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KBS농단 사건에 대한 KBS의 해명을 반박한다
[박한명 칼럼]KBS농단 사건에 대한 KBS의 해명을 반박한다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12.28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권 편 든 아나운서의 불법의혹이 시사하는 점 

[글=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KBS는 자사 아나운서가 여당에 불리한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고 라디오뉴스를 보도했다는 1노조(KBS노동조합) 주장에 “담당 아나운서가 뉴스 문장 전부를 낭독할 경우 방송 시간이 5분을 초과해 코로나 관련 소식을 방송하지 못하겠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뉴스의 문장 일부를 수정 또는 생략했다”며 “KBS의 신뢰도를 훼손하려는 내·외의 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해명했다.

또 “당일 KBS라디오 2시 뉴스는 총 방송시간 5분으로 9건의 단신뉴스가 준비됐으며, 날씨를 포함해 9건 총 예상시간 6분42초로 편집돼 있었다” “당일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등 엄중한 상황에서 편집된 순서대로 뉴스의 문장 전부를 낭독할 경우 방송시간 5분을 초과해 7번째와 8번째로 배치된 코로나 관련 뉴스가 방송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고 앞서 배치된 뉴스의 문장 일부를 수정 또는 생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정 또는 생략된 뉴스에는 야당 관련 뉴스 외에도 ‘유엔 ESCAP 보고서’ ‘코로나19 신규 확진’ 관련 뉴스도 포함됐으며, 그 결과 후반부에 배치된 코로나 관련 뉴스인 ‘정총리, “이번 주말이 거리두기 단계 조정 분기점”’까지 방송할 수 있었다”면서 “라디오 뉴스는 마지막에 고정적으로 날씨 기사가 방송될 수 있도록 편집자와 협의 없이 아나운서가 방송 중에 문장 일부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필자는 이번 글에서 KBS의 주장이 왜 헛소리인지에 대해 상식에 입각해 지적해보고자 한다.

노조 폭로 후 사실관계 파악 중이라며 하루 만에 내놓은 KBS의 해명이 참으로 궁색하다는 사실은 해명문 자체가 보여준다. 방송사 뉴스 리포트는 보통 중요도 순서로 배치된다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도 잘 알려진 상식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던 엄중한 상황에서도 이용구 법무차관과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뉴스를 우선순위로 배치한 것은 그만큼 그 뉴스가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훨씬 중요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만일 코로나 관련 뉴스가 더 중요했다면 뉴스순서가 달랐을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관점은 아마 민노총 산하 KBS본부노조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과거 소위 보수정권 때도 뉴스 축소보도의 문제나 배치, 보도건수 등으로 KBS의 공정성 문제를 심각히 제기하곤 했다.

예컨대 2012년 총선 기간에 새누리당 모 후보의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그 뉴스는 보도 시간도 짧고 보도양도 적으며 주요 뉴스로 다루지 않은 반면에 민주당 김용민 막말사건은 연일 뉴스 프로그램 앞부분에 집중 배치했다고 비판했다. 그때 노조는 KBS의 총선보도를 두고 ‘언론학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편파종결자’라고 비난했다. 그런 KBS본부노조가 이번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차기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다루겠다며 사안 자체를 축소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유감천만이 아닐 수 없다. 역시나 내로남불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겠나.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상식에 비춰볼 때 KBS가 중요한 코로나 뉴스를 전하지 못할까 줄였다는 해명은 거짓에 불과하다. 정말 그랬다면 얘기한대로 뉴스 순서가 달랐을 것이다. 

수신료 인상 ‘전리품’ 오명 남기는 것

무엇보다도 KBS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일을 저지른 그 아나운서가 친문 법무차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구체적인 비판을 임의로 삭제했을 뿐 아니라 ‘주장했다’를 ‘힐난했다’로 고쳐 전달했다는 사실이다.

시간에 쫓겨 생략했다는 해명은 이 부분에서 깨진다.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는데 단어를 자의적으로 골라 바꿀 만큼 생각할 여유는 있었다는 뜻 아닌가. 여기서 벌써 아나운서의 개인적 의도가 개입된 것이다. 그것이 아나운서 한 명의 의도였는지 아니면 위에서 전달된 특정 세력의 의도였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치자. 이 부분은 KBS 양승동 사장과 감사 등이 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사안이다.

필자가 더 심각하게 보는 면이 있다. 야당 측 비판을 삭제해버린 김 아나운서는 KBS 내 다수이자 현 정권에 협조적인 KBS언론노조 소속이라고 한다. 양승동 사장을 비롯해 KBS를 이끄는 핵심 간부들이 언론노조 출신임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세력이야말로 KBS를 어용방송, 땡문뉴스로 타락시킨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지 않나. 

김 아나운서는 통상적인 시스템을 어기고 임의로 핵심 내용을 빼면서까지 정권과 여당에 불리한 기사를 축소보도한 뒤에도 제작진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이 점이 무섭다는 얘기다.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그대로 읽어야 할 아나운서조차 긴급한 상황에서 야당 비판 구절은 거의 본능적으로 제외하고 ‘알아서 편집’해 읽을 만큼 정파성에 찌들어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 사건은 KBS 내부 구성원 특히 다수파인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KBS본부의 정파성과 편향성을 고스란히 증명해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KBS는 지금 수신료를 최대 4천원까지 대폭 인상하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에 의하면 내년 초에 이사회에 인상안이 상정될 것이라고 한다. 수신료 인상 문제에서 공정보도는 여야가 공수를 교대할 때마다 똑같이 최우선으로 주장했던 논리다. 수신료 인상이 먼저인가 아니면 공정방송이 먼저인가가 문제일 수 없다는 얘기다.

여야가 각자 야당 시절 동일하게 주장했던 공정방송이 당연히 우선이어야 한다. KBS가 정권 창출에 공헌했을 때 수신료를 올렸다는 전리품으로서의 역사적 오명으로 남아선 안 된다. 수신료 인상은 절대 불가하다.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