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정책, 이제 '유니콘'보다 '엑시트'에 초점 맞춰야"
"스타트업 정책, 이제 '유니콘'보다 '엑시트'에 초점 맞춰야"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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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2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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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타트업은 인수합병(M&A) 등으로 스타트업 단계에서 기업으로 도약하는 '엑시트(exit)'가 활발히 이뤄지는데 국내 스타트업은 '반(反) M&A 정서'에 가로막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효상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23일 오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스타트업 생태계 엑시트 활성화 전략연구 중간보고회'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엑시트란 스타트업이 하나의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선보이는 프로젝트 수준에서 벗어나 어엿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최종 단계를 가리킨다.

스타트업의 엑시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M&A와 상장(IPO)이다.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스타트업 창업가(entrepreneur)는 초창기에는 엔젤투자자, 이후에는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받다가 궁극에는 M&A나 IPO를 통해 엑시트를 하게 된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결국 성공적인 엑시트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한국에서는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 스타트업 성공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M&A나 IPO까지 이뤄내는 '엑시콘'(엑시트와 유니콘의 합성어)이 성공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유니콘으로 평가받았으나 결국 M&A나 IPO에 이르지 못해 비상장 상태로 남는 '좀비 유니콘'이 많기 때문이다.

유 교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스타트업의 25.7%만이 엑시트에 성공했다.

유 교수는 스타트업이 엑시콘이 되려면 초창기부터 엑시트 전략을 확실히 세우는 것과 스타트업 M&A가 활발히 이뤄지는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이나 자본에 인수·합병되면 '먹튀'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는 게 유 교수의 지적이다.

지난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7천50억원 규모로 인수되자 "국내 대표 스타트업이 외국자본에 팔렸다"며 비난 여론이 일었던 바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올해 자료에 따르면 국내 VC가 투자 자금을 회수한 경우 중 M&A 비율은 0.7%에 불과했다. 장외 매각 및 상환이 47.4%, IPO가 25%였다.

유 교수는 "미국 스타트업의 경우 엑시트의 97%가 M&A"라면서 "미국 스타트업이 IPO까지 가는 비율은 0.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시리즈 A, 시리즈 B 등 초기 투자 단계에서 M&A 되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나라에선 M&A라고 하면 몇천억, 몇조 단위로 생각하는데 미국 스타트업 M&A는 10억원 이내 수준에서도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국내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이제 유니콘 발굴보다는 엑시트를 통한 생태계 선순환 완성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국내외 자본의 투자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활발히 엑시트 할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스포 측은 "정부와 국회가 국내 스타트업의 엑시트 장애 요인을 조사하고, M&A를 촉진하는 한편 IPO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며 "엑시트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와 코스포는 엑시트 활성화 연구 결과를 11월 말 발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토론회 등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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