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중간광고 허용하면 지상파가 진짜 날 수 있다고?
[박한명 칼럼]중간광고 허용하면 지상파가 진짜 날 수 있다고?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1.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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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규제 완화가 경쟁력 떨어지는 지상파 생명 단축할 수도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얼마 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보면 지상파 중간광고 전면 허용, 가상·간접광고 시간은 프로그램 시간의 5%에서 7%로 확대, 지상파 프로그램 시간당 광고 총량도 평균 15%, 최대 18%에서 평균 17%, 최대 20%로 늘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상파든 종편이든 모든 방송사업자에게 중간광고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광고시간도 눈치껏 최대한 늘리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1973년 방송법 개정 이후 48년 만에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인데 방송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게 겉으로 내세운 명분이다.

방통위의 이 개정안에 한국신문협회도 민주언론시민연합과 같은 친정부 단체들도 반대 입장이라고 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주요 반대 명분은 시청자 불편 등 권익침해와 공익성 훼손이다.

이것저것 명분을 끌어다 붙였지만 사실 방통위가 48년 만에 중간 광고를 허용하는 이유는 뻔하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에 열심히 반대 투쟁하면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데 공로를 치하하는 전리품 성격이라는 것, 말이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문제는 지금의 한상혁 위원장 이전의 2018년 이효성 위원장 시절에도 시도됐던 일로 정권의 푸들 같은 지상파에 선물을 주려는 시도는 지속돼왔다. 물론 지상파가 중간광고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시도했던 게 소위 진보정권 시절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에도 정권이 마치 잔치상 떡고물 챙기듯 지상파 중간광고 문제를 다뤘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시청자 권익이 침해된다는 것과 공익성을 이유로 좌절됐었다. 여론조사도 전혀 우호적이지 않다. 2018년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여부 여론조사에서 반대하는 여론이 60%(리얼미터 반대 60.9%, 찬성 30.1%) 가 넘었다.

무한경쟁 콘텐츠 시장에서 진짜 실력 나올 것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우선 필자 역시 방통위가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것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왜냐하면 시대가 바뀌면서 점점 더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면서 나날이 망해가는 지상파를 방통위가 왜 시청자에게 불편을 감수하라면서까지 이들에게 중간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방송사들은 여전히 정권에 따라 편향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할뿐더러 문재인 정권에 들어와서는 아예 정권의 선전기관이 되다시피 변질되고 타락했다. 시청자 권익과 공익성 측면에서 과거보다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단 하나의 개선점도 발견할 수 없다.

몇 해 전 지상파 중간광고는 허용해선 안 된다는 글을 썼던 입장에서 그 당시 판단을 바꿀 요인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그 사이 생각이 바뀐 게 있다. 방통위가 중간광고를 전면적으로 허용해도 지상파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지상파는 이미 프로그램을 1, 2부로 쪼개 사실상 중간광고(분리편성광고 PCM)를 실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논리상 광고매출이 더 늘어야 한다. 하지만 지상파의 광고매출액은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2015년 55.0%에서 2019년 36.7%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TV조선, JTBC와 같은 종합편성채널 PP는 38.9%에서 52.9%로 증가했다. 그러니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스터 트롯같은 히트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달려온 다른 방송사업자들과 달리 방통위가 지상파에게는 욕을 먹으면서까지 유사 중간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해줘도 이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방통위가 지상파를 싸고 돌면서 이런 저런 특혜를 주고 있는 동안 지상파가 한 일이라곤 방송사를 노조가 장악해 노영방송화한 것뿐이다. 그러면서 지상파 방송사는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이 아니라 정치적 감각과 근육만 기형적으로 발달했다.

방통위가 광고규제를 전면적으로 푼다면 당장 반짝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새로운 콘텐츠 시장으로 쫙 빠져나가고 있다. 2500원의 수신료보다 몇 배가 비싼 넷플릭스 등 유료 플랫폼으로 대거 옮겨가는 과정이다. 광고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는 콘텐츠 경쟁력이 본질이란 얘기다.

그래서 다시 정확한 의견을 정리해야 하지 싶다.

시청자 권익, 공익성 측면에서 지상파는 여전히 광고규제 제한을 풀어줄만한 요인이 없다. 이런 면에선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 하지만 중간광고를 전면 허용하는 등의 광고규제를 풀어도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서 지상파가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별 근거가 없다는 사실도 증명됐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일방적으로 국민 호주머니를 뜯는 수신료 인상과는 별개의 문제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이참에 지상파도 시대흐름에 맞게 무한경쟁의 콘텐츠 시장에서 시청자 소비자에게 심판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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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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