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KBS와 주진우, 주구 저널리즘
[박한명 칼럼]KBS와 주진우, 주구 저널리즘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11.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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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 사유 또 증명한 KBS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KBS가 “주구(사냥개) 저널리즘”이란 어떤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KBS1 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 진행자인 주진우가 방송에서 재수감 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놓고 조롱한 모습을 두고 KBS 내부에서 나온 지적이다.

주진우가 지난달 10월 29일 방송에서 '존경하는 이명박 각하께'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이 땅의 정의를 위해서 각하 17년 감방생활 건강하고 슬기롭게 하셔서 만기출소하시기를 기도하겠다"며 "96살 생신 때 뵙겠다"고 했다. 이날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 전 대통령을 대놓고 조롱한 것이다. 이걸 두고 KBS 공영노조는 “공영방송의 품위와 미덕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사실상 정권을 기획한 그룹의 일원이 자기 멋대로의 편견과 조롱을 이렇게 마음껏 발산하는데 KBS가 도구로 사용되도록 허용하고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또 “주진우와 같은 황색 저널리즘을 용인하는 한 KBS의 시사-보도는 영원히 ‘주구 저널리즘’ 낙인을 면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정권의 충견 노릇을 자처하면서 수신료 현실화를 논하는 것 역시 허황된 망상”이라고 했다.

공영방송이라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비판과 조롱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주진우라는 사람이 친문 스피커라는 차원의 문제도 아니다.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바이블처럼 외치는 KBS의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방송법에도 분명히 명시한 방송의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과 같은 조항들은 개나 주라는 식의 태도를 아무렇지 않게 보여준 것 때문이다.

주진우의 발언은 여타 방송에서 흔히 있는 편파 발언 논란과도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공재인 공중파가 순전히 특정한 한 인물에 대한 저주성 저질의 조롱 형태로 한 개인의 스트레스 해소용, 자기 과시용으로 소모됐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웃고 떠드는 개인 팟캐스트 방송을 국민 세금과 같은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중파에서 한 것이다. 필자는 이전 여러 글에서도 수신료를 다뤘지만 그래서 이 문제를 또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주구 저널리즘에 수신료 인상 가당찮다

이번 주진우 사건은 KBS의 진정성도 의심하게 만들었다. 양승동 사장은 나훈아 쇼와 같은 프로를 만들 터이니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했지만, 정작 인상해주면 주진우 방송과 같은 진행자와 프로그램이 더 늘어나고 이와 유사한 사건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국민에게 다시 상기시켰다. KBS는 작년 사업적자가 759억 원이고, 올해도 비슷한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과 친문세력은 40년째 동결돼 있는 수신료를 인상해 KBS의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열하기 짝이 없는 주진우의 ‘슬기로운 감방생활’ 발언 사건은 수신료 인상이야말로 KBS의 ‘주구 저널리즘’을 더 강화시켜주는 공공성을 해치는 독극물과 같은 것임을 확인시켜준 것 아닌가. 수신료 인상이야말로 KBS의 공공성을 해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국민이 다시금 목도하게 만들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진행 중 “우리는 대승했지만 그들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고 트윗을 올리자 트위터 측은 곧바로 ‘경고 딱지’를 붙였다.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 현직 대통령이 재선이 유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미국의 SNS 업체는 냉정했다. 미국 소셜 미디어의 좌편향성 문제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포털과 같은 업체였다면 어땠을까. 공영방송이라는 이 나라의 공중파 방송사들이었다면 어땠을까. KBS가 주구 저널리즘이란 오명을 얻게 된 데는 방송을 사유화하는 주진우와 같은 친문 스피커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주구 저널리즘 평가까지 받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막장까지 간 상태라는 얘기다.

최근 언론에 의하면 민주당이 ‘미디어혁신위원회’를 만들기로 뜻을 모으고 내년 1월 말 전후로 발족시킨다고 한다. 미디어정책 전반을 정비할 한시적인 사회적 논의기구라고 하는데,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한 논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야당이 무기력하다지만 주진우와 같은 막장들이 활개를 치는 한 국회 의석이 200석을 넘어도 인상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수신료 인상이야말로 국민의 역린이 아닌가. 온갖 정치변화 속에서도 40년 간 수신료는 그대로였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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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 2020-11-06 11:42:06 (223.38.***.***)
주진우도 타락하다니 말세다. 이명박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의 잘못은 눈감고 있지 않나. 이러니 친문스피커 소리를 들을수 밖에. 내로남불이란 어감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자기만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말이니 무법자라는 말과 같다.
김소영 2020-11-05 18:38:00 (221.150.***.***)
작년에 조국 몰래 만나 기획짜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주진우 같은게 공영방송을 타다니.. 국민세금을 저렇게 쓰다니 기가 막힙니다. 품격 없는 저열한 언동, 당장 퇴출되어야 합니다.
김현숙 2020-11-05 16:01:20 (220.71.***.***)
왜 당신들은 당신들의 마구잡이식 카피 저널리즘과 표적 가짜 뉴스 양산 지적은 안하나요? 한기자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기사 쓰는걸 주구 저널리즘? 이라 폄하한다. 기자 참...쉽게 하는 사람들이 선망받게 만드는 기자 사회부터 지적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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