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1살 정인이 죽음과 모 방송사의 윤리
[박한명 칼럼] 1살 정인이 죽음과 모 방송사의 윤리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1.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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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이 죽음과 언론의 도리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인 논설주간] 양부모의 학대 끝에 태어난지 1년 4개월 만에 세상을 뜬 정인이 이야기로 온 국민이 비통해하고 분노하던 사이 한 뉴스가 별 달리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인터넷을 통해 조용히 흘러나왔다.

정인이 양부가 다니던 직장에서 해임당했다는 뉴스였다.

이 방송사는 5일 2차 징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최고수위 징계인 해고를 의결했다고 한다. 알려진 내용이라면 방송사는 정인이가 숨진 작년 10월부터 양부 A씨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기 발령 조치를 취해왔다고 한다. 그러다 이 사건에 대한 여론의 공분이 커지면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방송사를 포함해 A씨 신상이 공개되면서 결국 해임에 이르렀다. 정인이의 비극은 필자가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두 살이 채 되지 않은 갓난쟁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한 양부모가 죄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 아동학대 신고가 세 차례나 접수됐는데도 경찰이 왜 계속 무시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과 담당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정인이 양부가 다녔던 직장의 납득하기 힘든 태도 얘기다. 보도에 의하면 이 방송사의 조치는 상당히 비상식적인 부분이 있다. 물론 아무리 종교적인 색채의 방송이라고 해도 직원들이 자녀들을 어떻게 키우는지 등 가정사까지 깊숙이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정인이가 죽은 뒤 직원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아무것도 몰랐다고 발뺌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나 방송사는 사회정의를 위해 우리 주변 곳곳의 부조리를 밝히는 언론사이기도 하지 않나.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지만 살인이나 다름없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자기 직원이 연루돼 조사를 받는 의심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사건 수사가 수개월 진행됐는데도 고작 대기발령 조치하고 해를 넘겨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된 이후 여론이 들끓자 5일에서야 부랴부랴 2차 징계위원회를 열었다는 게 이해가 되나. 혹시 방송사는 이 사건 자체를 쉬쉬하다 여론이 들끓자 마지못해 해고한 건 아닌가.

방송사와 노조가 취해야 할 태도

방송사는 A씨가 기소된 후 작년 12월 29일 1차 징계위를 열어 해임 절차를 논의했고 법적 자문을 받은 후 5일 오후 해임을 의결했다고 한다. 이게 과연 순전히 법적 자문의 결과일까. ‘그알’이 정인이 죽음을 알린 뒤 인터넷과 SNS상에서 여론이 악화되고 ‘#정인아미안해’ 운동이 확산된 것이 해임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순 없지 않을까.

필자는 이 방송사가 이번 일을 개인의 일탈 정도로 넘기지 말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2017년 한겨레신문사에서 발생했던 선후배 폭행 치사 사건에 대한 대처가 모범이 될 수 있다. 그때 한겨레는 자사 내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에 공식 사과문을 내고 사건 개요를 밝히면서 진상이 명백히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독자들에게 약속했다. 아직까지 방송사가 그 정도의 사과의 뜻을 밝혔다는 뉴스를 접하지 못했다. 그리고 회사 뿐 아니라 노조도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잘 알려져 있다시피 노조는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산하 지부로 있다.

방송사 언론노조원들은 동료인 A 씨가 입양한 딸이 학대로 사망한 사실을 뒤늦게라도 모를 리가 없었을 텐데 12월 기소되기까지 2개월여 동안 도대체 뭘 했는지 궁금하다.

A씨에 대한 징계가 약하다고 오히려 회사에 진상규명과 강력한 조치를 요구해야 하지 않았나.

필자와 같은 외부인들은 모르는, 내부적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어떤 움직임이 있었다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다면 혹여 천사의 가면을 쓴 악마와 같은 자라도 조합원이니 보호해야한다는 발상이 우선은 아니었는지 노조도 반추해보길 바란다. 양부 A 씨가 받는 혐의는 유기 방임이라고 한다.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끊임없이 학대받았던 정인이는 가족사진만 얼핏 봐도 피부가 거뭇거뭇하고 마르고 생기가 전혀 없어 정상적인 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병원 이송 당시엔 온몸이 피멍투성이에 내부는 뼈가 부러지고 췌장 등 장기가 파열돼 흘러나온 피로 배가 빵빵할 정도였다고 한다. 아빠인 A씨가 오랜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A씨의 책임이 단순히 유기와 방임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정인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에 있어 어떤 언론사보다 열심히 뛰어야 하는 건 해당 방송사다. 사과와 반성은 물론이다. 그리고 혹시 정인이 죽음이 타 방송을 통해 나오기까지 내부적으로 어떤 외압이나 의혹은 없었는지 자체 규명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칼럼니스트 소개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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