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송건호언론상의 참뜻 보여준 젊은 기자들
[박한명 칼럼]송건호언론상의 참뜻 보여준 젊은 기자들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1.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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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언론사의 부끄러운 선배들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한겨레신문의 모든 주주들은 결코 돈이 남아돌아 투자한 것이 아니요, 신문다운 신문, 진실로 국민 대중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참된 신문을 갈망한 나머지 없는 호주머니 돈을 털어 투자한 어려운 시민층이므로 이 신문은 개인 이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재래의 모든 신문과는 달리 오로지 국민 대중의 이익과 주장을 대변하는 그런 뜻에서 참된 국민 신문임을 자임한다.” “한겨레신문은 결코 어느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독립된 입장, 즉 국민 대중의 입장에서 장차의 정치·경제·문화·사회 문제들을 보도하고 논평할 것이다.”

필자가 인용한 윗글은 한겨레신문이 1988년 5월 15일 창간호를 발행하면서 송건호 초대 대표이사가 쓴 창간사에서 일부 대목을 옮겨온 것이다.

물론 평생을 언론민주화에 힘쓴 언론인 송건호를 기리는 언론상의 임은정 검사 등 역대 수상자 명단을 훑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나 이 창간사만큼은 언제나 다시 읽어보아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다. 

소위 조국사태 때 자사 보도를 ‘보도참사’라고 비판했던 한겨레신문 현장 취재 기자들이 최근의 법조 기사들에 대해 다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언론비평 매체 보도에 의하면 이들은 한겨레 기사와 사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쓰여지고 있다”며 “현장에서 더는 '법무부 기관지', '추미애 나팔수'라는 비아냥을 듣고 싶지 않다”고 선배들을 비판했다는 것이다.

한겨레의 41명의 젊은 기자들은 국장단, 사회부장, 법조팀장 등 데스크 라인이 현장 취재 기자 목소리를 배제하고 정권과 친정권 세력 입맛에 맞춰 재단하고 있다며 논란이 된 기사들에 대해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고 한다. 이들이 국장단과 부서장에 전달한 성명서에는 “지난 2019년 9월 ‘조국 보도 참사’ 성명을 발표할 때와 견주어 달라진 게 없다” “지난 30년 동안 ‘성역’ 없이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한겨레는 조국 사태 이후 ‘권력’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데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내용으로 추미애-윤석열 갈등, 이용구 법무차관 폭행 사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등 기사가 ‘정권 편향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후배들을 못 따라가는 한겨레 선배들의 언론윤리와 상식

한겨레의 젊은기자들이 문제 삼은 기사들은 사실상의 오보였던 <윤석열 새 혐의…‘양승태 문건’으로 조국 재판부 성향 뒷조사>(2020년 11월 25일자), 지면에 실릴 뻔했다가 빠진 기사 <“법원 초토화시킨 장본인인데…” 윤석열 살린 법원 결정에 착잡한 판사들> 등이었다.

현장 기자들은 후자의 기사에 대해 “기사가 당시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단다. 이 기사의 의견이란 법원 내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읽어보진 못했지만 짐작하건데 현장 기자들 눈엔 이 기사가 마치 법원 전반의 분위기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인 듯 싶다.

이 외에도 한겨레의 젊은기자들은 이용구 법무차관 의혹, 현 권력의 또 다른 치부를 드러낸 뜨거운 이슈인 김학의 불법 출금의혹에 대해서도 자사의 석연치 않은 보도에 대해 기사가 실린 경위와 그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질 것, 그리고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내놓으라 데스크 라인에 요구했다고 한다. 

기우에서 한마디 하자면 필자는 이러한 한겨레 젊은 기자들의 목소리를 정파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선배들이 <정치의 사법화, 어떻게 막아야 할까>와 같은 칼럼이나 <김학의 출국금지, 절차 흠결과 실체적 정의 함께 봐야>와 같은 싸구려 사설을 써댈 동안 한겨레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기자들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칭찬하고 싶을 뿐이다.

송건호 언론상은 임은정과 같은 검사가 아니라 권력에 치우친 자사 보도에 브레이크를 걸 줄 아는 한겨레의 젊은 현장 기자들에 어울린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정권이 바뀐 뒤 권력 수호 언론으로 돌변한 한겨레 아래에서부터 언론의 양심과 공정성의 새살이 돋기 시작할 무렵, 마침 이 신문사가 배출한 비타협과 편파의 상징적 인물이 공정성과 객관성이 생명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됐다. 그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한겨레 출신이라는 딱지가 대표경력으로 따라붙는 이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젊은 기자들이 언론인의 길을 가는 동안 내내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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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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