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6개월] '대구는 죽지 않는다'…상처 딛고 재기 몸부림
[코로나 6개월] '대구는 죽지 않는다'…상처 딛고 재기 몸부림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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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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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자녀 2명과 아내가 있는 40대 박모(대구 동구)씨는 지난 3월 다니던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해고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일감이 뚝 끊기자 회사 측이 감원에 나선 탓이다.

당장은 실업급여로 버티며 가족을 건사하고 있지만 그마저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몰라 하루하루 입이 바짝 타들어간다.

일자리 정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보지만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도 경쟁이 치열해 좀처럼 일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대구지역을 휩쓴 지난 4월 대구시와 정부가 마련한 3개월 짜리 단기 일자리사업 참가자(5천200명) 모집에 1만5천명이 넘는 신청이 쇄도했다.

청년층도 있지만 박씨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중년 가장들이 대거 몰렸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달 대구지역 실업자 수는 5만6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천명이나 늘었다.

박씨는 "애들은 커가는데 취업이 어려워 앞날이 막막하다"며 "코로나19가 빨리 물러가고 다시 직장을 잡을 수 있기만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기는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30년 가까이 음식점을 운영해 온 70대 이모(대구 달서구)씨는 대구에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인 2월 말 휴업에 들어가면서 종업원 5명을 내보내야 했다.

가족처럼 지내온 직원들이지만 손님이 뚝 끊긴 상황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고 한다.

5월부터 아내와 딸의 도움으로 가게 문을 다시 열었지만 매출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비할 바 아니다.

이씨는 "자기 건물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그나마 버티지만 남의 건물에 세든 사람은 폐업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며 "어떻게든 이 위기를 이겨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월부터 6월까지 전국적으로 폐업 지원에 나선 4천500여개 업소 상당수가 대구에 있는 것으로 지역 경제계는 보고 있다.

◇ 위기 딛고 일어서는 시민들 자발적 노력…유튜브엔 '힘내라, 대구'
이런 가운데 시민 스스로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일어서려는 노력이 하나 하나 쌓여가고 있다.

공공기관 직원이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선결제 운동을 전개하며 음식점 업주 등 자영업자들의 재기를 돕고 있다.

수성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모(53·여)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아파트 주민들이 미리 결제를 해줘 힘이 된다"며 "어렵지만 꿋꿋하게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역 소상공인 15만명에게 생존자금 100만원씩을 지급한 이후 최근 2차 긴급생계자금 지급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구의 인디 뮤지션들은 코로나19와 싸우는 시민과 국민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음악을 만들어 영상으로 내놓기도 했다.

예비사회적기업 '컬처팩토리 아지트'가 4월 초 유튜브에 '힘내라 대구! 플라이 업 코리아', '지켜 줄게' 두 곡을 공개하면서 시민들을 위로했고 비슷한 운동이 이어졌다.

◇ 최근 안정적 통제는 방역수칙 철저 시민의식이 비결
최근 대구에 신규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에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상당수 시민은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시민 협조가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수성구에 사는 40대 회사원 김모씨는 "몇 달 간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불평 없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준 결과가 최근에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임상시험에 필요한 혈장이 필요하다는 소식에 대구·경북 완치자 300여명(전국 공여자의 80.3%)은 선뜻 혈장 공여에 나섰다.

이런 노력의 성과로 지역 경제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월 4주 차에 대구지역 48개 생활밀착형 서비스업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59.5% 수준으로 급락했다.

4개월여가 지난 이달 1주 차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83.8%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반영된 측면이 있겠지만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의 싹을 보는 것 같아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 하루 수백명 확진자 쏟아지는 동안 대구 시민들에겐 '정신적 상처'도
대구 시민이 받은 정신적인 상처도 결코 작지 않다.

지난 2월 18일 대구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많게는 하루 수백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 '대구사람' 방문을 꺼리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서울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거부한다든가 대구에서 만든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등 '지역 차별'에 상처받은 시민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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