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미래통합당의 ‘뇌’ 여의도연구원이 부활하려면
[박한명 칼럼]미래통합당의 ‘뇌’ 여의도연구원이 부활하려면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5.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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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나왔다, 실천만이 살길이다

[글=박한명]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까놓고 말해 미래통합당은 뇌가 없다”고 통합당의 ‘뇌(브레인)’ 기능을 하는 여의도연구원 문제를 제기했다. “여의도연구원이 망가졌다. 여론조사도 안 맞더라” “정보화 세대가 뭘 원하는지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유의동·오신환 의원이 주최한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에 강연자로 초청받은 토론회에서 나온 충고였다.

본인 스스로 보수정당에 관심이 없고 진보정당을 지지한다고 천명한 소위 진보논객에게 보수정치의 해법을 묻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이냐는 건 차지하고 미래통합당이 일정 부분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대목 중 하나가 여의도연구원 문제다. 선거전문가나 정치전문가들 다수가 통합당 필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 게 선거전에서 컨트롤 타워의 부재, 전략의 부재였다.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 지난 달 통합당 총선 참패의 원인을 관료화된 여의도연구원과 당 사무처의 문제를 지적하는 칼럼을 썼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각종 악재에도 우한 코로나 정국에서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맞춤형 선거운동으로 민심을 기가 막히게 파고들 동안 통합당은 공격은커녕 메시지 하나 제대로 내지 못했고, 대응도 못했다고 했다. 온갖 게이트급 의혹과 여권의 비리를 당에 제보해도 이념과 정신이 빠져 있는 관료화된 당직자들은 무거운 엉덩이로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는 것, 오히려 차단하기 급급했다는 지지자들의 불만을 샀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래서 필자가 내놓은 제안은 당 재건 작업에 들어간 통합당이 ‘연구 없는’ 여의도연구원 뿐만 아니라 ‘철밥통’의 좋은 직장 정도로 전락한 당 사무처의 획기적인 개혁이었다. 보신주의에 찌든 무능력자들을 정리하고 열정이 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능력자들로 채워야 한다는 점, 당의 뼈대와 같은 싱크탱크와 사무처를 과거 그대로 가져가면서 통합당이 혁신하겠다는 건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총선에서 처참한 패배를 가져온 원인인 여의도연구원과 당 사무처 문제를 간과한다면 통합당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여연 서바이벌’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하여

1964년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공화당 배리 골드워터 후보가 민주당 존슨 후보에 참패한 후 충격에 빠진 보수세력이 패배 원인으로 찾은 게 싱크탱크의 부재였다. 진보세력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가 진보적 아젠다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고 깨닫고 역전을 노리고 만든 것이 바로 헤리티지재단이었다.

레이건 행정부의 주요 아이디어가 바로 이 헤리티지재단에서 나올 만큼 이 싱크탱크의 역할은 대단한 것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는 미국기업연구소 AEI 출신이 대거 발탁됐다. 미국 진보세력도 브루킹스나 진보정책연구소(PPI) 이후 2003년 설립된 미국진보센터(CAP)가 대표주자가 되어 보수세력의 싱크탱크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이 혁신하려면 반드시 관료체질을 벗겨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당 대표 오른팔을 여의도연구원장에 앉히는 시대착오적인 구태와 결별해야 한다. 당내 정치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능력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낫다. 임기제로 하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결과에 따른 평가와 걸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 보수이념과 정치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인물이라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까진 아니더라도 중립적인 인사라면 족하다.

현대정치는 미디어정치, 마케팅 정치인만큼 관련 분야에 정통한 인물이면 좋겠다. 몸집이 비대하면 느리고 게을러지기 마련이다. 조직을 최대한 간소화해야 한다. 현재 원장 밑에 부원장 정책자문위원을 두고 임원실 경제정책실 사회정책실 전략기획실 커뮤니케이션실 연구지원실 여론조사실 안보통일센터 청년정책센터 등으로 나뉜 조직체계를 최소한 인력만 남기고 통폐합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원장만 남기고 부원장직은 없애야 한다고 본다. 불필요한 잉여조직이다. 그리고 비용 등 여력은 정책개발, 연구비로 써야 한다.

여연은 정당 국고보조금 총액의 30%를 배분받는다. 2018년 여연이 받은 금액은 약 60억원이라고 한다. 몸집을 최대한 줄인다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 돈으로 분야별로 최고 전문가들을 찾아 용역을 주면 된다.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마다할 사람 없다. 

당 싱크탱크를 혁신한다고 잠시 여의도연구원장을 맡았던 김세연 의원 시절 여연이 한 일이라곤 증권가에 있는 공유 오피스로 사무실을 옮기는 것이었다. 당의 싱크탱크를 맡은 원장이란 사람은 그때 당 대표인 황교안의 종로 출마설을 부추기는 등 내부 정치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여연이 한 일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연이 화제가 됐던 건 고작 그런 일 정도였다. 여연의 조직 문화를 바꾸려면 국회 근처에서 증권가 근처로 사무실을 옮기는 정도로는 불가능하다. 인적 구성의 양적, 질적 변화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여연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5대 목표가 제시돼 있다. “내부혁신 : 구성원 간 소통 확대 및 협업 시스템 구축, 소통강화 : 시민에게 다가가는 현장/혼라인 소통 활성화, 정책제안 : 분야별 현안대응 및 생활밀착형 정책 아젠다 설정, 외연확장 : 밀레니얼 세대 등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정책 개발, 선거승리 : 선거승리를 위한 능동적 역할 수행” 이 중 무엇 하나 제대로 실행하는 게 없다. 목표가 근사해도 말 그대로 뼈를 깎는 환골탈태가 되지 않으면 여연은 보수정치의 성공이 아닌 몰락을 이끄는 저승사자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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