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철의 유통칼럼(16) 대기업의 무임승차 막을 길은 없는가?
권순철의 유통칼럼(16) 대기업의 무임승차 막을 길은 없는가?
  • 권순철
    권순철
  • 승인 2009.11.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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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필자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광고가 있었다. 다름아닌 양구의 민들레진액이다. 광고를 본 첫 느낌이 전면광고인데 광고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라면 정직하게 만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그 당시 길가에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민들레를 노란 꽃이 지고 나면, 다시 피는 하얀 꽃이 피는 신기한 야생화로 알고 있었다. 너무나 흔해서 버려진 것, 소나 염소 같은 짐승들의 먹이로 알맞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광고를 보니 ‘민들레는 한방이나 민간에서는 진정, 유방염, 대하증, 악창, 건위, 해열 등의 약제로 쓰이며, 한방의서에서는「약성이 미고(味苦)하고 식중독을 제거 하며, 결핵(結核), 궤양(潰瘍), 옹종, 늑막염(肋膜炎)등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또한 강장, 해열, 침한, 치질, 부종, 자궁병 등에도 좋은 효과가 있으며, 특히 암세포가 자라는 것을 억제한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등등 비교적 상세한 자료가 들어 있었다. 부족한 자료는 찾아보고 좀더 공부했다.
결국 한 박스를 구입하여 직접 먹어 보기로 했다. 그러고 싶었던 이면에는 필자에게 민들레는 너무나 친숙한 들꽃이었고, 집에서 키우던 소나 염소가 즐겨 먹던 풀이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몸에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먼저 왔다.

그렇게 민들레의 효능과 약효를 알리기 위해 많은 광고비를 지출했을 텐데 어느 날 갑자기 모 제약회사의 민들레 광고가 보였다.. 머리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한 단어가 있었다. ‘무임승차’였다. 또 한 기업이 이렇게 무임승차 하는 구나. 먼저 양구 농민이 안됐다는 생각과 제약회사가 갑자기 미워졌다.

필자가 너무 과민반응을 하는 것인가?

최근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영역에 진출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하기 보다는 우월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소업체들이 애써 형성한 시장에 뛰어들어 영역을 빼앗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대기업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인다.

지난 5월 신세계는 주유소사업에 이어 와인사업에 진출했다. 국내 와인시장의 규모가 5000억 원도 안 되는 시장이다. 수입가격을 낮춰 와인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신세계의 계획은 올해 85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2013년까지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LG데이콤은 지난 5월 주총에서 웨딩사업의 강화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7월 웨딩서비스를 선보인 이 회사는 수수료 중심의 사업모델을 넘어 컨설팅, 혼수정보, 여행정보, 결혼박람회 등 포괄적인 웨딩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말 자회사를 통해 휴대전화 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대기업의 영역확장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유통업계의 골목상권일 것이다. 홈플러스, 롯대, GS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여론의 따가운 지적에도 불구하고 100평 안팎의 소형점포 사업에 공세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영역에 뛰어드는 이면에는 2006년 12월에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의 완전 폐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이 뛰어들면 종전 중소기업들의 독점 상권, 수입권, 특허 등으로 개척해 온 시장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다. 결국 시장의 승자는 대기업의 편일 가능성이 크다.

IMF, 최근의 금융위기를 거치며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하나 있다. 회사도, 국가도 나를 더 이상 보호해 주지 않는다 것이다. 수중의 더 많은 돈을 얘기하는 것이 더 이상 천박해 보이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시장은 스스로 지키라고 한다. 그리고 어떻게?는 알아서다. 작은 기업이 거대 기업들로부터 스스로 보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는 지식으로 무장하고, 소비자에게 겸손하게 다가가는 자세일 것이다. 막상 정보로 넘쳐나는 인터넷이지만 정작 깊이 있는 내용은 찾기 쉽지 않다.

양구 민들레가 시장에서 스스로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은 더 많은 정보를 더 쉽게 소비자를 학습시키는 것일 것이다. 지식사회에서 최후의 승자는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집단이나 개인일 테니까..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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