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2020판 ‘참 나쁜 대통령’
[박한명 칼럼]2020판 ‘참 나쁜 대통령’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11.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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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회피로 버티는 ‘착한 임금님’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2007년 노무현 정부 말기. 노 대통령은 정권 말기 한미FTA 체결 등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의 해법으로 4년 중임 대통령제 원포인트 개헌 추진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박근혜 의원이 나섰다. 그는 그 유명한 “참 나쁜 대통령”이란 말을 남기며 난국을 돌파해 보려는 노통의 의지에 대못을 박는다.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나쁜 대통령은 자기를 위해 개헌하는 대통령”이라고 반박했지만 별무 소용이었다.

2020년 판 ‘참 나쁜 대통령’ 정국이 펼쳐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그간 집요하게 공격하더니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을 그제(24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검찰총장 직무정지는 역사상 유례가 없다는 말로는 이번 사태의 의미를 다 담지 못할 것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을 감찰한 결과 여섯 가지 비위혐의가 드러났다고 했지만 거의가 근거 없는 억지와 속칭 뇌피셜에 가까운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새삼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사태에서 주목할 사람은 단연 문 대통령이다.

추 장관이 말도 안 되는 억지 사유를 만들어 속전속결로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고 그로 인해 여론이 들끓는 동안 문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 SNS 계정을 통해 말문을 열었다. “모든 폭력이 범죄이지만, 특히 여성폭력은 더욱 심각한 범죄” “정부는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같은 여성 대상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며 피해자를 빈틈없이 보호할 것”이라며 ‘여성폭력 추방주간’ 첫날 여성들을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여당 소속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여성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고, 더군다나 문 대통령 평소 소신과 다르게 민주당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도록’ 명시돼 있던 당헌을 전당원 투표를 통해 개정해버렸는데도 말이 없던 대통령 아니었나.

그로테스크한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술

자신이 임명한 여성 장관이 시스템과 법치를 향해 테러에 가까운 잔인한 린치를 가한 뒷날 폭력 예방을 강조한 대통령. 자신이 당 대표 시절 정치 개혁을 위해 만든 규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전위대들로 하여금 사실상 당헌을 뒤집도록, 그리하여 성폭력 여성 피해자들을 두 번 울렸던 대통령. 그러면서도 해맑은 미소로 폭력 예방을 강조하는 대통령. 대통령의 침묵 속에 법무장관의 광기어린 칼부림이 이어지고 유혈이 낭자한 그 광경에 모두가 얼어붙었는데도 “우리는 오랫동안 권위주의에 길들었지만 용기를 내어 인식을 변화시키고, 서로를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초현실주의적인 언어로 우리를 다시 얼어붙게 만든 대통령. 연평도 10주기에는 침묵하지만 같은 날 멀리 떨어진 이웃 나라 하원의원에게는 축전을 보내는 이상한 대통령.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겪으면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국민을 향해 평화와 인권 정의를 외치는 문 대통령, 정말로 그로테스크 하지 않은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에 의해 직무 정지된 날 대통령을 향해 “추 장관의 이런 폭거도 문제지만, 뒤에서 이것을 묵인하고 어찌보면 즐기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훨씬 더 문제”라고 했다. 사실이라면 참 나쁜 대통령 아닌가.

서두에 언급했듯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일찍이 “나쁜 대통령은 자기를 위해 개헌하는 대통령”이라고 규정했다. 2020판은 내용을 조금 고쳐야 할 듯 싶다. “나쁜 대통령은 자기를 위해 침묵하는 대통령”이라고. 문 대통령은 그 덕분에 부동산 정책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해도 국정운영 지지율 40%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한겨레신문에 실린 홍세화 칼럼에 동의한다. “불편한 질문, 불편한 자리를 피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보다 임금님에 가깝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으로 백성한테서 ‘상소문’을 받는다는 점도 그렇다. 임금님인데, 착한 임금님이다.” 스스로 칼을 쓰지 않는 착한 임금님 문재인, 그 덕분에 참 나쁜 대통령은 나날이 파괴적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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