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칼럼] 추수감사절과 칠면조 요리
[전정희 칼럼] 추수감사절과 칠면조 요리
  • 전정희 소설가
    전정희 소설가
  • 승인 2020.11.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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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과 일요일 점심 식사 약속이 있었다. 약속한 식당에서 기다리는데 지인이 과일을 잔뜩 들고 나타났다. 무슨 과일이냐고 물었더니 오늘이 추수감사절이라 교회에 과일을 헌물로 드렸는데 내 생각이 나서 조금 챙겨왔다는 것이었다. 고맙다고 하고 내용물을 살펴보니 배, 사과, 귤, 포도 등 제법 알이 굵은 것들이 골고루 들어있었다. 지인이 다니는 교회에서는 추수감사절 날 잘 익고 가장 큰 과일을 몇 개 준비해 교회에 헌물로 드리고 그 과일은 지역의 독거노인이나 고아원 등 사회시설에 모두 기증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개신교는 매월 11월 3번째 일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하고 행사를 치르고 있고, 미국은 11월 4번째 목요일이 추수감사절이며 공휴일이다. 추수감사절을 지키는 대부분의 나라는 아예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연휴로 쉬기도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추석 명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의 추석은 과일이며 곡식들이 완전히 익기 전에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의 추석은 수확할 곡식들의 풍요를 조상께 미리 감사드리는 개념이라면 서양의 추수감사절은 곡식을 모두 수확한 다음에 감사를 드리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집으로 돌아와 추수감사절의 유래에 대해 살펴보았다.

곡물 추수와 관련되어 성경에 나타난 최초의 감사 제사는 가인과 아벨의 제사였다. 이후 유대인의 칠칠절, 수장절 등과 같이 고대로부터 추수 감사에 관련된 의식이 생겨났다. 그리고 각 나라의 민속적인 풍습으로 행해졌던 추수 감사제가 교회의 한 절기가 된 것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에 의해 거행되었던 1621년의 추수감사절의 영향 때문이다.

성경 말씀대로 경건하게 생활하기를 원했던 청교도인들은 신앙적 자유를 지키기 위해 네덜란드로 건너갔다가 다시 신대륙으로 가기 위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메이플라워호를 구입했다. 그들은 먹을 물과 양식이 부족한 가운데 65일간의 험난한 항해 끝에 미국에 도착했다. 그러나 추위와 식량난으로 첫 겨울을 나자 102명 가운데 44명이나 죽었으며 그 나머지도 질병에 시달렸다. 그런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은 인디언들이었다.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청교도들에게 곡물을 나누어 주었고 농사짓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다. 이들의 도움으로 다음 해인 1621년 청교도들은 풍성한 곡식을 추수할 수 있었다. 청교도들은 그동안 자신들을 잘 대해준 인디언들을 초대해 추수한 곡식과 칠면조 고기 등을 함께 먹으며 신대륙에서의 기쁜 첫 추수감사절 행사를 치렀다.

이후 1623년 매사추세츠 주에서 추수감사절을 공식 절기로 선포하였고 1789년에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이를 전국적으로 지킬 것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잠시 폐지되었다가 1863년 링컨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미국의 연례적인 축일로 선포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 것이다. 미국에서 남북 전쟁을 하던 중에도 추수감사절 하루 동안은 전쟁이 중지되기도 했다.

추수감사절 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칠면조 요리다. 연휴 전 주에 백악관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직접 칠면조를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공무원들에게 1인분씩 풀어주는 행사를 하는데 추수감사절 하루 동안 소비되는 칠면조의 양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추수감사절 날은 왜 칠면조를 먹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그럴듯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1621년 최초의 추수감사절 때 칠면조가 사용되었고, 그 전통을 오늘날까지 잇고 있다는 것이다. 또 칠면조는 미국에서 흔한 고기이며 초창기 굶주린 신교도들은 칠면조를 많이 잡아먹었다. 그리고 칠면조는 개체 수도 많고 가을이 되면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데다 맛도 좋아진다.

본래 유럽에는 추수 기간에 추수절이란 행사를 치렀는데 유럽의 귀족들은 백조나 왜가리를 잡아서 요리했고, 가난한 서민들은 거위를 잡아 요리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신대륙에 도착한 청교도인들은 대부분 가난했고 먹을 것이 부족했다. 청교도인들은 거위를 찾았으나 거위는 없고 거위와 비슷한 칠면조가 많았다. 그래서 거위 대용으로 칠면조를 요리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전통으로 굳어진 것이다.

또 칠면조의 퍽퍽하고 다소 떨어지는 식감이 추수감사절의 의미와 어울린다는 설도 있다. 본래 추수감사절은 청교도인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겨우 겨울을 난 이후에 먹을 것이 부족한 가운데서 신의 보살핌과 먹을 것을 주심을 감사하기 위해 드린 제사다. 그렇다 보니 당시의 고된 환경과 척박한 환경, 즉 초기 개척민들의 고통과 마음가짐을 되새기는 데는 퍽퍽한 칠면조 살이 잘 어울려서 먹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추수감사절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었는데 칠면조는 닭보다 커서 여러 명이 먹을 수 있었다. 결국 칠면조는 아메리카에서 구하기 쉽고 많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려나 추수감사절을 계기로 한 해의 수확을 정리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가져도 좋을 듯싶다. 저물어가는 이 가을에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올 한해도 코로나19라는 큰 재난이 있었으나 현명하게 잘 대처하고 있고, 크게 아프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으니 감사하다고……, 남은 2020년도 잘 마무리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리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조상님이든 또는 각자가 믿고 있는 종교든, 다만 겸허한 자세로 기도드리고 남은 날들 또한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을 해보는 것에 의의를 두면 좋을 듯하다.

창밖에 노란 은행나무가 아직은 더러 매달려 있다. 이제 곧 찬바람이 불면 앙상한 가지만 남을 것이다. 가는 가을이 아쉽다.

 

전정희 소설가 / 저서 '하얀민들레', '묵호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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