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증오에 눈먼 한겨레신문의 반지성주의
[박한명 칼럼]증오에 눈먼 한겨레신문의 반지성주의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11.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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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MBC PD 칼럼 사태를 보고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MBC 김민식 PD가 정기 기고한다는 한겨레신문 11월 9일 칼럼(‘지식인의 진짜 책무’)에서 김 피디가 가정폭력 가해자를 옹호했다는 문제는 이글이 던진 심각성에 있어서 본질은 아니다.

물론 비유를 든답시고 거론한 예가 책 읽는 지적인 자신의 어머니가 책 읽지 않는 무식한 아버지로부터 맞을만 했다며 여럿이 지적하듯 가정폭력 가해자를 옹호한 것, 지식인이 미워 뻔히 손가락질 받을 걸 알면서도 자기 부모를 패대기치는 패륜적 사고를 보여준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단순하게만 봐도 자식이 자기 부모 얼굴을 먹칠하고 욕 먹이는 그런 글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쓸 수 없고, 명색이 진보언론이라면 재활용도 불가능한 그런 쓰레기 글을 싣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 글의 심각성은 우리가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사회 비판적인 지식인에 대한 맹목적 증오를 배설한 반지성주의를 거르지 않는 진보언론의 타락성이 이 사태까지 왔다는 현실이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피디가 쓴 칼럼의 골자는 ‘책에서 배운 것을 남에게 적용하면 폭력’이라는 것, 그러므로 지식인 엘리트의 독주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그 지식인이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특정인, 혹은 특정인 몇몇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 피디 글 마지막 부분 일부를 옮겨 본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서 위험한 건 혼자 너무 많이 읽는 사람이다. (중략) 요즘 지식인은 산에 올라가 수양하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망이라는 저잣거리에 세상을 조롱하는 글을 올리고, 이는 다시 의도를 가진 특정 언론에 의해 제멋대로 확대 해석되어 사람들의 가슴에 분노를 당긴다.” “과도한 자의식을 장착한 엘리트의 독주는 독서 문화 함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략) 지식인이 조롱의 대상이 되는 순간,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사라진다. 책을 읽어 내 자존감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자존감을 존중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그것이 지식인의 진짜 책무다.”

타락한 진보에게서 보는 문화대혁명의 붉은 기운

김 피디가 말하는 ‘과도한 자의식을 장착한 엘리트’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문제의 본질은 선동용 배설에 불과한 글을 과감히 지면으로 옮길 만큼 증오심에 찬 한겨레신문사의 위험한 반지성주의다.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에 대한 분노가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까지 온 것으로 보이는 한겨레신문의 ‘홍위병 근성’이 걱정스럽다는 얘기다.

안경을 썼다는 이유로, 손이 부드럽다는 이유로 지식인으로 간주돼 처형당했던 수십 년 전 ‘킬링 필드’의 비극이 김 피디와 한겨레신문으로 인해 다시 떠올랐다면 지나친 생각인가. 정권과 언론, 그들이 만들어낸 홍위병들이 하나가 돼 여론을 선동하고 그것으로 정적들을 처단해가는 모습, 내전과 대량학살로 돌입하기 전초의 살벌한 광경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필자의 망상일까. 권력에 굶주린 지식인들과 아첨꾼들이 합세해 홍위병들과 온갖 패악을 저지르며 200만 명 가까이 목숨을 잃은 문화대혁명의 붉은 기운이 대한민국에서도 솟기 시작했다고 느낀다면 오버인가.

한겨레는 독자와 여론 비판이 몰아치자 “10일치 26면에 실린 김민식 PD의 칼럼 ‘지식인의 진짜 책무’가 가정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부적절한 내용임에도 걸러내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특히 독자들의 지적이 있기 전까지 내부에서 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데 대해 심각성과 책임을 느낀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김 피디도 “독자 반응을 보며, 죄스러운 마음뿐”이라며 사과했다.

한겨레도 김 피디도 스스로는 이 글이 왜 문제인지 어떤 자각도 못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는 누가 봐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에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 바로 이 점이 심각하다. 이런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적을 공격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절제 없는 권력 남용과 민주주의의 근본 토대를 무너뜨리는 반지성주의가 소위 진보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는 것, 진보 스스로 깨달아야하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김 피디에게 한마디 조언을 하고 싶다.

김 피디가 몇 달 전 쓴 <못난 아비의 육아법>이란 글을 보니 그는 어릴 적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피해자였다. 그가 매 맞는 어머니에 책임을 돌린 모습은 가정폭력에 오랫동안 노출된 피해자가 보이는 전형적인 증상과 매우 닮았다. 늦기 전에 치료를 받았으면 한다. 주제넘다고 느끼지만 어찌됐든 김 피디는 공영방송 MBC 소속의 피디이자 대한민국 소위 진보언론을 대표하는 신문사에 고정적으로 글이 실리는 공적인 인물 아닌가. 그가 영향을 끼치는 그의 가정과 언론사 사회 국가를 위해서도 치료를 받길 바란다. 내면이 병든 지성인의 반지성주의가 끼칠 악영향은 독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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