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조국이 들춰낸 '삼권일치'의 그림자
[박한명 칼럼]조국이 들춰낸 '삼권일치'의 그림자
  • 박한명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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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24 14: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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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기자회가 비판한 ‘조국 명예훼손 우종창 구속사건’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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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프랑스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된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 석방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지난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취재원을 밝히기를 거부해 수감된 한국 언론인의 석방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입장문 요지는 “기자라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라 할지라도 어떤 상황에서든 법률적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취재원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우종창을 즉각 석방하고, 명예훼손 죄목을 없애고 언론에 대한 사법적 괴롭힘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입장문에는 의회민주주의를 채택한 한국은 세계언론자유 순위가 180개 국가 중 42위를 차지할 만큼 양호하지만 명예훼손이란 죄명으로 최대 7년 구금이 가능하게 한 법조항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담겨 있다. 

이 사안에서 필자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언론단체나 기자협회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서 RSF에 반박했다는 사실이다.

문체부는 RSF가 취재원을 밝히길 거부했다 수감된 언론인을 석방하라고 요구하자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우종창 유튜버 실형 선고는 취재원 보호와 무관하다”며 “막연한 추측만으로 악의적이고 심히 경솔한 방송을 한 것으로 보고 허위사실적 명예훼손과 관련해 법적 판단을 한 것이지 취재원을 공개하지 않아 실형을 선고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체부의 이런 논리에 대해 일부 언론이 다시 반박을 하고 나섰다.

RSF는 문체부 주장과 다르게 ‘재판부가 취재원 공개 여부를 재판 쟁점으로 삼았다는 점’, ‘RSF는 우종창 기자의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사실여부, 유무죄가 아니라 양형사유로 취재원 공개 여부를 참작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요소로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논박한 것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자존심과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

요컨대 문체부는 조국 전 장관을 감싸느라 RSF의 논점을 의도적으로 회피했거나, 아니면 논점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덜떨어진 자들이 조국수호를 위해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어떤 경우이든 낯부끄러운 행태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이 정권이 자국민과 세계인에게 대한민국의 언론자유가 얼마나 보장돼 있는지 자랑할 때마다 꺼내드는 수치가 바로 RSF가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 지수다. 언론탄압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RSF의 수치를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던 정권이 RSF가 정권에 불리한 입장문을 내자 정부 부처가 앞장서서 논리에 맞지 않는 반박문을 냈다.

주로 자국민을 대상으로 쓰던 내로남불 수법을 이제 세계인을 대상으로 써먹겠다고 나선 것 아닌가.

또 사법부 판결을 행정부가 나서서 옹호하고 있으니 RSF 세계의 언론인들은 대한민국 현실을 어떻게 보겠나. 사법부와 행정부 여당이 장악한 입법부까지 삼권분립이 아니라 삼권일치의 반민주 국가인데 자신들이 속았다고 의심하지 않을까.

“도대체 조국이 누구이길래” 이런 한탄이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조국 전 장관의 명예훼손 사건이 문체부와 무슨 상관이 있길래 정부부처가 나서서 어이없는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권위와 체면을 오직 단 한 사람을 위해 이런 식으로 해체해도 되나. 전직 장관의 명예훼손 사건이 도대체 대한민국 언론인과 무슨 상관이 있길래 한국기자협회는 RSF가 입장문까지 냈는데도 입을 다물고 있나. RSF가 입장문을 내기 전 한국기자협회가 먼저 문 정권에 언론자유 침해요소에 관한 문제를 제기해야 했던 것 아닌가.

한국기자협회에 조국은 어떤 존재이길래 이 사안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인가.

조국은 기자협회가 비판성명 한 장 낼 수 없는 성역의 인물인가.

RSF는 ‘조국의 명예를 훼손한 우종창 구속’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 언론인들 대신 자신들이 나선 이 사태에 어떤 심정일까. 그들은 내심 황당해하지 않을까. 한국이 아시아 최고 수준의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은 언론의 노력 덕분이라는 작년 문 대통령의 발언이 떠오른다.

한국기자협회가 뒤늦게라도 언론으로서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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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호 2020-08-24 23:00:55 (114.203.***.***)
옳으신 말씀입니다. 자신들을 옥죄는 이러한 불의에 한국기자협외는 분연히 일어나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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