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꽃게도 안 잡히는데"…북한 위협에 불안한 연평도 어민들
[르포] "꽃게도 안 잡히는데"…북한 위협에 불안한 연평도 어민들
  • 김건호 기자
    김건호 기자
  • 승인 2020.06.17 2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뜩이나 꽃게가 잡히지 않는데 북한마저 도발해오면 그건 어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에요."
17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당섬 선착장에서 육지로 나가는 여객선을 기다리던 김연숙(53)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최근 북한의 위협에도 이전과 다름없는 일상이 이어졌던 연평도는 지난 16일 오후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김씨는 연평도에서 10년 넘게 어선을 운영해온 베테랑 어민이지만, 조업을 나가지 않은 지 어느덧 3일째라고 했다.

이날도 출어를 하는 대신 육지에 있는 병원에서 아픈 몸을 치료받기로 했다.

김씨는 "연평어장의 봄 어기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는데 병원을 간다는 건 원래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그만큼 꽃게가 안 잡힌다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연평도 어장의 봄 어기는 4월에 시작해 6월에 끝난다.

김 씨는 "어쨌든 금어기 전 막바지 조업을 나가야 한다"며 "행여 북한 도발로 조업이 통제되면 정말 힘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꽃게 조황이 좋지 않다 보니 7월부터 시작되는 금어기에 앞서 미리 조업을 정리하는 어민들도 있었다.

한창 바다에 있어야 할 선원들이 당섬 선착장 곳곳에서 어구들을 정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신호'를 운영하는 차재근(60)씨는 이날 일찌감치 바다에 설치한 어구들을 거둬들이는 철망 작업을 했다.

차씨는 "조업을 나가도 꽃게가 안 잡히니 아무 소용이 없는 데다가 최근 북한의 위협에 불안감을 느낄 바에는 철망 작업을 차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어민들의 꽃게 어획량을 고려해 출어하지 않은 날짜를 따져서 조업 기간을 연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어선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라고 했다.

인천시와 옹진군에 따르면 봄 어기가 시작된 올해 4월 한 달간 연평어장의 꽃게 어획량은 6천119㎏으로 지난해 같은 달 1만670㎏보다 42%나 급감했다.

어획량이 줄면서 어민 수입인 어획고도 감소했다. 올해 4월 연평어장의 어획고는 2억7천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4억원보다 30% 넘게 줄었다.

5월 꽃게 어획량 통계도 감소세를 보였다.

어획량은 3만㎏으로 1년 전보다 41%, 어획고는 12억1천만원으로 38% 감소했다.

4월과 5월 모두 수협 위판장 거래 외 개인 거래 물량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이날 오전 대부분의 북한 포진지가 닫힌 상태를 유지한 가운데 연평도에서 약 7㎞ 떨어진 장재도 인근 해안가에 포문 2개가 열려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포문은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 가짜 해안포였다.
군 당국 관계자는 "현재 북한 쪽 포진지에 별다른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군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