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본질을 놓친 통합당의 언론개혁안
[박한명 칼럼]본질을 놓친 통합당의 언론개혁안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8.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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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노조 문제 해결책 없는 언론개혁안은 말짱 도루묵

[파이낸스투데이 박한명 논설주간]미래통합당이 새 정강정책에 TV수신료 폐지, 공영방송 사장 대통령 임면권 폐지를 담는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13일 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가 발표한 10대 기본정책 초안 중 언론개혁 부분의 골자가 이 두 가지라는 얘기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구체적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정치중립이 가능한 위원 구성안 개편, 공영방송 이사회 정치중립성을 확보하고 공영방송 등 사장에 대한 대통령 임면권 폐지, TV수신료 폐지, 언론에 대한 권력의 개입을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 등 5가지라고 한다.

아직 초안이라 공영방송 이사회 정치중립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것인지, 방통위 위원 구성안을 어떻게 개편하겠다는 것인지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가타부타 평가하기는 어렵다. 일단 나온 것만 갖고 논평하자면 통합당의 주장은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수준의 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TV수신료 폐지부터 한마디 하자.

공영방송 TV수신료 폐지 여론이나 논의는 세계적인 추세임은 분명하다. 세계의 대표적인 공영방송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도 BBC가 받는 수신료 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일찌감치 나온 바 있다. 올해 초 데일리익스프레스 등 영국 언론들은 TV를 시청하지 않아도 정해진 요금을 무조건 내야하는 수신료 제도를 영국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작년 선거 기간 때부터 “TV를 가지고 있는 사람 모두가 특정 방송사에 요금을 지불하는 구조를 언제까지 정당화할 수 있겠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영국이나 우리나라나 TV수신료를 폐지해야한다는 여론 현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리의 공영방송은 집권세력의 홍위병, 선전선동 기관이 돼 있기 때문이고 영국의 공영방송은 집권세력을 비판해서라는 전혀 다른 원인이다.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수신료를 내야하는 스위스 공영방송 등 여러 나라에서도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TV를 보지 않는 사람들까지 수신료를 내야하는가를 두고 국민투표에 부치는 등 여전히 논란은 진행 중이다.

통합당이 그런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새로운 정강정책에 TV수신료 폐지를 담겠다면 KBS와 MBC EBS 그리고 자기들도 수신료를 받아먹게 해달라는 MBC문제까지 더 충분한 고민과 연구를 해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또 TV수신료 폐지는 곧 공영방송 민영화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 집권기에 민영화를 추진하다 실패한 공영·준공영 방송사를 어떻게 독립시킬지에 대한 연구도 과거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충분히 해놔야 한다. 통합당이 정강정책에 담았다는 ‘언론에 대한 권력의 개입을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도 결국은 이러한 민영화와 관련이 있는 얘기다.

정치노조가 장악한 공영언론은 그 자체로 위헌 상태

다만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통합당 언론개혁안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방통위 위원이나 공영방송 이사회를 아무리 중립적으로 구성한다고 해도 언론노조가 공영언론 내부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이상 언론의 정치적 독립은 요원하다. 언론노조는 위원장 직속 정치위원회를 두고 있는 사실상의 정치조직 아닌가.

정치위원회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선언하고 있는 강령에 따라 “조합의 정치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민주노총과 제(諸)민주단체 및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하여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고, 정치위원회는 사업의 하나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및 진보정당 활동 관련 교육선전”을 명시하고 있다.(정치위 규정 제2조)

수신료를 받거나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공영언론이 이런 정치논리로 운영되고 있는 노조에 장악돼 있는 이상 공영언론은 정치에 예속된, 그것도 특정한 정치·이념세력의 영향을 받거나 조종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

KBS, MBC, EBS, 연합뉴스, YTN 등 많은 국민이 눈으로 확인했듯 실제로도 그렇지 않은가. 통합당은 공영언론 지배구조 중립화 뿐 아니라 정치노조가 공영언론을 좌지우지 해온 현상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수신료를 폐지하고 민영화를 한다면 노조가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그건 주인이 있는 민영언론사 내부의 문제이니 상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영언론 노조가 국민전체의 의사를 골고루 반영하지 못하는 편협하고 편향적인 정치노조 소속으로 실제 방송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것은 그 자체로 방송법 위반이고 궁극적으로 헌법위반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통합당은 차후 언론개혁안에 이 부분에 대한 정책적 입장을 세밀히 다듬어 넣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언론의 정치적 독립 문제는 언론사의 정치노조로부터의 독립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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