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문 대통령 조롱하는 삐라...곧 마주할 진실의 순간
[박한명 칼럼]문 대통령 조롱하는 삐라...곧 마주할 진실의 순간
  • 박한명 논설위원
    박한명 논설위원
  • 승인 2020.06.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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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냐 북한이냐 갈림길에 선 문재인 정권의 선택은

[글=박한명 논설위원] 북한 사이버부대의 능력은 해킹 등에서 세계 최상급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2010년부터 조선인민군정찰총국의 지휘 아래 엘리트 사이버 부대원을 훈련하는 데 상당한 투자를 했고 그 결과 사이버 공격작전을 수행하는 정예부대 7000명을 운영하고 있다. 만일 북한이 대남도발 차원의 사이버 공격이 필요했다면 사이버부대원을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게 상식적인 결론이다.

그런데 북한은 원시적인 방법인 삐라(비방 전단지)를 선택했다. 왜일까.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일 오전에 공개한 ‘격앙된 대적 의지의 분출 대규모적인 대남삐라 살포 투쟁을 위한 준비 본격적으로 추진’이란 제목의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보복 성전은 죄악의 무리를 단죄하는 대남 삐라살포 투쟁으로 넘어갔다”는 내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전역에서 대규모 살포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 기사에서 인상적인 다른 문구로는 “각급 대학의 청년 학생들은 북남 접경지대 개방과 진출이 승인되면 대규모의 삐라살포 투쟁을 전개할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거나 “해놓은 짓이 있으니 응당 되돌려받아야 하며 한번 당해보아야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부분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그동안의 본심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부분이 아닐까. 기분이 더럽다는 북한이 남도 똑같이 당해보라고 뿌리겠다고 공개한 전단지에는 컵을 들고 마시는 문재인 대통령 얼굴과 그 위에 ‘다 잡수셨네…북남합의서까지’라는 조롱 문구가 합성돼 있다. 북한은 그 합성사진 전단 더미 위에 담배꽁초를 던져놓은 사진도 공개했다. 상대를 향한 경멸과 최악의 조롱, 더 나아가 위협까지 포함돼 있다고 느낀다. 북한은 이 사진을 북한 주민들도 보는 대내 매체 노동신문 2면에 실었다고 한다.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본 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는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의 막말과 욕설을 시작으로 계속되는 북한의 대남 공세는 유독 문 대통령만 콕 집었다는 특징이 있다. 주로 문 대통령에 대한 비하와 조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특징은 지금까지 보였던 북한의 상투적인 대남도발과는 확실히 다르다. 왜 다를까. 문 대통령 개인에 대한 불만이라는 원인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대북삐라 전문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과거 북을 향해 뿌린 삐라에는 ‘6·25 전쟁의 진실’, 南(남)과 북의 현실을 비교한 ‘북조선이 망한 리유’와 같은 내용과 함께 김정일 家系(가계)의 부도덕성을 폭로한 ‘김정일 출생의 비밀’ 등과 같은 내용들이 담겼었다. 최고 존엄에 대한 주민들의 환상을 깨기 위한 목적이었다. 독재국가의 절대선과 같은 존재인 최고지도자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것은 곧 그 나라 체제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수표 남발한 죄 값’이 불러올 한반도 후폭풍

북한이 문 대통령을 조롱한 문구와 사진을 담은 삐라를 뿌리겠다는 목적도 그와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여당의 총선 압승을 이끌어 낼만큼 여전히 고공행진을 달리는 지지율 높은 문 대통령에 대해 북한이 조롱하고 비하하는 삐라를 뿌리겠다는 것은 남한 국민의 반감과 조롱을 이끌어내겠다는 목적 외에 달리 무슨 해석이 필요할까.

남북관계가 파탄이 나면 타격을 받는 것은 문 대통령 아닌가.

민주당과 통일부가 북한을 모처럼 비판을 했지만 “북한이 대규모 대남 비방 전단 살포 계획을 밝힌 것은 매우 유감이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우리 정부는 일부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및 물품 등 살포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정부와 경찰, 접경지역의 지자체가 협력해 일체의 살포 행위가 원천 봉쇄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다”와 같이, 우리도 대북삐라를 막고 있으니 대남삐라를 보내지 말라는 요구는 오히려 북한을 더 자극하는 ‘건드려 부스럼’일 뿐이다.

지금 북한 도발은 통상적인 대남도발이라기보다 문 대통령에게 약속을 지키라는 일종의 경고 사인과 같기 때문이다.

그걸 우리 정부와 여당이 못 알아듣는 척 엉뚱하게 남북의 삐라 문제로 가져간다면 그동안 미북관계와 남북관계에 대해 기대와 환상을 심어준 문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김여정 남매의 화를 돋우는 일일 뿐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말폭탄을 쏟아내면서 분노하는 본질을 문재인 정권이 공수표를 남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 협력 이행을 여러 이유로 하지 않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미북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과 조건 만족 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이 문 대통령이 약속한 것들이 미국과 유엔 대북제재로 실행불능 상태에서 계속해서 문 대통령의 말 뿐이니 경제난이 극에 다른 북한이 자신들과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하란 최후의 통첩과 같다는 얘기다.

북한은 남북관계의 상징성을 지닌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만큼 “남북합의는 휴지장이 됐다”며 경고한 삐라 살포도 아마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본다.

북한의 이러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압박행위는 다양한 정권 지지층의 분열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내내 굴욕적인 태도로 실망시켰던 우리 국방부나 청와대가 모처럼 북한 도발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반가운 입장을 보였지만 해결책을 줄 순 없다. 북한은 공수표를 남발한 문 대통령에게 약속이행을 촉구한 것이고 이는 결국 대통령과 정권을 벼랑 끝에 서게 만든 최대 위협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과 정권 세력은 결국 미국이냐 북한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문 대통령은 인내하겠다지만 그걸로 문제를 피할 순 없다. 올가을이면 최악의 식량위기를 맞게 될 김정은에게 남은 시간도, 달러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 11월 미국 대선까지 기다릴 수 없을 만큼 궁지에 몰려 발톱을 드러냈다. 미국과 북한을 상대로 한 정권의 쇼타임은 끝났다. 이제 진실과 마주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 결과가 한반도 국민 전체의 고통이 되지 않길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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