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중세 종교권력자를 닮은 포털 ‘제평위’
[박한명 칼럼]중세 종교권력자를 닮은 포털 ‘제평위’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5.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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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이 의심되는 제평위 뉴스 제휴·재평가의 권력남용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전체 기사의 90%를 보도자료나 통신사 기사로 채운 매체가 포털 입점에 성공했다’ ‘D매체로 제3자 우회전송하여 문제가 돼 포털 제휴가 끊긴 W매체의 자매지 D매체가 신규 입점했다’ ‘매체 인허가 1년 미만의 기준미달 매체가 기사날짜 조작 등 허위자료를 제출해 신규 제휴사가 됐다’ 얼마 전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가 포털 뉴스 신규 입점사 결과를 발표한 후 쏟아진 비판들이다.

어떤 언론은 이번 제평위 심사 결과를 놓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사 과정에 대한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령 친정부 인사가 관여한 매체는 통과하고, 소위 ‘힘 없고 빽 없는’ 매체는 홀대 당한다는 것이다. 가짜뉴스 문제로 포털뉴스 매체수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암묵적 룰(rule)이 작동한다는 루머도 나돈다”고 꼬집었다. 이것을 다시 해석하자면 가짜뉴스를 핑계로 비판 언론을 때려잡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언론 규제 압박을 유무형으로 받은 포털사들이 ‘알아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뜻 쯤 될 것이다.

어처구니없지만 포털에 기사가 송출되느냐 아니냐에 생존 여부가 달려있다시피 한 우리의 언론 생태계 현실을 비춰볼 때 이런 불만이 제기되는 것은 그 자체로 제평위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제평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되는 것은 신규 입점사 평가 뿐 아니라 기존 제휴사에 대한 재평가도 마찬가지다. 벌점이 6점 이상 누적된 매체를 대상으로 1월에 있었던 2차 재평가 심사에서 대상이 된 9개 매체 모두가 퇴출됐다. 미래한국과 같은 전통있는 우파매체도 퇴출됐다. 작년 11월에 있었던 1차 심사에서는 역대 심의 중 가장 많은 28개 매체가 퇴출됐다고 한다.

포털이 벌점을 주는 주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중복기사나 광고기사다. 기사로 위장한 홍보, 광고에 벌점을 준다는 것이다.

한 가지 묻자. 그럼 방송사를 갖고 있는 대형 언론사들이 자기들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기사들은 홍보기사인가 아닌가. 그건 벌점의 대상인가 아닌가. 그런 방송사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온갖 기사를 다뤄주는 건 광고기사인가 아닌가.

제평위는 심사과정 공개하고 그에 대한 평가받아야

포털은 힘없는 작은 언론사와 영향력이 큰 대형언론사에 이중잣대를 대고 차별하고 있다면 어떻게 대답할 건가. 대형 언론사 어뷰징엔 관대하다는 지적에는 또 무슨 말로 답변할 것인가.

포털 제평위의 2차 심사가 있은 후 언론노조가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간만에 쓸모 있는 말을 했으니 인용해 보자.

언론노조는 “지배적인 뉴스 행위자인 포털에 어떤 뉴스가 실리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토론이 이뤄진 바 없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입점사 선정 기준과 평가 과정이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베일에 쌓인 채 이뤄지는 입점 평가는 시민과 언론행위자들을 뉴스 공론장에서 배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저널리즘의 다양성과 지역성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포털의 검색제휴 심사에 대한 평가 과정을 공개하고 과정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언론노조 주장엔 전적으로 동감한다.

포털 제평위는 언론사와 언론단체, 관련 업계에 속한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이해당사자들이 심사위에서 심사한다는 건 이해충돌을 막는 사회적, 법적 원칙에 완전히 어긋난다. 더구나 제평위는 그동안 단 한 번도 구체적인 심사내역을 공개한 일이 없다.

2018년 네이버가 발족한 네이버뉴스 기사배열 공론화 포럼에서 사회적 책임을 갖고 노력하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언급했을 뿐이다. 대형언론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들만의 기득권의 리그를 지키려는 관계자들이 모여 어떤 매체의 목을 칠지 말지, 어떤 매체에 혜택을 줄지 말지를 밀실에서 모여 꿍짝꿍짝 하다시피 결론을 내린다는 게 다수 국민이 제평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도대체 누가 그들에게 타인의 생사여탈을 쥘 권리를 준 것인가. 누가 그들에게 좋은 언론 나쁜 언론을 가를 권리를 줬나. 포털 제평위는 죽은 자의 죄도 사해준다며 면죄부를 팔아 치부했던 중세의 종교 권력자들과 무엇이 다른가.

신의 대리인을 자처한 그들의 권위 앞에서 벌벌 떨어야했던 중세인들과 무소불위 포털의 권력 앞에서 설설 기어야 하는 대한민국 언론 신세에 차이가 있기나 한가.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파이낸스투데이의 경우 네이버는 심사기간이 아닌 날까지 소급 적용해 벌점을 줬다. 왜 이렇게 무리하게 벌점을 주려 억지를 쓴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비판 언론은 가짜뉴스로 치부해 공격하고 죽이려는 정권의 심사가 영향을 준 것이 아니길,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네이버의 무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왔다. 많은 독자 여러분도 이 점은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그렇지 않아도 정권의 언론탄압이 극으로 향해가는 와중에 포털은 공정성에 상당히 의심이 가는 제휴 심사 결과를 내놓고 배째라 하고 있다. 필자는 포털 제평위의 행보를 앞으로 더 면밀히 관찰하고 주시할 생각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포털은 제평위의 평가과정 공개 및 과정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 이에 대한 공식 입장도 밝혀야 한다. 거의 온 국민이 포털을 이용하고 뉴스의 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한데 언제까지 그들만의 밀실 심사가 돼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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