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KBS와 저널리즘' 제작진은 명예를 알긴 알까
[박한명 칼럼]'KBS와 저널리즘' 제작진은 명예를 알긴 알까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6.11 1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예를 모르는 언론인들의 명예훼손 기만극

[글=박한명]KBS가 쪽팔리긴 했나 보다. 조선일보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어준 씨를 저널리즘토크쇼 J 방송에서 비판한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홍 모 연구원을 그 프로 유튜브 방송에 불러 사과시켰다고 비판하자 왜곡이라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김어준이 여권에서 아무리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송인이라지만 명색이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이 그를 비판했다고 출연자에게 사과하도록 했다고 비판했으니 자존심이 몹시 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KBS가 자존심 상할 일인지 모르겠다. 일단 그 연구원이 자의든 타의든 사과한 것은 KBS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 일이다.

그렇다면 KBS도 형식이나 내용, 태도 등 무엇이든 간에 연구원 사과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이다.

요컨대 조선일보가 “김어준 팬들이 등 돌릴까 겁이 났던 걸까요?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은 지난 3일 ‘김어준 저격 이후 J와 홍성일의 입장’이란 주제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며 홍 연구원에게 직접 사과하도록 했다”고 쓴 것이 틀리지 않다는 얘기다.

KBS가 출연을 허가하지 않았다면 그 연구원이 공중파든 유튜브든 방송에 어떻게 출연했겠느냐 이 뜻이다. KBS가 아닌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연구원의 사과에 KBS의 의도도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어준은 저널리즘J의 성역’이라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방송에서 특정인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다시 방송에 나와 사과하는 일이 KBS 역사에서 있었나. 필자 기억에 떠오르는 사례가 없다. 그만큼 이례적인 사건이고, 특히 언론 입장에선 성역이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한 것이다.

KBS 저널리즘토크쇼 J 제작진은 조선일보의 보도가 제작진의 명예 뿐 아니라 홍 연구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KBS와 제작진, 연구원의 명예는 특정인을 비판한 방송이 부적절했다고 사과 방송하는 그런 행태가 오히려 더 명예를 훼손했다. KBS가 정말로 언론으로서 또 공영방송으로서 명예를 우선 생각했다면 윤미향 의원을 비판한 위안부 할머니의 배후 운운한 사람에 대한 비판을 우선했었어야 했다. KBS의 행태는 완전히 거꾸로 된 것이다.

KBS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그토록 명예를 중시하는 KBS와 제작진이 고작 자기들이 틈만 나면 까대는 조선일보 비판에 발끈한 건 실망스럽다.

조선일보도 참다못해 오래간만에 휘두른 반격 아니겠나. 그렇다고 뭘 그렇게까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지 모르겠다. KBS가 정말로 명예훼손을 신경 썼더라면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소위 진보 언론학자의 비판이나 언론사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KBS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치보복 징계 난장판을 더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저널리즘토크쇼 J에 패널로 출연까지 했다가 단 2회 만에 하차한 손석춘 교수가 토론회에 가서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보여주듯 KBS, MBC, 교통방송(TBS) 시사프로그램들은 친정부 편향 세력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한 비판에 더 아팠어야 하지 않나. 오죽하면 진보 논객이자 진보적 언론학자까지 KBS의 편파성이 심하다고 비판하겠나.

기자 출신 손 교수는 그날 토론회에서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고 기자를 ‘기레기’로 단정 짓는 해괴한 흐름을 목도하고 있다.

권력 감시가 저널리즘의 생명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시시비비를 가리는 수고를 접은 채 진영 논리와 확증편향이 짙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언론개혁을 진영 논리로 공공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시민언론운동이 민주당의 하위조직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시민사회 일각의 주장은 정말 기우일까”

KBS가 정말로 자존심 상하고 명예를 훼손당하는 아픔을 느껴야 할 부분은 이 대목이 아닐까. 저널리즘토크쇼J가 조선일보 비판에 발끈한 것도 궁극적으로 손 교수의 이런 비판 맥락을 알고 스스로 ‘쪽팔려’한 때문 아닐까. 언론을 비판한다는 저널리즘토크쇼J가 김어준 비판 방송 건으로 조선일보에 대한 정정보도를 요구한 사건이야말로 한 편의 코미디쇼 이자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용언론의 자기 명예훼손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제작진은 무엇이 진짜 KBS와 제작진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인지 고민해보기 바란다.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