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과 중국의 갈등 그리고 한반도
[인터뷰] 미국과 중국의 갈등 그리고 한반도
  • 김인규 중국정경문화연구원장
    김인규 중국정경문화연구원장
  • 승인 2020.08.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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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중국정경문화연구원장 "한반도서 대리전 가능성 경계해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결국 2035년 중국이 경제적으로 세계 최강국이 되는 걸 좌초시키려는 자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자의 필연적 충돌입니다."
중국과 미국에 조예가 깊은 김인규(55) 중국정경문화연구원 원장은 미중 패권은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미국과 2035년까지 유일 초강대국(G1)이 되려는 중국의 싸움으로 해석한다.

2035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겠다고 제시한 목표 시한으로, 중국은 경제, 과학기술, 군사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을 넘어선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김 원장의 진단이 솔깃하게 들렸다.

김인규 원장은 명실공히 미중 문제 전문가다. 베이징대 경제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하버드대 동아시아연구센터 방문 교수를 거치면서 미국과 중국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 건설업체 우방의 중국법인장으로 중국과 인연을 맺어 실물경제에도 능통한 김 원장은 현재 베이징대 특약 교수로 중국 정치경제를 연구하고 있고, 상하이 발전연구중심 자문위원이자 중국경제일보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미중 갈등의 원인은.

▲ 미중이 대립하는 이유는 핵심가치와 이념의 차이, 체제와 제도의 차이, 중국의 경제·기술·군사적 부상, 지정학적 요인 등 복합적이다. 그중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이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근간으로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확립,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 경제의 창달이 핵심가치이자 이념이지만,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를 핵심으로 사회주의 현대화와 중국몽(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지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 정권을 붕괴시키려 하고, 대만과 남중국해, 홍콩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양국은 통상·기술·금융·외교·안보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미중간 경제적 대립점은.

▲ 미국은 항구적으로 세계 최대 경제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2019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미국 GDP의 70%까지 도달했고, 2035년경 미국의 GDP를 추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미국은 멀지 않은 장래에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현재 미중 갈등은 투키디데스 함정이다. 결국 중국의 경제적인 부상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지금 중국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하면 갈수록 중국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무력충돌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중 갈등은 미국이 상당 기간 준비해왔고,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예고된 전쟁이다.'

미국의 중국 하이테크 기업 제재는.

▲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은 '기술 냉전'(Tech Cold War)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미중 갈등 상황을 고려할 때, 양국 간 2단계 무역 합의가 조기에 이루어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소한 11월 치르는 미국 대선 이후에나 어떤 형식으로든 2단계 무역 합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전까지 미국은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고, 중국 길들이기 차원의 선제적 조치로 화웨이, 위챗, 틱톡, 알리바바 등 중국 IT 기업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 미국의 아킬레스건은 갈수록 세계 지배력과 리더십이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고,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공산당 일당 독재 권위주의로 인해 특히 서방국가로부터 체제에 대한 공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간 대립은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문명 충돌적 요소가 많다. 상대방에 대한 배타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단극주의 세계관이 지배하는 미국과 세계의 중심이라는 편협한 가치관에 입각한 중화사상을 실현하려는 중국 간의 문명전쟁으로 규정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대처법은.

▲ 미중간 대립은 한쪽이 백기를 들고 투항하거나 양측이 계속 팽팽한 갈등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어느 한쪽이 포기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은 중국에 지금 항복하라는 것이고, 중국은 지금 절대 손들 수 없고 어떻게든 2035년까지 버텨서 경제·기술·군사 강국이 된 후에 중국형 국제질서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중국은 과거 대장정(大長征)의 경험을 토대로 지구전을 선택했고, 미국에 대한 일정한 저자세, 다변주의, 자유무역질서, 자립경제, 기술독립 등으로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려 한다. 미국은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 전방위적인 압박과 'No Rush'(급할게 없다) 전략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11월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갈수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강도를 더하고 있다.'
 

미중 분쟁에 따른 한국의 영향은.

▲ 미중 무역전쟁은 경제적, 안보적으로 한국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 등으로 201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에 그쳤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5% 감소한다는 경제분석이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한국에게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安美經中)이라는 관점에서 실용주의 전략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사드 사태, 북핵 문제 등에서 경험했듯이 미중 양국이 언제까지 한국의 줄타기 경제외교를 용인해줄 것인지 의문이다. 모호한 전략은 미중 양쪽 모두에게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중 갈등에 따른 한반도 전쟁 가능성은.

▲ 미중 갈등이 극단적으로 악화할 경우 무력전쟁의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미중간 무력전쟁이 발발한다면 제1 전선은 남중국해, 제2 전선은 대만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한반도 역시 미중간 무력전쟁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미중 갈등의 뇌관이 홍콩이라면 화약고는 대만이고, 마지막 폭발지가 한반도가 될 수도 있다. 홍콩 문제를 트집 잡아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또는 대만에서 국지전을 벌이고, 가능성은 작지만 그 여파가 한반도로 이어져 6.25 전쟁처럼 한반도가 미중간 대리전쟁 지역이 될 개연성이 있다. 만약 한반도에서 6.25 전쟁과 같은 오판 전쟁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중 갈등 속에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 개인적으로 한국은 양립론과 자주론 외교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립외교와 자주외교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대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대미외교는 전문가도 많고 오랜 기간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돼있어 나름대로 방향성이 잡혔지만 대중국 외교는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고 데이터도 분산돼있어 전략 추진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따라서 조속히 대통령 직속 '중국관계연구소'(가칭)를 만들고 중국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등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성장방식의 질적 전환, 수출지역의 다변화, 규제 혁파와 기술혁신을 통한 창업생태계의 창출 등이 시급하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은 저성장, 불균형, 고규제로 대표되는 한국경제를 혁신해 진정한 '한국형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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