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MBN 업무정지, 한겨레종편의 신호탄인가
[박한명 칼럼]MBN 업무정지, 한겨레종편의 신호탄인가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11.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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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시나리오의 종편 사냥이 시작되었다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MBN에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MBN은 2011년 종편 승인 과정에서 최소 자본금 3천억 원을 채우기 위해 임직원 명의로 약 555억 원을 빌려 자본금을 충당하고 이걸 숨기려고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올 7월 주요 경영진과 법인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의 재승인 과정에서도 자본금을 불법으로 충당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채 재승인을 받았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고 한다. 방송법에는 방송사가 허가나 승인 과정에서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을 경우 승인 취소부터 6개월 이내 업무 정지 또는 광고 중단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다만 당장 중지는 아니고 통보 시점으로부터 6개월간 처분 유예기간이 주어져 오는 11월 재승인이 완료된 다음인 2021년 5월부터 업무가 정지된다고 한다. 

유예기간이란 혼란의 시간을 보낸 뒤 맞는 6개월 영업정지 기간은 그냥 날리는 기간이다.

차기대선이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진다는 점을 고려해보자. 1년이란 기간은 바로 종편방송의 대목 아닌가. MBN은 사실상 내년 재보선과 차기 대선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판국이니 MBN의 11월 재승인은 확신할 수 있겠나. 광고매출은 또 어떻겠나. 전망 자체가 불투명하다.

방통위는 애초 승인취소를 고려하다 6개월 업무정지로 징계수위를 낮췄다고 한다.

그 이유를 “승인취소 시 방송 종사자, 외주 제작사 등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 또한 시청자가 입을 피해 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합편성을 하는 전국적 방송사가 6개월 동안 방송을 중지하면 그건 방송 종사자들의 생계와 무관한가. 필자는 방통위가 업무정지 6개월을 선택한 이유도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의심한다. 굳이 승인취소라는 직진으로 적지 않은 정치적 역풍을 맞느니 그럴싸한 명분의 우회로를 택했다고 생각한다.

준비된 시나리오, 거대한 음모의 냄새

더군다나 이 정권은 대한민국 안에서는 물론 미국과 해외 언론으로부터까지 언론탄압 정권이라는 비판과 의심을 받는 상황 아닌가.

표면으로는 아닌 척 하면서 실제로는 최대의 언론탄압 효과를 내기에 6개월 업무정지만큼 실효적인 방법도 없을 것이다.

오비이락이라고 방통위가 MBN 6개월 방송중단 조치를 결정하기 전날 미디어오늘이 흥미로운 기사를 실은 것도 눈에 들어온다. 언론동향에 빠삭한 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이 한겨레신문이 “10만 후원을 목표로 자체 콘텐츠를 점검하고,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제안서를 구성원들에게 공유했다.”를 시작으로 한겨레 후원멤버십 추진단 산하 콘텐츠개편팀이 최근 ‘2020 한겨레 디지털 전환 제안서’를 내부에 알렸다는 내용이다.

기사에 의하면 이 제안서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탈 텍스트화 △1기사 3링크 의무화 △정치부·이슈팀 디지털 전환, 종이신문 제작 분리 △2021년 콘텐츠 1국(디지털), 콘텐츠 2국(종이신문) 체제 △종이신문 새 판형 실험과 토요판 개편 실행 등으로 크게 나뉜다.

이런 저런 설명이 붙었지만 요지는 한겨레가 종이신문에서 탈피하는 준비를 시작한다는 얘기다. 종이신문에서 탈피를 준비한다는 것이 뭘 뜻하겠나. 몇 달 전 한겨레 사장이 자기들도 종편을 만들겠다는 공개 인터뷰를 미디어오늘과 한 것을 보면서 소위 진보세력의 오랜 희망인 진보종편이 곧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적이 있다.

그 글에서 소개한 한겨레사장의 인터뷰를 다시 옮겨본다. “아직은 의지 차원이다. 1980년대 말 해직 기자들을 중심으로 ‘일간지 창간’ 깃발을 들었다. 당시 월간 ‘말’ 지가 있었지만 충분한 목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국민주 모금 방식으로 일간지 한겨레를 창간했다. 방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금 시대에 ‘방송’은 1988년 해직 기자들이 한겨레를 만들 때의 도전과도 같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신문과 디지털 방송의 연합 체제로 나아가는 것이다. 한겨레가 생산한 보도 자산을 널리 전파할 수 있게 시사교양PP, 보도PP, 종합편성채널로 나아가야 한다. 자금 조달은 상당 부분 자력으로 가능하다. 모자라는 부분을 보태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꼭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

애초 필자의 예상은 방송시장이 포화상태인지라 새 종편보다는 이들이 오랜 세월 적대시 해온 TV조선이나 채널A 둘 중 한 곳을 문을 닫게 하고 그 자리를 한겨레종편에 내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문 정권의 선전지휘부, 심의기관 노릇을 톡톡히 하는 방통위와 방심위가 쌍끌이하며 노골적으로 조이고 풀고 하면서 길들이는 TV조선이나 채널A 모두 여전히 위태위태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보다 당장 여러 모로 명분에서 훨씬 그럴듯한 MBN이 권력의 조준점에 도달한 것처럼 비친다. 어쩌면 ‘한겨레 종편’을 꿈꾸어온 세력은 JTBC를 제외한 모든 종편 채널의 약화와 동시에 그 괴롭힘의 끝에 먼저 엎어진 놈을 거저 줍겠다는 생각을 해왔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큰 흐름으로 봐서 방통위의 MBN 업무정지 처분은 한겨레종편 탄생의 신호탄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과정에서 어떤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순리를 거스른다면 반드시 어떤 모양이든 대가를 치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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