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한겨레 종편은 탄생할 것인가
[박한명 칼럼]한겨레 종편은 탄생할 것인가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5.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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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복종하는 미디어, 역사적 퇴행에 대한 우려

[글=박한명]한겨레신문이 ‘한겨레 종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다음은 한겨레 사장이 최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아직은 의지 차원이다. 1980년대 말 해직 기자들을 중심으로 ‘일간지 창간’ 깃발을 들었다. 당시 월간 ‘말’ 지가 있었지만 충분한 목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국민주 모금 방식으로 일간지 한겨레를 창간했다. 방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금 시대에 ‘방송’은 1988년 해직 기자들이 한겨레를 만들 때의 도전과도 같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신문과 디지털 방송의 연합 체제로 나아가는 것이다. 한겨레가 생산한 보도 자산을 널리 전파할 수 있게 시사교양PP, 보도PP, 종합편성채널로 나아가야 한다. 자금 조달은 상당 부분 자력으로 가능하다. 모자라는 부분을 보태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꼭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

틈만 나면 종편을 비판하던 한겨레신문도 자신들에게 기회가 오면 종편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십여 년 전 조간신문에 경향신문과 함께 백지 광고까지 내며 조선·중앙·동아·매경 종합편성(종편) 채널 4사 개국을 맹렬히 비판했던 한겨레 아니었던가.

그랬던 한겨레가 “방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조선일보와 똑같은 목소리로 종편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업계에서 박봉으로 소문났던 한겨레가 지금은 자금 조달에도 자신감이 있다니 그새 신문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는지, 아니면 신사업이 대박이라도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 점 또한 놀랍다. 어찌됐든 이 정권에 들어와 형편이 좋아졌다는 사실만큼은 대략 짐작할 뿐이다. 행정부와 국회, 사법 권력에 외곽 시민단체까지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치지형을 맞은 한겨레로서는 지금이 우호 세력의 조력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러지 않았나.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벌써부터 우려되는 미디어 전체주의

필자는 이미 이전 글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TV조선과 채널A 재승인 심사를 총선 뒤로 미루고, 재승인도 조건부로 내주는 행태로 보아 이들 방송사 문을 닫는 조치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권 세력의 오랜 희망이 소위 진보종편이었고, 한겨레신문사 사장은 종편 방송을 꼭 해야겠다는 의지를 확인해줬다.

TV조선과 채널A가 조건부 재승인을 받자 한겨레신문은 곧장 사설로 “종편의 편파·왜곡 보도는 국민 여론을 오도할 뿐 아니라 언론 전반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한다. 마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라며 “티브이조선은 3년 전에도 방통위 심사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해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조건부 승인으로 구제받았다. 그런 특혜성 배려에도 여전히 방송의 공공성에 대해 나 몰라라 한다면, 그 책임을 엄정히 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필자 눈엔 ‘한겨레 종편’을 목적으로 부지런히 밑밥을 깔아두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조건부 재승인이 났지만 방통위의 여당 추천 김창룡 상임위원도 TV조선 재승인을 취소해야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저런 정황으로 볼 때 TV조선이나 채널A는 언제든 사정권 안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자본금 편법 충당의혹을 받은 MBN도 비슷한 처지이긴 마찬가지다.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등 단단히 얽어 놓은 까다로운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틀어질 경우 상상하던 일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온갖 특혜를 입은 또 하나의 종편이 공적 명분 속에서 하나 더 늘어날지 모른다.

이명박 정권 때 종편 탄생의 명분은 방송 콘텐츠 다양화, 방송 시장 경쟁력 강화 그리고 융합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 등 거창한 것이었다.

대한민국 세상은 종편 전보다 이후로 더 공정해지고 다양해졌나. 특정 정치권력과 사회권력에 굴복해 오히려 미디어 전체주의화라는 퇴행 조짐들이 보인다. 한겨레 종편이 탄생한다면 이 현상을 깰 것인가 아니면 그 퇴행을 가속화시킬 것인가. 한겨레신문사 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공연한 기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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