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유가 하락…'암초' 만난 해외건설 수주
코로나와 유가 하락…'암초' 만난 해외건설 수주
  • 이정민
    이정민
  • 승인 2020.04.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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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20달러대 급락…"60달러 이하면 플랜트 발주 차질"

   

해외건설 수주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이어 유가 급락으로 비상이 걸렸다.

    중동의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 비중이 높은 국내 건설사 입장에서 유가 하락은 산유국들의 발주 축소나 연기를 초래하고, 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건설업계는 "해외건설 수주 시장은 코로나보다 유가 하락이 더 큰 문제"라며 "저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특히 석유화학 플랜트 쪽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 글로벌 10개 현장 발주 연기…코로나·저유가도 요인 


    9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해외 9개 국가에서 10개 사업장의 공사 발주가 연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지난달 말 발주 예정이던 아랍에미리트(UAE) 하일&가샤 가스전 개발 공사는 이달 22일로 입찰이 미뤄졌고, 역시 3월 말 예정이던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LNG) 공사는 이달 15일로 연기됐다.

    또 페루 친체로 공항1단계 공사는 이달 말에서 5월 말로, 홍콩 통합 크리스천병원 공사는 3월 말에서 5월 초로 미뤄졌다.

    지난 2월 말과 3월 말로 예정됐던 카타르 담수발전 공사와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 시설 공사 입찰은 각각 4월 말과 5월로 넘어갔다.

    해외건설 공사에서 발주처 재량에 따른 입찰 연기는 흔한 편이다.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 공사는 각국의 입찰 참가 회사들이 기술 제안 입찰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발주처에 입찰 연기를 요청한 경우라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발주 연기에는 발주처의 사정 외에도 일부 코로나 사태나 저유가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연기된 공사 가운데 일부는 코로나 영향으로 중동 플랜트 공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중국과 우리나라, 유럽 국가들에 입국제한조치가 내려지면서 공식 입찰이 어렵게 되거나, 최근 유가 급락으로 발주처들이 채산성 우려에 발주를 연기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입국제한조치로 공사 현장인력과 수주인력 파견 등에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경우 베트남·나이지리아·알제리·모로코·이라크 등 28개 현장에서 직원 32명이 국내로 정기 휴가를 나왔다가 입국제한조치에 걸려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148개국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중인데 국내 건설사들이 진출해 있는 중동·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일부 건설사는 수주 담당 인력을 파견하지 못하게 되자 현지 직원에게 화상으로 수주 전략을 전달하고, 상황을 점검하는 등 고육책을 쓰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로 당장 수주에 차질을 빚거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5∼6월까지 장기화하면 공사현장 인력 파견과 현장 운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와 건설사들은 우선적으로 입국제한조치 해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쿠웨이트 등 일부 국가에서는 국내 건설 근로자의 제한적 입국을 허용하는 등 성과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접수되고 있는 건설사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입국제한조치 해제"라며 "해당 국가에 국토부 장관 명의의 서한을 보내고, 다양한 외교채널을 동원해 현장 운용을 위한 필수 인력에 대해서는 부분 입국이라도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가 급락, 신규 발주 차질 우려…"코로나 이후 시장 회복" 긍정 전망도

    이런 와중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초중반까지 하락하면서 신규 수주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유가 하락은 곧바로 중동 산유국들의 공사 발주물량 축소와 입찰 지연으로 이어지고, 최악의 경우 공사비 회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965년 이후 지금까지 해외에서 수주한 약 8천452억7천만달러의 공사 가운데 중동에서 수주한 금액이 4천441억달러로 전체의 53%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중동의 수주 비중이 절대적이다.

    연초 수주한 114억달러 가운데 중동 사업의 비중은 59%(67억달러)에 달한다.

    한 대형 건설사의 수주 담당 임원은 "석유화학 플랜트의 경우 산유국들이 유가가 최소 40∼60달러는 돼야 채산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20달러대로 떨어지면 신규 공사를 발주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수주시장에서는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저유가"라고 말했다.

    모 대형업체는 최근 코로나에 저유가가 덮치면서 발주처로부터 앞서 수주한 공사의 낙찰 통지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건설업계도 국제유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저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신규 플랜트 공사 발주가 중단될 공산이 크다"며 "다만 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미국과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조치 등을 통해 유가 반등을 꾀할 것으로 보여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 공사 발주도 재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해외건설 수주 전망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올해 들어 4월 현재까지 해외건설 수주액(114억달러)은 작년 동기(62억9천300만달러)의 약 2배 수준이다. 당초 지난해 계약 예정이던 대형 프로젝트들이 올해로 이월되면서 1∼2월 계약 실적이 늘어난 영향이다.

    추가 계약 체결도 예정돼 있다. 대우건설[047040]이 지난해 낙찰통지서(LOA)까지 받은 나이지리아(2조원대)와 모잠비크(6천억원대)의 천연액화가스(LNG) 플랜트 공사도 조만간 본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가스 플랜트는 유가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미국과 유럽 등이 코로나 여파로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준비 중인 점도 긍정적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시설 투자·개발이 이뤄지고, 이로 인해 유가가 상승하면서 발주 물량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223억달러)보다 많은 300억달러 이상으로 잡아놓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전날 제4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해외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할 경우 이를 한국 기업이 수주할 수 있게 정책금융을 5조원+α 지원하기로 한 상태다.

  증권업계는 "코로나와 저유가로 다소 위축된 해외건설 수주가 하반기 이후에는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해외수주 물량이 지난해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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