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칼럼]방통위 '공정성 조항' 폐기할 때가 됐다
[박한명칼럼]방통위 '공정성 조항' 폐기할 때가 됐다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5.0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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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조항 폐지 민주당이 나서야 

[글=박한명]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달 20일 총선 이후로 미뤘던 TV조선과 채널A 재승인을 의결했다. 그러나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등 여러 까다로운 조건을 줄줄이 달아 놓고 이걸 이행하지 않는다거나 심사 때 진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판단을 할 경우 재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승인한 목줄을 건 반쪽짜리였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재승인 여부를 결정한 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2시간이 넘는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TV조선 재승인 문제를 놓고 취소해야한다는 여당 추천 김창룡 상임위원과 조건 없이 재승인해야 한다는 야당 추천 안형환 상임위원 간 논쟁이 그만큼 거셌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격론의 결과는 조건부 재승인이었지만 회의 말미 안형환 상임위원은 “5기 방통위에서는 행정청(방통위)의 재량권 남용 문제를 고민해보겠다”고 했고, 김창룡 상임위원은 “5기를 안 상임위원과 할텐데 우려가 앞선다”며 “방통위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이 있고 공적 책임이 훼손되면 안된다”고 해서 앞으로 양 쪽 간 치열한 논쟁을 예고했다.

필자가 주목하는 건 안형환 위원이 이날 “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정부가 판단하고 심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 방통위의 원래 모델이라는 미국 연방 통신 위원회(FCC)에서도 지난 1987년부터 공정성 원칙 폐기한 바 있는데, 공정성 문제로 과락점수를 맞고, 한 언론사의 문을 닫게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한 발언이다.

방송 공정성이란 명분으로 상대진영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방법으로 악용되는 부작용 끝에 공정성 원칙을 폐기한 미국의 선례를 상기시켜줬기 때문이다. 사실 정권이 방통위, 방심위를 이용해 공정성 원칙을 상대방 언로를 막고 자유롭게 표현할 자유를 틀어막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는 문제는 지금의 여권과 좌파가 과거부터 먼저, 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이었다.

대표적인 매체 중 하나가 미디어오늘이다. 한 예로 이 매체가 소개한 2011년 7월 게재한 고승우 전문위원은 글을 보면, 그는 이명박 정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공정성 규정’을 흉기로 휘둘러 방송사의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위원은 “방송 심의에서의 공정성 규정은, 미국의 경우 언론 자유 침해 등의 이유로 1987년 폐지되었다. 한국에서 MB 정권의 방송사 장악 시도 과정에서 공정성 규정이 악의적으로 적용되어 방송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이의 폐지가 시급하다.” “방송 심의 규정의 비합리성과 함께 심의위가 구조적으로 청와대가 주도하는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도 즉각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2014년 2월 “행정기관이 심의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자의성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공정성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 “(공정성 조항을 그대로 두면) 방심위원들이 자신을 임명한 정부를 비판하는 방송은 편향된 방송이라고 제재하는 일들이 반복될 것”이라고 한 당시 야당 추천을 받아 방심위원을 지낸 박경신 고려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소개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가 민주당 좌파세력의 생각과 주장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언론 중 손꼽히는 사실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미 공화당 정권, 공정성 원칙 폐기하다

좌파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줄기차게 모델 사례로 제시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실제로 1949년 제정한 뒤 기계적으로 운영돼오던 방송 공정성 원칙(Fairness Doctrine)을 1987년 8월에 폐지했다.

공정성 원칙이 자의적인 잣대로서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는 사실을 미국 좌우세력이 모두 공감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건국 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언론자유가 공정성 원칙에 갇힐 경우 궁극적으로 그것이 공익을 해친다는 역설을 이해했다. 1964년의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주지사 선거 입후보자들은 이 원칙을 밀어붙여 자신들에 비판적인 방송에 재갈을 물렸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배리 골드워터가 참패한 원인에는 그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는데 이 공정성 원칙이 작동했고 그로 인해 공화당지지 성향의 라디오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 2기 행정부 시절인 1987년 FCC는 공정성 원칙을 폐기했다.

요컨대 방송이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을 기피함으로써 공익에 역행하는 부작용을 낳았고, 과도한 규제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다매체·채널 시대의 도래로 전파 희소성도 사라졌다는 판단이었다.

다시 말해 공정성 원칙의 폐기는 언론의 자유와 시청자의 알 권리 신장을 위한 조치였다.

미국의 공화당은 민주당이 요긴하게 써먹은 공정성 원칙에 자신들이 당했지만 레이건 정부에서 폐지시켰다.

필자는 대한민국 민주당도 미국 공화당의 결단력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자신들이 외쳐온 언론자유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국민에게 진심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라도 공정성 규정 폐지에 앞장서야 한다.

“방통위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이 있고 공적 책임이 훼손되면 안된다”는 김창룡 상임위원의 인식은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시대착오적이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만큼 우리 사회 소수들의 의견을 더 깊고 넓게 보장해야 한다. 김창룡 상임위원이 강조한 “방통위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이 국민을 한쪽으로만 끌고 가는 전체주의화 도구로 악용되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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