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태산명동 서일필’로 끝날 검언유착 의혹
[박한명 칼럼] ‘태산명동 서일필’로 끝날 검언유착 의혹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7.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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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예정된 정치공작 검언유착 의혹 사건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태산이 큰 소리를 내며 흔들린 후 나온 게 쥐 한 마리라는 뜻으로 세상이 떠나갈 듯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나타날 때 흔히 자주 쓰는 비유다.

검언유착으로 보도되던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이 언제부터인가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으로 재프레임돼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사건에 의구심을 갖던 언론들이 이 기자와 이철 전 VIK 대표 측 제보자X의 녹취록 전문을 보도하고 제보자X의 사기전과 등 정체와 행각, 제보자와 함께 덫을 놓은 MBC 행태 등을 보도하기 시작한 뒤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 사건은 무엇보다 검찰의 행태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은 수사 형평성 논란이 문제가 됐는데도 이 사건과 관련해서 제보자X 지 모씨에 대한 조사를 5월 단 한 차례만 했을 뿐이다. 언론 보도가 없는 것을 볼 때 아마도 MBC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형사사건에서 불공정한 수사라는 이미지를 얻는 건 거의 치명적이다. 불공정한 수사, 편파수사, 힘이 있는 쪽 권력에 의해 죄가 만들어지는 사건은 곧 시국사건이 된다. 하늘을 찌를 듯한 무소불위 권력도 시국사건이 발단이 돼 종말을 맞곤 한 것이 우리 역사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이 기자에게 강요미수죄가 성립되느냐 일 것이다.

대검은 성립이 안 된다고 보고 추미애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해 자체적으로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은 혐의가 인정된다는 입장인 것 같다. 법조인이 아니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강요미수죄가 성립되려면 단순히 협박조의 말을 한 것으로는 범죄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기자가 이철 측에 "(협조)안 하면 그냥 죽는다. 지금보다 더 죽는다"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경우 이 전 대표 가족에 대한 수사를 막을 수 있다" 이런 정도의 말을 했다고 해서 곧장 범죄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억지로 만든 사건, 예정된 결말

가장 단적인 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위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서원 씨가 대기업에 후원금 등을 요구한 강요죄는 전부 무죄였다.

창조경제추진단장이었던 차은택의 대기업 압박,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문체부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것도 무죄,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에 재단 출연금을 강요했다는 혐의도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돼 최종 판결만 남은 상태다.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던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예컨대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해고하겠다’ 식으로 말을 듣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코지 하겠다는 협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기자가 했다는 협박 강요는 아무리 뜯어봐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언론경험으로 보아 이 기자가 했다는 협박과 강요는 범죄혐의 요소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단순 의견개진에 불과하다고 본다. 문장으로 써 놔서 그렇지 두 사람의 저런 대화를 직접 들을 경우 과연 어떤 사람이 협박이나 강요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다.

잘 봐줘야 취재 기자가 일반적인 취재 요령을 부린 것과 무리한 취재 사이에서 선을 오락가락 했다고나 할까.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을 언론이 잘 보도했는데, 대법원의 판례가 그것이다.

대법원은 강요미수죄의 경우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고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은 피의자들이 모두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위치에 있었는데도 강요미수죄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이 기자는 고작해야 6년차 법조 출입기자에 불과하지 않나. 검찰총장까지 조롱하는 제보자를 대리인으로 앞세우고, 다른 거대 방송사를 끌어들여 이 기자 몰래 잠복취재까지 한 측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정도로 위협을 느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여권 권력 실세와 친분을 과시하는 측이 평기자에 협박과 강요를 당했다는 건 코미디에 가까운 얘기다. “유시민에 관심없다”는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했다는 혐의도 아무리 끼워 맞출래야 성립할 수가 없다. 사건을 만들려고 한쪽으로만 몰이하는 기획수사가 아니라면, 모든 증거를 다 놓고 공정하게 수사한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오마이뉴스가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범죄에 엮기 위해 구속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회유하고 협박한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보인다”며 사건 프레임을 단도리하며 바람몰이를 하지만 이런 주장 역시 한쪽 정황만 놓고 보는 반쪽 시각에 불과하다. 모든 증거를 도마에 올려놓고 공정하게 본다면 도저히 저런 주장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이 사건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24일 열린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거의 모든 관련자들이 참석하는 것 같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 등을 심의 하는 제도인 검찰수사심의위가 상식대로만 진행된다면 이 사건은 순리대로 처리될 것이다.

아무리 억지와 비약 궤변을 동원해도 이 사건은 이제 권력층 몇 몇이 짜고 입맛대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글을 마무리하려는데 서울중앙지검이 이 기자에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쳤다는 소식이 속보로 떴다. 기어코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

이미 휴대폰, 노트북 다 빼앗겼는데도 증거인멸이 우려된다고 영장을 청구했다.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반쪽 수사, 반쪽 증거만을 가지고 함부로 인신을 구속하는 나라가 됐나. 그런 허술한 논리로 현직 기자를 구속까지 해서 얻어낼 건 또 뭔가. 이 기자 구속여부와 상관없이 이 황당한 영장청구 사건은 권력의 개 노릇을 하는 검사들과 홍위병 세력에게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가리라 확신한다.

칼럼니스트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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