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친문에 파문당한 금태섭...미움받는 정치인의 역설
[박한명 칼럼]친문에 파문당한 금태섭...미움받는 정치인의 역설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6.0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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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정치인 금태섭의 도전과 모험 시작되나

[글=박한명]2019년 12월 말 공수처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금태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권한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 게시판과 SNS에는 금 의원을 향한 당원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한국당 가라” “제명해라, 징계해라” 그 상황을 지켜보던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이었던 하태경 의원은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힌다. “당론 강요는 반헌법적인 구태 중의 구태이자 독재시대에나 있었던 대표적인 정치 적폐입니다. 지난 국회에 제 옆에 계신 금태섭 의원을 보면서 유승민 대표를 떠올렸습니다.

금태섭 의원은 민주당의 유승민이 되어 있습니다.” 그때 공수처법 찬성 당론 대신 소신을 따른 금태섭을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총선기획단 위원으로 중용했던 민주당이 뒤늦게 당론 위배행위라며 윤리심판원 만장일치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조국 사태를 비판하는 등 여러모로 ‘튀던’ 금태섭이 기권표를 던진 직후 당시 수석 대변인 홍익표 의원이 노골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던 장면을 떠올렸다면 민주당의 징계는 누가 보더라도 보복성이 농후하다.

숨통을 죄는 경직된 운동권 문화가 대세를 이룬 민주당에서 금태섭은 보기 드문 소신파 의원이었다. 친문 색채로 도배한 당의 단조로움, 획일성을 희석시켜주던 그를 민주당은 선거에 잘 써먹은 뒤 바로 버린 꼴이다.

절묘한 타이밍 아닌가. 배신의 정치란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써야 하는 게 아닐까.

사실 자당을 향한 금태섭의 비판은 타 당과 차별성이 있다. 예컨대 미래통합당 전 의원 유승민이 자당, 친박을 향해 쓴 소리를 하는 것과 금태섭이 민주당과 친문을 비판하는 일에는 엄청난 위험부담의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금태섭은 조국 전 장관 사태에서도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언행 불일치를 보여왔다”며 조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가 친문 홍위병 네티즌들로부터 천 건이 넘는 문자·전화 폭탄을 받았다고 한다. 

연금술의 기적은 일어날 수 있나

비교되는 인물 유승민이 친박 의원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을 비판했다고 핵심 지지자들로부터 그런 일을 당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지지자들의 이런 행위를 문재인 대통령은 음식에 맛을 더하는 ‘양념’ 정도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금태섭 입장에선 정신적인 충격이 고문이나 테러를 당했을 때와 비슷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가 금태섭은 총선에서 자기 지역구를 추가공모 지역으로 돌려버린 당과 문자·전화 폭탄을 던졌던 그 친문 핵심 당원들에 의해 끝내 자객 공천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게 지금 소신파 명찰을 단 민주당 의원이 처한 현실이자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같은 말로다. 하마터면 금태섭의 목을 직접 벨 자객이 될 뻔 했던 김남국 의원은 “금 의원처럼 소신있는 초선의원이 되겠다”던 전날 인터뷰를 뒤집고 “당의 징계가 옳다” “나만 옳다고 주장하면 무소속이 낫다” “이기적이고 표리부동하다”며 3일 세 번에 걸쳐 금태섭을 비판했다. 

김남국은 “나는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한 후 새벽닭이 울자 죄책감에 운 베드로와 달리 내심 안도하고 뿌듯했을지 모른다.

초선이 당내 소신파 선배 정치인을 세 번 씩 부인하고 침을 뱉고 같이 돌을 던져야 인정받는 분위기, 이게 바로 현재 민주당 모습이다.

지지층의 호불호가 어떻든 통합당의 현직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대통령을 따르는 핵심 지지층의 뜻을 거슬렀던 유승민은 어찌됐든 대권 주자로 컸다.

그렇다고 필자가 금태섭이 당장 그런 깜냥이 될 만한 정치인이라는 건 아니다. 본인이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 감을 발휘하고 스스로 커나갈지에 달렸다. 다만 권력자의 미움을 받아야 산다는 정치권의 역설을 얘기하고 싶다.

한 가지 유승민의 모험과 금태섭의 모험은 본질적으로 위험부담 강도가 전혀 다르다는 변수도 물론 있다. 하지만 금태섭이 유승민 정도의 정치인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나. 정치지형 등 여러모로 금태섭의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1. 쇠가 단련되어 금이 되는 연금술이 기적처럼 일어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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