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한겨레 사태로 드러나는 진짜 권언유착 의혹
[박한명 칼럼]한겨레 사태로 드러나는 진짜 권언유착 의혹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2.0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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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의 미래, 젊은 기자들을 응원하며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이용구 법무차관을 감싼 자사의 오보를 비판하며 “부끄럽다”고 한 한겨레신문사 젊은 현장 기자들 41명의 성명이 반향을 일으키자 사회부장, 법조팀장 등 데스크라인이 보직을 사퇴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달 29일 지면에 이 차관 관련 보도 사과문을 실었다.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고 사안의 본질과 정확한 진실을 전달하는 데 미흡했다”는 것이다. 유감스러운 점은 한겨레의 이 사과가 과연 한겨레의 편집방향을 주도하는 간부들과 고참 기자들의 진심이 담긴 것인지 아니면 들끓는 여론의 눈치를 보아 소나기는 피하자는 심정으로 내건 형식적인 사과문인지 신뢰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사과문 전문을 뜯어보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갖는 의혹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자사의 현장 기자들이 "추미애 라인 검사에게 받은 자료를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써 준 결과"라고 내부고발까지 했는데 언급이 없다는 건 아무래도 수상하다.

“서초동에선 “추미애 라인 검사가 전날 밤 텔레그램으로 <한겨레>에 기사를 써줄 것을 요구했다”는 찌라시까지 돌았습니다. 현장 기자들은 기사가 나간 뒤 공보관에게 사실관계에 대해 지적을 받고 해당 의견을 법조팀장에게 전달했지만 자료를 준 취재원과 의견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틀린 사실은 제대로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사실관계가 틀린 자료라는 현장 보고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일부 내용만 수정해 이를 지면에까지 실은 이유가 무엇인지 국장단에 묻고 싶습니다.” 이건 현장 기자들이 성명에 담은 내용 중 일부다.

이용구 차관을 감싼 기사가 나간 뒤 사실관계가 틀리다는 법조 공보관의 지적을 받은 현장 기자들은 다시 팩트체크했을 것이다. 그런 후 오보라는 사실을 데스크에 수차례 전달했는데도 한겨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겨레는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기보다 사실관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어떻게든 이용구를 감싸는 게 훨씬 중요했다는 얘기다.

친문 언론사에서 벌어지는 공통사건 ‘검언유착’ 의혹

현장 기자들의 당혹감과 부끄러움이 느껴지는 “현장에선 더는 “법무부 기관지”, “추미애 나팔수”라는 비아냥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에 한겨레가 보인 그간의 보도행태가 무엇이었는지 답이 있을 것이다.

한겨레의 사과문에 진심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이유는 고참 기자들이 보였다는 행태 때문이다. 현장의 젊은 기자들이 집단 반발하는 성명서를 내자 내부 게시판에는 이들을 비판하는 익명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언론에 보도된 이 글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여러분은 기사의 내용이나 방향이 데스크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거나 지시된다고 비판했다” “기사의 방향은 현장 보고와 데스크(부장과 팀장)의 판단을 토대로 해서 편집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다. 현장에서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고, 데스크나 편집위원회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결정은 데스크와 편집위원회가 하는 것이다.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데스크와 편집위원회가 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여러분은 그 결정에 따라줘야 한다. 그게 우리의 시스템” “여러분이 말한 것처럼 '특정 정파·좌우 진영 가릴 것 없이 공정한 잣대로 보도하는 것'은 절반만 좋은 저널리즘” “한겨레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지지하지 않지만, 특정한 가치와 방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보수보다 진보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진보 성향의 매체다. 여러분이 가치와 방향에 대해서도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싶다면 한겨레에서 일하기보다 한국일보처럼 중도적인 성향의 매체로 옮기기를 권한다”

‘꼰대력 만렙’의 이글은 한겨레의 수준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속된 말로 ‘꼬우면 니들이 나가라’는 뜻 아닌가. 이게 과연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태도인지 일반 독자 입장에서 봐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이 사달이 난 게 과연 가치와 방향의 문제인가. 현장의 젊은 기자들이 확인한 사실을 고참들이, 간부들이 무시하고 권력편을 들었다는 게 요지 아닌가.

요컨대 권력의 편을 들기 위해 언론사가, 기자가 사실조차 무시했다는 얘기다. 조국사태 이후로 한겨레의 법조 관련 기사는 그야말로 눈뜨고 봐주기 어려운 정도였다. 편향성이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한편이 된 것처럼 윤석열 오보와 이용구 오보 등 사실상의 조작보도를 연발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한겨레 현장 기자들의 성명서 사태를 계기로 검언유착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많은 국민은 그동안 MBC와 KBS 안팎에서 벌어진 이상한 사건들을 기억한다. 작년 총선 직전 채널A 이동재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짜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뇌물을 줬다고 말하라고 이철 전 VIK 대표를 협박했다는 사건, 몇 달 뒤 KBS가 다시 이동재와 한동훈 공모가 확인됐다는 허위보도를 했다가 사과한 사건 등이다.

이 허위보도 사건들에도 추미애 라인 검사나, 추미애 측근 등 권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유시민, 최강욱 등의 정권 실세들의 이름도 이 사건들 주변을 떠돌고 있다.

한겨레신문사의 젊은 현장 기자들의 이번 집단 성명 사태는 이전 다른 언론사에서 불거진 검언유착 사건들이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지 않게 한다. 특이하게 이번은 야당 하기에 따라 한겨레 젊은 기자들이 다시 희망을 갖을지 아니면 좌절할지의 문제도 달린 것 같다. 어찌됐든 대한민국의 대표적 진보 언론사의 한축인 한겨레의 미래가 꺾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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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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