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명문장] "구조적 악을 정직하게 직면하지 않으면..."
[오늘의 명문장] "구조적 악을 정직하게 직면하지 않으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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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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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세계 석학들이 자신의 SNS 등에 올려놓은 글 중에 좋은 글을 발굴하여 널리 알리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실력있는 석학들이 진정성을 갖고 시대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기획입니다.  

오늘은 옥스포드 대학교의 지영해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국내 유명 유튜브 채널인 "Scott lee 채널" 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의 지영해 교수 /사진=지영해 교수 페이스북

[구조적 악을 정직하게 직면하지 않으면 해결 안되는 한국문제]

탄핵에서 둘로 갈라져 비틀거린던 우파가, 4.15부정선거 문제로 다시 갈라져 완전히 누더기가 되었다.

그 밑에는 양립할 수 없는 두 시각이 충돌하고 있다. 하나는 이 두 사건들을 전략적 기술적 선택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원칙과 실존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다.

전략적 기술적 선택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는 아직 국회와 사법부, 언론 등의 제도와 선거절차의 합리성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면 현좌파 집권세력과 대화, 협상 그리고 장내투쟁을 통해서 긍정적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이 순진한 시각을 대표하는 목소리들이 있어 왔다. 빨리 탄핵을 묻고 그 강을 건너 반문연대를 형성하고 4.15선거에서 이겨야 망가진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생각. 최근까지 황교안류의 목소리였다. 그는 자기 신념대로 선거를 치루었고, 그리고 참혹한 결과를 냈다. 또한 이번 선거는 우파가 질 선거였다, 그러니 바보처럼 좌파만 이롭게 하는 부정선거 프레임에 빠지지 말고 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전열을 정비하여, 민주당의 독주하에 이루어지는 각종 비민주적인 입법을 막고 나아가 개헌저지 및 다음 대선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 현재 정규재류의 목소리다.

이 두 사람류가 보지 못하는 게 있다. 박근혜 탄핵은 그 이후 한국사회의 합리성을 무너뜨릴 원인이 아니라 이미 무너진 합리성이, 그래서 사회를 속속들이 파고든 폭력성이 표면으로 드러난 결과였을 뿐이다. 4.15선거는 논란과 의혹을 어서 털어내고 해결책을 찾아서 다음단계로 넘어갈 계기가 아니라 그 넘어갈 다음 단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초일 뿐이다. 다시 말해 이들 사건들은 이후 기술적 전술적 선택을 바꿈으로써 사태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그런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구조적 악의 발현이었을 뿐이다.

어린이들도 4.15부정선거 의혹의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어린이들도 4.15부정선거 의혹의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우파에게 탄핵과 4.15선거조작 문제는 독약을 물에 타 마실 것인가 가루로 먹을 것인가하는 기술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먹을 것인가 아닌가의 실존적 문제다. 독약을 먹고 쓰러지면 그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한다. 살아남아도 기어갈 수밖에 없다. 탄핵을 묻은 이후 주류 우파가 피를 토하며 기어온 길을 생각해 보라. 이제 4.15조작선거를 묻어서 나머지 독약을 마시고 몇 발자국 더 갈 것이라고 보는가.

아직도 많은 우파 정치인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은 탄핵을 선동하고 선거를 조작해 내는 이 구조적 악을 보지 못하고 실패가 단순히 전술적 선택을 잘못해서 왔다고 보고 있다. 이들의 눈에는 증거를 수만 번 다시 보아도 이번 선거과정과 결과가 "있을 수 있는 확률"과 "단순한 관리부실"로 보일 것이다. 미래에 걸고 있는 헛된 "희망"과 "가능성" 때문에 시야가 흐려서 체계적 조작의 큰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4.15부정선거를 원칙의 문제로서 직면하는 정직함과 용기, 그리고 판단력이 없으면 4.15이후의 삶은 없다. 우파 야당은 국회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것이다. 사법절차에 아무리 호소해도 안 될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다음 선거를 준비해도 안 될 것이다.

문제는 우파만 스러지는 것이 아니다. 좌파정권이 부정선거라는 칼로 스스로의 눈을 도려내도록 방조함으로써 우파와 좌파, 나아가 나라 전체가 주저 앉는 것이다. 

(출처 : 지영해 씨의 페이스북 )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의 지영해 교수 (중앙) /사진=지영해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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