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MBC 사장이 수신료를 요구하는 이유, 일리는 있다
[박한명 칼럼]MBC 사장이 수신료를 요구하는 이유, 일리는 있다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5.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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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수립 공헌 못지않은데 KBS보다 푸대접 받는 MBC

[글=박한명]MBC 사장 박성제가 MBC도 KBS, EBS와 같이 수신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주 있었던 한국방송학회의 ‘공영방송의 철학, 제도 그리고 실천’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성제 주장의 핵심은 이런 내용이다.

“MBC는 공직선거법·정당법상 공영방송이지만, 공적재원 지원은 받지 못하고 광고 판매도 제한되는 등 이중적 차별을 받고 있다” “방송법을 바꿔 공영방송의 범주와 책무를 규정하고, 수신료도 특정 방송사에만 주는 기금이 아니라 공영방송 전체 사업의 경비 충당을 위한 것인 만큼, MBC도 자격이 되면 받아야 한다” 이 뉴스를 듣고 우선 드는 소감은 드디어 나올 얘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필자는 예전부터 필요한대로 민영과 공영을 오락가락하는 정체성 혼란과 착란이 MBC 퇴행의 원인 중 하나라고 봐왔다. 따라서 MBC는 공영방송 논리를 정당화시키는 방송문화진흥회란 억지 기관을 없애고 본래 민영방송으로서 정체성을 찾아줘야 MBC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많은 국민은 그동안 파업현장에서 노조가 외치는 공영방송 주장과 논리를 귀가 닳도록 들어왔기 때문에 생소할 수 있지만 MBC는 광고매출을 재원으로 운영되는 상업방송이다. 단지 공익 재단인 방문진이 MBC 주식 70%를 갖는 최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정부와 국회가 개입하도록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MBC 역사를 조금이라도 뒤적여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본래 MBC는 민영 방송사였다.

공영방송 MBC는 현 정권 세력과 언론노조가 증오하는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정책에 따른 결과물이니 소위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이들이라면 논리적으로 MBC가 공영방송이라는 주장은 결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의제화로 떠오른 민영화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권 세력과 언론노조는 극도로 거부반응을 보였다. 이들이 MBC를 노영방송으로 만들고 그 혜택의 수혜자가 된 현재가 그 이유를 증명한다.

MBC를 접수할 수 있었던 건 ‘MBC는 공영방송’이란 논리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수신료 인상, 단행 전, 생각해야 할 것들

그러나 필자 견해와 별개로 KBS나 EBS처럼 자신들도 수신료를 받아야한다는 박성제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깝게 지난 총선에서나 지금도 정권의 눈엣가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때려잡기 위해 맹렬히 뛰는 MBC의 충성이 수신료를 독점하는 KBS나 EBS보다 못할 게 뭐가 있나.

제3자 입장인 필자가 보기에도 권력을 만들고 지키는데 있어 KBS보다 MBC가 훨씬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장 박성제를 비롯해 MBC 대다수 직원들 입장에선 자신들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생계위협, 신분이 위태로울 지 모를 위험을 감수한 것인데 준공무원으로서 안락한 신분과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자기들보다 별 볼일 없는 KBS와 EBS가 수신료를 독점하는 것만큼 이 세상에서 불공정한 일은 없을 것 아니겠나. 마침 범여권이 헌법 개정 빼고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190석까지 얻었으니 KBS가 독점하는 수신료 인상이나 재분배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일부에선 MBC가 수신료 배분을 요구한다는 건 KBS처럼 국정감사를 받는 등 더 심한 감시와 통제를 자처하는 것인데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박성제의 진의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KBS가 자신들 MBC보다 상황이 더 낫다는 현실이 증명해 주지 않나. 그리고 MBC가 수신료를 받는 진짜 국영방송이 되어도 좋을 만큼 앞으로도 언론노조가 방송사를 틀어쥐고 가는데 별 무리가 없다는 자신감과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요컨대 정치적으로 야당과 한줌도 안 되는 대한민국 보수우파 세력이 자신들의 앞길을 방해할 수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했기 때문 아닐까.

어찌됐든 필자는 현 정권을 위해 충성을 다한 MBC 사장 박성제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럴 경우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국회를 장악한 여당이 수신료를 인상할 경우 그 후폭풍은 오롯이 정권의 몫이다.

몇 푼 안 되는 수신료라고 무시하기엔 권력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목을 벤 혁명의 배경이 대개 세금인상이 결정타였다는 역사가 께름칙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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