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칼럼]언론 징벌적 손배가 친문의 무기가 돼선 안 된다
[박한명칼럼]언론 징벌적 손배가 친문의 무기가 돼선 안 된다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8.3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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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오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입법 신중해야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연세대 의대 교수를 찾아가 세브란스에서 피부과 인턴 과정을 밟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는 조선일보 28일자 보도에 조국 전 장관이 허위사실이라며 민형사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조국은 “‘미스 리틀 콜로라도’ 존베넷 램지 피살사건 CBS 다큐멘터리의 경우 7억5000만달러(약 8900억원)의 손배소가 제기된 후 2019년 합의 종결됐다” 또 “신문사가 파산한 사례도 있었다”며 “1980년 미국 일리노이주의 소규모 언론사 ‘앨턴텔레그래프’는 건설업자가 마피아와 연관돼 있는 오보를 낸 후 920만 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고 파산신고를 했다”는 해외 사례를 들어 국내 오보 언론사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조선일보는 “조민씨와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오보를 인정했다. 이 기사를 접하고 친문세력이 던져 놓은 미끼를 조선일보가 덥석 물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그동안 여권에서 계속 논의를 해왔던 문제다.

정청래 의원이 6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넣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뒤로 주로 친문매체를 중심으로 갑론을박중이다. 5월엔 친문의 돌격대장 비슷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 출연해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사가 망하는 수준의 배상액을 묻는 시스템이 있어야 언론의 팩트체크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오보를 대하는 조국의 강경한 태도는 친문 핵심에서 나오는 언론 손보기 분위기와 분명히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어처구니없지만 친문 핵심이 바라는 개혁 1순위가 바로 언론개혁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방송과 신문들이 먹고사니즘이든 무엇이든 이유 불문하고 자타의로 어용화 됐는데 이것도 모자라 정권과 친문을 비판하는 언론에 천문학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타격을 줄만큼의 배상을 물리겠다는 의도다. 

동기부터 불순한 징벌제 논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굳이 친문이 원한다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곧 제도화될 가능성이 크다. 언론에 의한 허위보도에 좌우 모두 크게 데였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예컨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허위보도가 얼마나 많았나. 언론의 허위보도는 정권의 숨통을 끝장낼 만큼 위력적이었다는 게 증명됐다.

조국 딸 오보에 즉각 사과한 조선일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숱한 오보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았다. 그만큼 친문 권력의 위세가 무섭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친문매체 미디어오늘이 5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무려 81%였다고 한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찬성한다는 뜻이다. 이 제도가 현실화되면 조선일보든 그 어떤 언론사든지 정치권력, 사회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징벌적 손배 제도가 공정하게 운영될 수도 없다. 이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선 오보와 가짜뉴스를 먼저 구별해야하는 게 필수인데 현재로선 정의를 내리기조차 어렵다. 각자 입장차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누가 기준을 만들까. 압도적인 국회권력과 시민사회권력, 지방권력, 행정부는 물론 사법기능까지 거의 손아귀에 쥐다시피 한 친문권력이 만들 것이다. 내로남불 공정성 잣대가 언론분야에서도 발현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악의적 거짓보도’를 판단할 주체가 권력을 가진 여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친문세력이 증오하는 소위 적폐언론사들은 이 제도로 휘청거리다가 언론 본연의 기능을 잃고 말 것이고 친여매체의 허위선동 보도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 제도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전체주의적 사회로 가는 지름길 역할을 하리라는 건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언론 오보에 의한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겠다고 해도 현행법을 손보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굳이 징벌적 손배 제도를 도입하겠다면 언론보도에 대한 형사처벌은 없애야 맞다. 손배액도 현실적인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우선해야 할 고민은 이 제도를 굳이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일반 국민을 위한 것인지 특정한 권력자들을 위한 것인지부터라고 본다.

친문권력이 원하는 징벌적 손배제도가 미운 언론 때려잡자는 것이면 반드시 역풍을 부르고 만다. 이 제도가 진작 도입됐다면 아마도 MBC 광우병 허위보도나 윤석열 검찰총장에 관한 한겨레신문의 허위보도도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찌됐든 언론으로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공론화되기 시작됐다는 측면에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나라가 휘청거린 역사적 사건마다 언론의 오보가 큰 영향을 미쳤다.

돌이켜보면 다분히 악의적인 보도였다. 특히나 언론기능을 권력을 휘두르고 부를 늘리는 도구 정도로 이용하는 일부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그 언론권력의 치명적인 오보와 허위, 선동보도로 인해 큰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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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2020-09-12 10:02:47 (124.28.***.***)
친문의 무기가 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타당하냐 아니냐가 중요한거야. 동기중에 무엇이 포함되었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합리적인지가 중요하다고. 오보가 아니라 악의적 허위보도를 처벌하기 위한 거라고 되어있지 않냐? 멍청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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