이다.

대표적인 곳은 쿠팡이다. 유통업체인 쿠팡은 인공지능(AI) 등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개발자를 영입하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하반기에 뽑은 2년차 경력 개발자 연봉을 6천만원대로 책정했다.

경력 개발자 200여명을 공채하면서 "합격 시 최소 5천만원의 입사 축하금을 주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쿠팡의 행보에 SSG닷컴·이베이코리아·11번가 등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도 개발자 처우를 개선하며 인재 영입에 나섰다.

방탄소년단(BTS) 기획사인 엔터테인먼트 기업 빅히트의 IT 인력 대거 영입도 개발자 수요·공급에 큰 파장을 미쳤다.

최근 1년 사이에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 기업에서 빅히트로 책상을 옮긴 직원만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수혜'로 현금을 두둑이 챙긴 게임 기업들도 연봉 인상을 발표하고 나섰다.

넥슨이 이달 1일 먼저 "개발자 신입 초봉을 5천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아흐레 뒤 넷마블도 같은 내용을 따라 발표했다. 넥슨·넷마블은 재직 중인 직원 연봉도 80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자 '배틀그라운드' 제작사인 크래프톤이 25일 "개발자 초봉 6천만원"을 전격으로 발표했다. 크래프톤은 재직 중인 개발자 연봉은 2천만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 "인재 수급 없으니 출혈 경쟁…스타트업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져"
    이처럼 개발자 영입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역설적이게도 "실력 있는 개발자가 없어서"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학 등 교육 기관에서 우수 개발자 양성·수급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다른 회사 경력직 빼 오기에 치중하며 연봉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한 IT 기업 채용 담당자는 "개발자는 많다. 최근 개발자 부트캠프도 늘어나 전공자가 아니어도 개발자가 된다"며 "그러나 실력 있는 개발자는 많지 않고, 조금이라도 능력을 보이면 토스·쿠팡 같은 곳이 공격적으로 쓸어간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학 컴퓨터공학과가 기업 현장에 맞게 커리큘럼을 짠 곳이 별로 없다. 개발자의 기본인 논리적 사고조차 배우지 못하고 취업한다"며 "신입을 뽑으면 피팅 기간을 3개월 이상 두면서 교육해야 하니까, 당연히 경력에 눈을 돌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처럼 기업이 개발 인재 양성에 나선 경우도 있다.

 배민의 '우아한테크코스'는 2019년 시작했는데, 1기 교육 수료생 45명 중 23명이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했고 15명이 네이버·카카오에 입사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학교수들이 개발 현장을 잘 모른다. 국내 IT 기업 발전 속도에 맞는 우수 인재를 우리 대학이 못 길러내고 있다"며 "그런데 이민법 장벽도 높아서 해외 인재 영입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개발자 10명 내외로 시작하는 초기 스타트업 쪽에서는 본격화한 개발자 영입 경쟁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푸념이 커지고 있다.

한 벤처 투자사 관계자는 "개발자들이 갑자기 '짠'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면 좋겠다"며 "정부 차원의 인재 수급 방안이 시급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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