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를 외치다
사찰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를 외치다
  • 장순배 기자
    장순배 기자
  • 승인 2020.06.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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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위한 봉사와 헌신, 그것이 절이 해야 할 입니다”

35년 전, 인천 서구에 온 법호스님은 우여곡절 끝에 법당을 세웠다. 갖은 행정적인 부딪힘에도 불구하고 절은 세워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터를 잡게 된 사찰이 바로 서구 석남동(신석로51번안길 14-2)에 위치한 용수사다.

용수사는 2014년 4월 21일 인천광역시의 문화재자 료 제26호로 지정된 철조여래좌상(仁川 龍壽寺 鐵造如來坐像)으로 도 유명하다. 그리고 그 불상과 함께 오랜 세월 용수사와 함께해 온 법 호스님은 오늘도 이 시대에 불교가 해야 할 근본적인 역할에 대해 강조 한다.

법호스님

드러내기보다 뒤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도구가 되길…

5살 때 출가한 법호스님이 사찰에서 세월을 보낸 지는 벌써 65년이 다 되어간다. 그는 처음 출가했을 때의 은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시절 그가 스승과 함께 전국 사찰을 돌아다니며 배운 것은 ‘베풂’이다. 그때의 가르침 때문일까. 법호스님은 용수사가 세워진 이후로도 절 이 이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 고 사회봉사를 지속시켜나가는 것이 불교의 임 무이자 자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님들이 받는 것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문, 방송 등에 얼 굴을 비치는 것에 관심을 두는 현상도 아쉽고 요. 우리가 집중해야 할 역할은 그 어떤 것도 아 닌 사회봉사인데 말입니다.”

실제로 용수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른 절 들과 조금 차별화된 느낌을 받는다. 화려함이 없이 수수하고 단조로움으로 채워진 차별화 말 이다. 누군가에겐 조금 허름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는 사람들의 눈에 만족을 주기 위한 꾸밈을 거부한다. 대신 사람들을 위해 자신과 절이 해 줄 수 있는 일을 더 고민한다.

풍요롭지 않지만 나눔으로 풍요로워지는 곳

풍요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 용수사이지만 이 곳에서 나누는 일들을 보면 어떤 일이든 풍요 로움이 묻어난다. 지원이 넉넉하지 않은데도 용 수사는 어떻게 해서든 힘이 닿는 대로 베풀려고 애쓰는 것이다.

법호스님은 용수사가 처음 세워 지던 그 시절, 전・의경들에게 제공될 라면을 50 박스, 100박스씩 차로 실어 보내던 일들을 떠올 린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타인을 먼저 챙기던 그 일들은 힘들어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 다. 그 이후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장학금을 주는 등, 용수사는 ‘절이 이 시대의 지역사회를 위해 나서야 할 일’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갔다.

그중에서도 재소자, 출소자들을 위해 용수사 가 한 일들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용산구치소 종교인위원이기도 한 법호스님은 출 소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일마다 상담을 하며 봉 사활동을 해 오고 있다. 특히 유난히 더웠던 작년 여름에도 인천구치소 교정국에서 필 요로 하는 물을 7000병 마련하여 올려 주기도 하는 등, 그들의 요청을 외면하 지 않았다. 또한 추석이나 설, 초파일, 2,300명가량이 되는 재소자들에게 떡 을 해서 챙겨주는 것 역시 포기할 수 없 는 일이었다.

재소자들뿐만이 아니라, 출소한 이후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보호관찰을 통해 갱생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그들 에게 일정 기간 먹여주고 재워주면서 기 법호스님 술을 가르친다. 무작정 물질적인 봉사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취직을 하여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주는 것이다.

움직이는 신문고를 자처하다

법호스님은 지역에서 ‘직접 부딪히며 봉사하는 스님’으로 유명하다. 오랜 세월 주민과 같이 살면서 그들을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든 발 벗고 나서 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가령 장갑 끼고 쓰레기를 줍는 것, 이런 것 하나하나가 저의 일입니다. 또한 스님들이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고요. 저는 어디를 가든 이런 일을 놓치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해 보려고 합니다. 작아 보이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일들이죠.” 그가 지역의 길을 위해 하는 일은 쓰레기 줍는 일만이 아니다.

현재 이 지역에 깔려있는 시멘트 길 일부도 사실상 그의 끈질긴 노력 끝에 얻어진 일이다. 기존 의 방식대로 돈을 걷어 시멘트 길을 만드는 것이 주민들에게 부담임을 잘 알았 던 그이기에, 구청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설득하여 지금의 평평하고도 안정된 길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밖에도 주민들은 억울한 일, 당황스러운 일 앞 에서 항상 법호 스님을 찾는다. 그만큼 법호 스님은 주민들의 신문고가 되기를 자청하며 도움을 청하는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일, 그것이 부처의 뜻을 사회에 실현하 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법호스님은 오늘도 지역사회와 주민의 고충 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 발자취로 가득 차 있는 용수사 35년간의 역사는 앞으 로도 그 맥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 사회 속에서 불교의 진정한 가치 를 드러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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