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초라한' IT전시 IFA…강행 까닭은
팬데믹 속 '초라한' IT전시 IFA…강행 까닭은
  • Seo Hae
    Seo Hae
  • 승인 2020.09.0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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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개 업체만 오프라인 전시 참가…당국 행정 문제 지적도

독일 베를린의 '메쎄 쥐트' 지하철역에서 IFA 행사장까지 200m 정도를 걸어가는 동안 앞에 가는 2명이 유일하게 본 사람이었다.

예년에는 지하철에서 쏟아져 내린 사람들이 전시장인 메쎄베를린의 입구까지 줄을 지어갔다. 작년에만 해도 6일간 25만명이 IFA 행사장을 찾았으니 그럴만했다.

IFA 개최일인 3일 행사장 안팎의 풍경은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IFA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MWC와 함께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힌다.

이 가운데 지난 2월 말 개최 예정이던 MW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됐고, 내년 CES는 온라인 행사로 대체됐다.

IFA는 펜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도 3대 전시회 가운데 유일하게 오프라인으로 열린 셈이다. 물론 IFA도 상당수의 업체와 소비자들의 참여가 어려운 만큼, 온라인 전시 및 행사를 병행했다.

오프라인 행사 규모는 예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줄어들었다. 6일간 열리던 전시회는 3일로 줄었다. 예년에는 2천 개 정도의 기업이 참여했지만, 이번엔 150여 개에 불과했다. 다만 1천400여 개의 기업이 온라인 가상 전시에 참여했다.

예년에는 행사장인 메쎄베를린의 30개에 가까운 전시관 중 3개관이 전시관으로 사용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의 제약이 컸을 뿐만 아니라, 행사 참가자 입국에 대한 독일 당국의 행정적 지원도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행사 관계자는 현지 경제신문 한델스블라트에서 독일의 관료주의로 행사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행사에서는 방역을 위해 각 전시관의 최대 입장객을 750명으로 제한했고, 이를 넘을 경우 게이트 앞에 빨간불이 들어오도록 했다.

그러나 개막 첫날인데도 관람객은 그리 많지 않아 빨간불이 켜질 일은 흔치 않을 듯했다. 입장객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의무화돼 있었다.

IFA에서 가장 큰 부스를 운영해온 삼성전자, LG전자의 부스는 보이지 않았다. LG전자는 대신 가상 전시관을 만들었다. 소니, 파나소닉, 아마존, 필립스, 레노버 등 상설 전시를 해오던 글로벌 업체들의 전시관도 보이지 않았다.

글로벌 주요 기업 가운데 오프라인 부스를 연 곳은 사실상 화웨이가 유일했다.

퀄컴, LG전자, 화웨이, 현대차 등이 콘퍼런스를 열었으나,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았다. 3일 화웨이의 콘퍼런스장에는 절반 정도밖에 좌석이 차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 임원들은 현장에 오지 않고 화상을 통해 관람객을 마주했다.

IT·가전 전시회의 가장 큰 매력인 혁신을 느끼기는 어려워 보였다. 새 제품 발표도 거의 없었다. 화웨이도 마찬가지였다. 최신 스마트폰 등의 자사 제품을 전시했지만, 도심의 스토어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콘퍼런스를 통해 발표된 내용은 눈길을 사로잡는 혁신을 제시하기보다는 대체로 기존 전략을 선명하게 설명하거나 재확인하는 정도였다.

올해 초 CES를 통해 확인된 5G 확장, 모빌리티, AI, 스마트시티, 홈 이코노미 등의 트랜드에서 더 큰 변화가 나오지 않았다. 상당수의 주요 기업이 참여를 안했기 때문에 기존 트렌드마저 읽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전시관 밖에서 열리는 야외 음악 콘서트도, 화려한 장치 앞에 모여든 관람객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과 IT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보여주기 위해 셰프를 동원한 요리 행사도 없었다. 당연히 비즈니스 미팅과 이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도 위축됐을 터다.

IFA는 가상 전시관인 'Xtended Space'를 열어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일반인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했는데 그 효과 여부는 전시가 끝난 뒤 평가될 것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평가했다.

IFA 총책인 옌스 하이데커는 한델스블라트에 IFA 개최를 강행한 이유를 놓고 "IFA가 올해 이익을 얻지 못하지만, 브랜드의 미래에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슈피겔온라인에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전시회가 개최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IFA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행사를 취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행사에서 국내에서는 10개 정도가 참여했다. 대체로 독일에 지사가 있는 기업으로, KIC유럽이 전시 지원을 했다.

한국 업체로는 고양이를 운동시켜주고 애플리케이션으로 운동량과 체중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은 리틀캣이 주목을 받아 슈피겔온라인 등 현지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리틀캣은 '캣 플래닛'이라는 제품을 지난해 CES에서 내놓고 이미 10여개 전시회에 참여했단다. 그런데도 이번 IFA에서 상당한 조명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이목을 끌만한 새로운 제품이 전시되지 않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리틀캣 관계자는 귀국 후 14일 격리를 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출장길에 나선 데 대해 유럽 현지 바이어가 제품을 실물로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전시의 강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하엘 뮐러 베를린 시장은 IFA 개최에 대해 "베를린을 펜데믹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되돌아가도록 하고 경제 회복을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실의 IFA는 팬데믹의 파장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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