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디지털 화폐' 미는 中…'화폐 전쟁 서막'
미중 갈등 속 '디지털 화폐' 미는 中…'화폐 전쟁 서막'
  • 장인수 기자
    장인수 기자
  • 승인 2020.10.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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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그간 물밑에서 추진해온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가 12일 드디어 전면에 나타난다.

미중 갈등이 신냉전 수준으로까지 격화한 속에서 중국이 세계 최초로 법정 디지털 화폐를 내놓는 것은 달러 위주의 현 경제 질서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강대국인 미국과 새롭게 부상 중인 중국이 외교·경제·군사·기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는 가운데 향후 국제 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간 '화폐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 베일 벗는 법정 디지털 화폐 '디지털 위안'
12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광둥성 선전(深천<土+川>)시 정부와 협력해 이날 선전 시민 5만명에게 각각 200위안(약 3만4천원)씩, 총 1천만 위안(약 17억원)의 법정 디지털 화폐를 추첨을 통해 뿌린다.

선전시는 이날 오후 6시(현지시간) 추첨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시민 191만명이 신청을 했다.

당첨된 사람들은 '디지털 위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200위안의 디지털 화폐를 지급받아 이날 밤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선전 뤄후(羅湖)구의 3천389개 지정 상업 시설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중국이 이처럼 대규모로 법정 디지털 화폐 공개 운영 시험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번 시도는 디지털 화폐 전면 도입을 앞두고 이뤄지는 '오픈 베타 테스트'로서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민은행은 올해부터 선전(深천<土+川>), 슝안(雄安), 쑤저우(蘇州), 청두(成都), 동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 등지에서 폐쇄적으로 내부 실험을 진행했지만 자세한 상황을 외부에 공개한 적은 없었다.

특히 중국은 이번에 '개혁개방 1번지'이자 '기술 허브'인 선전의 경제특구 건립 40주년을 기념식에 즈음해 세계 최초인 법정 디지털 화폐 보급을 위한 대규모 실험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4일 열리는 기념식이 직접 참석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이 안팎에 세계 최초의 법정 디지털 화폐 발행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려는 나라다.

이미 수년 전부터 비트코인을 위시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 가상화폐들이 여럿 나타나 일반인들에게도 제법 익숙해졌다.

하지만 중국이 도입하려는 법정 디지털 화폐는 기존의 지폐나 동전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가치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민간이 '제도권' 밖에서 발행한 가상화폐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인민은행 당국자들의 기존 언급을 종합하면,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는 실물 현금 중 일부를 대체하는 것으로 우선은 소액 현금 거래의 일부를 대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은 '디지털 위안'을 나라 밖에 유통해 미국 달러를 바탕으로 한 국제 경제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려 한다.

인민은행은 향후 국제 무역과 결제 업무에서 법정 디지털 화폐 이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들어 극단으로 치닫는 미중 갈등 탓에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오래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섰지만 국제 결제 수단으로서의 위안화의 위상은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8월 국제 지급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 1.91%에 그쳐 달러(38.96%), 유로(36.04%), 파운드(6.7%)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미국이 자국을 달러 중심의 국제결제망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팡싱하이(方星海)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차관)은 지난 6월 공개 포럼에서 "위안화 국제화는 향후 외부 금융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리 계획을 마련해야 하고, 우회할 수 없는 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거꾸로 미국 쪽에서도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지난 6월 더 와이어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가상화폐를 막 내놓았다"며 "당신은 지금 당장 뜨거운 전쟁(hot war)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가 이제 시작 단계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중국 주도의 경제 블록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진영 안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충칭(重慶)직할시 시장을 지낸 황치판(黃奇帆)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지난달 경제 포럼에서 "일대일로 관련국과의 위안화 스와프, 청산결제 시스템 구축을 바탕으로 이들 국가와의 무역과 투자를 추진할 때 가능한 한 위안화로 가격 책정, 지불, 정산 등을 해야 한다"며 "(위안화)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위안화 국제화를 더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지역의 상점마다 알리페이나 유니온페이 결제 시스템이 깔렸듯이 향후 중국인이 많이 가는 곳마다 법정 디지털 위안 결제 시스템이 널리 보급될 가능성도 크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중국이 전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14·5계획(1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그간 준비를 해온 디지털 경제 발전에 크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이는데 법정 디지털 화폐도 이런 움직임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며 "위안화 국제화 측면에서도 중국이 (상대국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대일로 관련국에서 디지털 위안화의 상대적 빠른 사용 확대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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