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를 살리려고 지붕에서 악착같이 버텼나 봐요."
순박한 눈망울을 끔벅거리던 6살 된 암소는 탯줄을 길게 늘어뜨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이 침수되는 난리 통에 지붕 위에 올랐던 이 암소는 구출 직후인 11일 새벽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했다.
폭우로 물이 차오른 축사에서 빠져나온 어미 소는 물길에 떠내려가며 버둥거리다 가까스로 지붕 위에 발이 닿았을 터였다.
두 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던 어미 소는 더는 떠내려가지 않으려 굳게 서서 매섭게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질 때까지 꼬박 이틀간 먹이 한 줌,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도 악착같이 버텨냈다.
비가 그치자 사람들이 몰려와 지붕 위에 함께 있던 다른 소를 구조하기 시작했지만 이 어미 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의 손을 거부하며 끝까지 지붕 위를 지키려 해 구조대는 결국 마취 총을 쏴야 했다.
마취 약에 취해 밤새 몽롱해 하던 어미 소는 모두가 잠든 시각, 홀로 깨어나 그제야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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