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품질 등 소비자-이통사간 분쟁↑…통신분쟁조정위 제역할하나?
5G품질 등 소비자-이통사간 분쟁↑…통신분쟁조정위 제역할하나?
  • 김태호
    김태호
  • 승인 2020.06.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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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가 조만간 출범 1주년을 맞이한다.

현재까지 300건 가까운 분쟁이 들어올 정도로 소비자들의 이용이 적지 않지만 조정 절차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일 방통위에 따르면 통신분쟁조정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에 따라 지난해 6월 12일 출범했다.

통신분쟁조정위에는 지난 1년 동안 총 280건의 분쟁 조정 신청이 들어왔다.

분쟁 조정의 20%(56건)는 '5G 품질' 관련으로 확인됐다. 5G 품질 관련 조정 신청은 올해 1월 12건이었는데 4개월 사이에 4배 이상 증가했다.

통신분쟁조정위가 인지도를 키우면서 분쟁 조정이 많아지고 있지만, 소비자와 이통3사 양쪽 모두 분쟁 조정 제도에 불만이 있는 상황이다.

분쟁 조정을 겪어본 소비자들은 "분쟁조정위가 하는 게 없다"고 말한다.

5G가 커버리지(서비스 구역)에 따라 잘 안 터질 수 있는 안내를 받지 못한 채 5G 요금제에 가입했다가 수차례 민원 끝에 KT 대리점으로부터 130만원을 보상받은 직장인 임모(39)씨는 "방통위는 '우체국' 역할만 했다"고 촌평했다.

임씨는 지난해 8월 5G 서비스에 가입한 후 9∼11월 KT에 통화 품질 관련 민원을 넣었는데, KT가 "5G에 문제가 없다"고 맞서자 올해 1월 방통위 통신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임씨에 따르면 방통위는 분쟁 조정을 접수하고는 3주가 지난 후에 'KT 측은 이런 의견이라고 한다'며 KT 측 의견을 임씨에게 전달해줬는데, 임씨가 이전에 수차례 받았던 KT 측 입장을 '복사 붙여넣기' 한 수준이었다.

5개월 동안 KT에 문제를 제기하다가 도저히 해결이 안 돼 방통위를 찾아간 것인데, 방통위에서 3주 만에 처음 보낸 문서가 그동안 KT로부터 받았던 내용과 똑같으니 소비자 입장에서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임씨 얘기다.

임씨는 "방통위에 조정을 신청할 때 온갖 증빙자료를 다 보냈는데, 그에 대한 피드백은 없이 KT 주장을 그대로 보내오더라"라면서 "조정 신청 초반에는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로 일을 떠넘기려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 측은 방통위 분쟁조정위가 고객과 합의할 것을 권고한다고 불만을 나타낸다.

분쟁조정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정식 조정 절차 전에 자율적인 합의를 권고할 수 있게 돼 있다.

조정 전에 합의가 이뤄지면 정식 조정으로 넘어가지 않고 종결된다. 폭행 사건이 있을 때 서로 합의하면 경찰이 사건 처리를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객에게 보상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면서 "품질에 문제가 없었는데도 고객 유지 차원에서 합의하고 나면 문제를 인정하는 것 같은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어쨌든 분쟁조정위인 만큼 조정안을 내야 하는데, 당사자 간의 입장 차이를 내버려 두면 조정에 효력이 없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실제로 품질에 문제가 있어도 통신사가 보상금을 주고 조정을 종결해버리는 게 가능한 구조"라며 "정식 조정으로 넘어가지 않고 종결되면 비슷한 문제를 겪는 다른 소비자는 이런 조정의 존재도 모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5G 등 통신 품질에 관한 조정을 통신분쟁조정위가 접수하면 직접 품질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을 지냈던 좌혜선 변호사는 "품질 불량을 소비자가 입증할 방법이 없다"면서 "분쟁조정위가 기술적으로 품질 불량이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제3의 기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를 섭외해서 (품질 문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거나, 감정처럼 전문 기관에 위탁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사업자 과실이 명백히 입증되면 방통위가 신속하게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조정 사실은 국민에게 공표해 다른 소비자들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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